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학이순한맛 [869984]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4-02 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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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학이칼럼] 수학 문제'집' 효율적으로 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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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학학이순한맛입니다. 수학 공부법, 수학 문제 푸는 법에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좋은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 문제집을 푸는 법에 대한 실질적인 팁을 전달하는 글은 많이 못본 거 같아서 이렇게 작성해보았습니다. 한편 저는 인문대라  본 칼럼의 정보들은 민사고 출신 서울대 건환공 수학 참 잘하는 친구에게 전달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편의와 가독성을 생각해서 이번 칼럼은 경어체 대신 반말을 사용했습니다.



0. 들어가며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과목이 뭐야? 아마 과반수가 수학이라 할 거 같은데, 누구에게나 어려운 수학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수학에서 늘 강조하는 건 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보는 거야. 특히 고등학교까지의 수준에서 수학 성적은 거의 푼 문제 수에 비례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반복 연습이 중요해. 이는 시험 범위가 한정적이고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선생님들이 고심 끝에 만든 문제들과 우리가 보게 될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야. 교과서나 학교에서 주는 문제들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집을 통해 연습을 하게 되지. 



그렇다면 그냥 최대한 문제집을 많이 풀고 채점하고 오답을 고치면 수학 실력이 느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지만, 효율적이지 않아. 우리에겐 시간이 그렇게 많이 있지 않고 과목이 수학만 있는 건 아니잖아. 오늘 내가 얘기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가장 효율적으로 수학 문제집을 푸는 방법이야.



수학 시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속도와 정확도라고 생각해. 시험에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사실상 맞힐 수 있는 확률은 매우 적어. 따라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문제들은 최대한 빨리, 실수 없이 푼 다음에 모르는 문제들에 나머지 시간을 할애해 조금이라도 점수를 벌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지. 그럼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지 이제부터 알려줄게.





1. 글씨를 예쁘게 쓰자


수학도 글씨체라는 게 존재해. 숫자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기호들이나 영어 글자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쓰기 마련이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정도라면 어떻게 써도 자유지만 최대한 예쁘게 쓰라고 말하고 싶어. 수학에서 글씨를 예쁘게 써야하는 이유가 뭘까?



낫 놓고 기역 자 모르기


가장 당연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문제가 본인이 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야. 식이 긴 문제에서 전에 쓴 숫자들을 본인이 알아보지 못해서 옮겨 적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계산 과정에서 틀리기 일쑤지. 흔히 5를 흘려쓰다가 6이랑 헷갈리거나 6의 꼬리가 짧아 0으로 읽는 등의 실수가 많아. 이 외에도 여러 친구들의 숫자를 보니 예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본인이 쓴 숫자들을 헷갈려 하더라고. 


 문제를 조금이라도 빨리 풀고 싶은 마음에 흘려 쓰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러다가 글씨를 헷갈려 다시 처음부터 풀거나 아예 틀려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야. 처음부터 깔끔하게 줄을 잘 맞춰서 또박또박 쓰는 게 오히려 불필요한 시간 소비를 줄이고 가장 빨리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이야.



구석에 하는 계산도 글씨


또 흔히 하는 실수는 식이나 풀이과정을 쓸 때는 글씨를 예쁘게 쓰지만 두 자릿수 곱셈 같은 간단한 계산을 구석에다 할 때 대충 쓰다가 계산 실수를 하는 것이야. 글씨를 예쁘게 쓰라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해당되는 얘기야.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글씨가 아니라 내가 잘 알아보고 나중에 검산할 때도 편하기 위해서니까 내 연필이 쓰는 모든 글자는 다 깔끔하게 정돈되게 쓰는 것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의 기본이야!




2. 모든 문제에 식 쓰기


수학 문제 풀이에서 식을 쓰는 건 아마 많은 선생님들이 강조했을 거야. 근데 막상 문제집을 풀다 보면 식을 안 쓰는 경우가 많아. 그 이유는 뭘까? “이 정도는 식 안 써도 풀 수 있으니까”, “쉬운 문제들 식 쓸 시간에 대충 풀고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서” 등등 이유는 많겠지. 풀 문제가 산 더미가 같은데 어떻게 일일이 식을 다 쓸 수 있겠어… 라는 마음가짐이 위험해. 왜 모든 문제에 식을 적어야 하는지 설명해줄게.


수학은 습관


우리가 시험을 볼 때 모든 문제를 다 어려워하진 않아. 학교에 따라 다르겠지만 총 20문제라고 치면 앞에 반 정도는 공부를 안 해도 모두가 풀 수 있는 문제, 중간에 조금 어려운 문제들, 그리고 마지막에 공부를 했어도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지. 수능의 경우 2-3점짜리, 4점짜리, 21 29 30번으로 나뉠테고. 


 시험이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초반의 문제들을 풀면서 빨리 뒤의 문제들을 맞힐 생각을 하기 시작해. 시간의 압박감에 긴장을 하는 거지. 이 짧은 순간 우리는 무의식 중에 우리 몸에 쌓여온 습관대로 문제를 풀기 시작해. 크게 고민을 안 하고 푸는 문제일수록 머리보다는 손이 먼저 움직이지. 그런데 이 때 식만 간단히 쓰면 어려움 없이 맞힐 문제들인데 대충 암산하다가 틀리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따라서 문제집을 풀 때에도 아무리 쉬운 문제라 할지라도 식을 쓰는 연습이 꼭 필요해.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서 성적에 직결되니까 실수가 잦은 친구들은 꼭 이 방법을 따랐으면 해.



식=사고의 흐름


식을 쓰는 것의 장점은 어려운 문제를 풀 때에도 있어. 논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잘 정리할 수 있다는 거야.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할지라도 손도 못 대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통 어떻게든 시작을 했다가 막히는 경우가 많지. 따라서 문제를 못 풀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과정을 식으로 적어놓는 거야. 이렇게 해 놓으면 나중에 채점을 하고 오답을 고치면서 내가 어디까지 생각을 했고 무엇이 부족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어. 


 또한 장기적으로는 서술형 문제, 더 나아가 수리논술까지 대비할 수 있어.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은 답을 구하는 것보다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해져. 평소에 모든 문제에 체계적인 규칙을 세우고 식을 쓰는 연습을 해 놓으면 나중에 얼마나 어려운 내용을 배우더라도 차근차근 생각해나가며 받아들이기 쉬워질 거야.



3. 자투리 공간을 잘 활용하자


 흔히 문제집을 공책에 푸는 친구들이 있어.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한 문제집을 여러 번 풀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에 동의하지 않아. 실제로 시험을 볼 때 우리는 시험지에다가 문제를 풀게 되어 있어. 물론 종이를 주는 시험도 있지만 일단 수능은 절대 그렇지 않아. 이 말은 다른 글자가 적혀진, 밑줄도 안 그어져 있고, 풀이용 공간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종이에다가 우리가 적당히 공간을 찾아 식을 써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문제집은 이 연습을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해.



문제집을 통해 공간 활용 연습


문제집은 시험지보다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200페이지 내외의 책 안에 많은 문제들을 집어넣어야 하니까 특히 쉬운 문제들은 사이에 공간이 거의 없지. 이 좁은 여백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찾아 ‘예쁜 글씨’로 ‘식을 다 써가며’ 문제를 푸는 것도 아주 좋은 연습이야. 첫 번째와 두 번째 팁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글씨도 못 알아보게 쓰면 분명히 실수가 날 것이고 식을 쓰지 않고 군데군데 계산만 해 놓으면 나중에 채점할 때 내가 어디다가 식을 쓰고 왜 틀렸는지 파악할 수가 없게 돼. 그렇다면 어떻게 이 자투리 공간들을 잘 활용할 수가 있을까? 내가 썼던 방법들을 알려줄 테니까 잘 맞는 거 같으면 참고하도록 해.


 일단 식을 쓰는 공간과 계산을 하는 공간은 철저히 분리했어. 식은 최대한 문제와 가까운 곳에 쓰고 계산은 최대한 먼 곳에다가 했지. 문제집 같은 경우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페이지 맨 위와 맨 아래에다가 주로 계산을 했던 것 같아. 또한 식을 시작하는 곳도 매우 중요해. 대충 가운데에서 시작했다가 공간이 모자라면 갈수록 글자가 작아지고 아예 딴 곳에다가 이어서 적어야 할 때도 생기지. 따라서 무조건 왼쪽 위에 붙여서 식을 쓰기 시작하고 답은 오른쪽 아래에다가 동떨어지게 썼지. 이렇게 하면 계산과 식, 답이 모두 구분이 되게 위치할 수 있어. 검산할 때도 편하고 계산 실수도 줄이며 채점할 때도 내가 왜 틀렸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지. 이렇게 좁은 문제집 공간 활용에 익숙해지면 비교적 공간이 넉넉한 수능에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거야



4. 그래서 결국 문제집은 어떻게 푸나요?


위에서 말한 세가지 팁을 지키며 기본적인 문제집 푸는 방법을 알려줄게. 속도와 정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에 공부 시간이 아닌 공부량을 정해야 해. “지금부터 한 단원을 끝내고 쉬어야지”라는 공부량에 기반한 목표를 정한 다음에 중간에 딴 짓을 하지 않고 한 번에 목표를 달성해야 해. 


 문제를 다 풀었다고 끝난 게 아니야. 오답은 조금 나중에 고쳐도 되지만 채점은 바로 하는 게 좋아. 대신 본인이 직접 해야 해. 부모님이나 친구한테 해달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채점도 문제집을 푸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직접 하는게 좋아. 이 때 틀리는 걸 절대 두려워하지 마. 너무 연속해서 틀리거나 사소한 실수로 틀린 문제라도 대충 맞았다고 하고 넘어가면 안 돼. 실제 시험에서 그렇게 채점해주지 않잖아. 내가 얼마나 어떤 실수를 자주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필수적이니까 조금이라도 틀렸으면 쫙쫙 그어.


 이제 좀 쉬었으면 오답을 고칠 시간이야. 일단 쭉 뭘 얼마나 틀렸는지 확인한 다음에 실수로 틀린 것들만 고쳐 보자. 고쳐서 맞힌 경우에는 틀렸다는 표시를 삼각형으로 만들어. 몰라서 틀린 문제들은 해답지를 보고 알 것 같으면 다시 빈 종이에다가 풀고 삼각형을 만들도록 해. 만약 이렇게 다시 풀어서도 못 풀겠으면 삼각형이 아닌 별표로 만들고 그 페이지를 접어놔. 나중에 한 단원이 끝나거나 한 문제집이 끝났을 때 이렇게 별표 친 문제들만 모아서 다시 풀거나 따로 오답노트로 정리하는 걸 추천해. 세 가지 팁과 이 방법대로 문제집을 풀면 처음에는 시간이 좀 걸리고 부자연스럽겠지만 갈수록 문제 푸는 속도와 정확도가 늘어난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5. 마치며


 수학은 실력을 올리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다른 과목과 다르게 한 번 실력을 굳혀두면 그 때부터는 다른 과목에 비해 운의 영역이 철저하게 덜 작용하는 과목이라 생각해. 그리고 난이도 별로 배점도 명확해서 4점짜리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것이 표점에서 큰 경쟁력을 가져오는 과목이기도 하고. 하지만 또 그만큼 '실수'라는 함정에 너무나 쉽게 빠지는 과목이야 정말 모든 논리적 흐름을 떠올려냈다고 해도 내 글씨를 잘못 보거나 이틀 밤을 새더라도 풀 수 있는 단순 사칙연산을 틀리거나 하는 아주 사소한 실수로 4점이 날아가버리기도 하니까. 그래서 특히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써주면 좋겠어. 실수는 사소한 것에서 발생하니까, 애초에 사소한 것들을 모두 신경쓰는 과정을 체화하는거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지난번에 쓴 '수능연기 경험자가 개학이 연기된 너희들에게' 칼럼도 많이 읽어줘서 고맙고

오르비에는 꾸준히 글을 쓸 생각이야

내가 가진 정보들을 가공해서 글로 풀어내는 과정도 재미있고 

너희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나름 뿌듯해서

+서울대도 한학기 싸강 확정이라 쓸 시간도 많고.


아 그리고 첫 칼럼에서 말했지만 학학이는 서울대생 두명이 쓰는 칼럼이야

순한맛은 정보전달 위주가 될 거 같고

매운맛은 댓글관리와 동기부여, 멘탈관리를 도와줄거야:)

학학이 칼럼 많이들 읽어 줘

이만 줄일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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