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인생-손석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117927
손석희의 지각인생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 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 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 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손석희 -
삼수한 손석희찡.....
비록 이분은 삼수 실패했지만
자기 인생이야기할때 가장 먼저 대학늦은 얘기하는걸보니
흠..
^^
화이팅!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독해에 대해 얘기를 할 때면 다양한 방법론이 서로 충돌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글...
-
6평 21번과 관련하여 '짐짓'은 그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하는 필수 어휘인가 하는...
-
담주 토일월수 15-18시 오르비클래스 꼭 들어오세요. 18
안녕하세요 여러분~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이제 명절도 끝났으니 갓생 살기로 다짐한...
-
※문화상품권 이벤트 참여자 아이민 댓글 올려주시면 됩니다.※...
-
아래 두 강사분들께는 죄송하고 염치 없지만, 혹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께서는 댓글...
-
안녕하세요. 새로 오픈한 강의 소개해드리러 왔습니다. 소개할 강의는 송영준 선생님의...
-
[오픈] 영준이형 '문제' 강의 (이제는 문제 괴물...) 23
안녕 여러분 클래스 관리자입니다ㅎㅎ 곧 퇴근을 앞두고 (낼부터 연휴 칼퇴 해야지...
-
헬스 후 바로 쓰는거라 정신없음 주의 핵심은 맨 아래 따로 정리해놓음 일단 특강...
-
[완강] 판매율 1위! 송영준T '글' 강의 완강! 6
우.유.빛.깔 송영준 최근 국어 인강 판매율 1위! 요즘 가장 핫한 강좌 1위!...
-
수강생들을 위한 첫 번째 조언 : https://orbi.kr/00019064219...
-
삭제 26
삭제
-
. 10
-
. 57
-
첫 문장을 천천히 읽으세요 첫 문장을 읽는 속도로 나머지 문장들을 읽기 때문입니다...
-
4등급인 시절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10시간이 넘게 공부하고...
-
'답만 찾아서 국어가 망가진 것이다' 작년 2월 같은 주제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
안녕하세요. 송영준입니다. 3등급인 학생이 네 달만에 98점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오늘 시험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예전...
-
안녕하세요~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어느날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먹다가이런...
-
안녕하세요~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11월 수능까지 참 많은 시간이 남아...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국어 영역...
-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그동안 힘들게 공부했어요. 준비한 것들을...
-
[송영준] 나는 왜 국어가 어려웠을까? (6평 해설) 18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학생들은 보통 국어 영역이 어려운...
-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시험이 3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6평...
-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곧 6평이네요. 그동안 국어를 어떻게...
-
안녕하세요. '국어는 흐른다' 송영준입니다. 글을 읽는 것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
삭제 6
삭제
-
삭제 32
삭제
-
삭제 31
삭제
흐헣 우리학교 글쓰기 책에 실려 있는 글이네요
지각인생이라 노화마저 지각이라는 그 분이네요.
좋아요!
지각했지만, 어찌보면 비정상적이지만, 나는 극복했고, 최고로 훌륭해져있다.
장수생들이여 화이팅
삼수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