✨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8-13 22:14:09
조회수 292

공황장애 투병기4)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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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게 느껴지는 병. 죽는 것이 당연하기에 지금이라도 죽을 것 같은 병. 그것이 공황장애다. 살아가는 것이, 그저 숨 쉬고 살아있는 것이 힘들어지는 병. 그것이 내게 가끔 일어나는 발작의 실체이다.


그렇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나도 알아. 그런데, 생의 의지를 꼭 붙잡고 젊음을 힘차게 살아내고 픈 내게 이 모래 주머니는 너무나도 무겁다. 잘 이겨내고 있고, 잘 호전되고 있지만, 이 무력감과 우울감이 갑작스레 올라올 때면 그 동안의 긍정적인 장벽들이 무너져 내리곤 한다. 그럴 때는 신경안정제를 꾹 삼킨다.


그리고, 무너져내린 벽을 다시 쌓아 올린다. 이 공포를 직면하면서. 삶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발버둥치고, 웃고, 울고, 나아가는것이라고. 무너져도, 다시 올라가고, 다시 무너지면 또 다시 올라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행복일 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에스시틸로프람정과 모사틴정. 자나팜정. 공황장애 초기이기에 그들의 양은 아주 적은 편이다. 무너지고 일어나는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운동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과 작별하고 싶다. 약을 먹지 않고, 온전한 내 자신이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그 날이 다시 와주었으면 한다.


우울감과 무기력에 처지고, 무너지고, 아파하고, 상처받아도

자해는 하지 말자. 자살은 하지 말자. 끝까지 의지를 붙잡아라.

나는 그럴 수 있는 삶을 살아왔고, 그런 삶을 배워왔으며, 그런 삶을 사랑해왔다. 잠깐의 난파에 온갖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자책하지 말아라. 내가 간절히 원하는 자신은, 지금도 빛의 속도를 향해 내게 달려오고 있으니까.


오늘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행복했던 시간도 있고 무서움에 벌벌 떨던 시간도 있지만, 압도적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누렸던 순간들이 더 떠오른다. 점점 이 무서움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그러니, 설령 내일에도 이 무서움이 내게 닥쳐왔을 때, 그리하여 공허와 불안, 위기가 왔을 때 당황하지 말고 흘려 보낼 것.


먼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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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즈아 · 981967 · 20/08/13 22:18 · MS 202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가자즈아 · 981967 · 20/08/13 22:19 · MS 2020

    심장이 롤러코스터처럼 내려가는느낌은 공황 아니죠?

  • ✨공쥬✨ · 979083 · 20/08/13 22:21 · MS 2020

    예. 공황장애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상황에서 자율신경계가 마비되어 비정상적으로 민감하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고 착각하고 신체화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해요. 심장의 두근거림이나, 식은땀, 저림 증상, 두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도통 공황이라고 얘기하는데, 공황장애는 그런 공황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을 말해요.

  • 가자즈아 · 981967 · 20/08/13 22:22 · MS 2020

    아하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 ✨공쥬✨ · 979083 · 20/08/13 22:23 · MS 2020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