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가자 [800487]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3-24 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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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일반고 출신 노베의 현역&재수 수기(3)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8803943

마지막인 3편도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편- https://orbi.kr/00028639042

2편- https://orbi.kr/00028729392



D-74

9평 3일전, 메이저 기숙학원에 입소했다. 학원 앞 서서히 익어가는 벼와 학원 건물을 둘러싼 도드람산의 가을 풍경의 조화가 광장히 아름다웠긴 개뿔 그냥 한숨만 나왔다.

데스크에서 긴 설명을 듣고 이런저런 절차를 따르다보니 나랑 똑같이 생긴 분이 오셨다. 그 분이 나의 생활담임이라 하셨다.


그 분이 생활규율 등을 설명하시다가 옆을 지나가는 한 친구를 보시더니 붙잡으셨다. 그 친구가 우리반 에이스라면서 친하게 지내라고 하셨다. (신입생 왔다는말에 지나가는척 하면서 누구인지 보려고 온거같다)


쌤이 안내해주시는 자리에 앉았다. 학창시절 전학생의 심정이 이랬을까? 너무 어색하다.

왼쪽자리엔 괜찮게 생긴 대취키드가 앉아있었다. 거의 2주동안 이 친구가 날 케어해준 덕에 금방 적응했고 정말 고마웠다. 오른쪽엔 내스타일인 여자 애가 앉아있었다.(퇴소 전날 번호 달라했는데 씹혔다 씨발)


3일 뒤 9평을 보러 집으로 돌아왔다. 반 친구들이 온지 3일만에 왜 휴가나가냐고 질투한다 ㅋㅋㅋㅋㅋ


9평을 보고 학원에 복귀하니 자리가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이틀만에 적응해버렸다.



9평 32212.

친구한테 문자로 성적표를 받았다.

평가원시험 다섯번째만에 국어 등급이 처음으로 올랐다. 평가원시험 다섯번째만에 수학 등급이 처음으로 내려갔다.

..??

그래도 국어 올랐으니 됐지 뭐..라고 생각했다.



수시 작성 기간이 되었다. 연 성 중 경 건대 논술을 희망 리스트에 적어 제출했는데 처음보는 논술 쌤과의 1대1 상담에서9평 성적을 말했더니 연대 보러 갈 시간에 공부하는게 낫겠다고 하셔서 성 한 중 경 건 동으로 바꿔 지원했다.


9월 KD 모의고사

국어 1608등/1640명

9등급인 것이다. 짝꿍이랑 미친듯이 웃었다 ㅋㅋㅋㅋㅋ 기껏 9평때 한 등급 올려놨더니,,,


이대로 가다간 또 국어4따리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분석을 시작했다. 

 ‘뭐가 문제일까? 남들과 비교했을때 비문학은 선방하는 편인데.. 그리고 문학을 좀 보완해야겠다. 화작문에서 너무 많이틀렸구나. 비문학을 좀 줄이고 문학과 화작문 공부를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수정해야겠다.’


10월이 되니 이 생활도 이젠 따분하다. 쉬는시간에 모의고사 시험지로 종이비행기 접어서 날리기도 하고 짝꿍과 떠드는시간도 늘어나는게 내가 반에 민폐를 심하게 끼친거같아 반 친구들에게 정말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어 퇴소를 결심했다.



D-17

2월에 다녔던 스터디 카페에서 11월을 보내기로 했다. 그때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생각했는데 벌써 보름정도밖에 남지않았다는게 그저 허탈할 뿐이다.


실력을 올리기엔 이미 늦었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벼락치기의 국룰 통계, 너무 오래 손놓은 확률(양승진의 기출 파이널), 부족한 화작문, ebs작품정리(ovs)등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다.


D-1

수험표 받으러 가는겸 재수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나는 월선헌 출제와 나형 1컷 85를 예측했다. 애들도 월선헌이 나올것 같다는 말을 했다.



D-0 오전 6시

작년 그 날처럼 알람이 울린다.

건강한 몸상태로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작년보다 느낌이 좋다.


작년보다는 조금 늦은 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가자마자 화장실 위치를 파악하고, 교실에 차분하게 들어가 앉아 가능세계 지문을 보며 예열을 한다.


작년보다 더 긴장된다. 불길하지만 난 아직 수능을 한 문제도 풀지 않았다.



8시 35분

감독이 파본검사를 지시한다. 20번대 초반에 월선헌 지문이 보인다. 작품적중 ㅋㅋㅋㅋㅋ

그러나 뒤이어 비문학 생명과학 지문이 보인다. 6평때 나온 제재 아닌가? 또 나올 수가 있나..? 심지어 생명과학 제재는자주 출제되지도 않는데..? 나한텐 생명지문은 쥐약이라 멘탈이 흔들릴뻔 했으나 꽉 잡았다.


몇 분 뒤, 작년에 들었던 그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다.

작년과 변함없이 문법부터 폈다.

지문형 문법 문제는 기출 2개 섞어놓은 유형이네..?

월선헌 다 외워서 1분컷이네~(하나 틀림 병신/문학 작품 암기로만 풀지마세요 위험합니다)


갑자기 감독관이 내 OMR카드를 가져가더니 찢어버렸다. 개빡친 표정으로 뭐야? 하고 쳐다봤는데 감독관이 새 OMR카드를 갖다주고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저 부분에 마킹을 했다는 말에 나 자신이 너무 병신같아보였다.


필적확인란부터 이름 마킹까지 다 새로 써야한다. 국어 만년 4따리가 시험시간에 기본사항을 새로 마킹해야하는 어메이징한 상황에 놓여있다. 심지어 마킹 하나 잘못한걸 고치려고 화이트를 든 순간 종이 울려서 못고쳤다. 좆됐다.


수학 역시 어제 예상한대로 어렵게 나왔다.

파급효과&기대T ebs 확통 선별 문제를 제외하곤 수특 수완을 풀지 않아 28번을 끝내 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영어가 굉장히 어려웠다.

1등급 5퍼 미만으로 예상했는데 그냥 내가 영어공부를 안해서 어려웠던 것이었다.


탐구와 아랍어를 스무스하게 풀었고, 사문을 스무스하게 조졌다.



시험장 밖으로 나왔다. 이젠 진짜로 끝이구나.. 절대로 안끝날 것만 같았는데,,


핸드폰을 켜니 친구들한테 연락이 온다. 시험보느라 고생했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만나자는 친구들도 있었다.

만나자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여 술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메가스터디 일괄채점으로 영어를 채점했다.

79점.

..?

재채점 했더니 86점이었다. 하마터면 택시에서 뛰어내릴뻔했다.


친구들과 함께 나머지 과목 채점을 시작했다.

수학 92점. 20번 뇌절실수했다... 28번은 못풀었으니 받아들인다.


탐구 답안지가 아직 나오지 않아 국어부터 채점하기로 했다.

어차피 탐구 한 과목 망해도 킹갓아랍어가 커버해줄거기 때문에 국어 한 과목에 나의 재수가 성공하냐 마냐가 걸려있다.


굉장히 긴장된다.


메가스터디 일괄채점인지라 점수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결과는 68점. 작년 수능과 같다.. 하는 순간 정오표를 봤는데 작년 수능과 다르게 틀린 문항이 훨씬 적다.

뭐지? 하고 다시봤는데 88점이다.


5번의 시험동안 백분위 62~78을 받던 내가 백분위 90을 넘긴 순간이었다.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친구 품에 안겼다. 지금돌이켜보면 왜 울었는지 쪽팔리기만 하다.


탐구 50 46점. 아랍어 48점.

쉬운 문제를 2개나 뇌절해버린 사문을 아랍어가 커버해줬음을 확인하고, 술을 좀 더 먹다가 다른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깔끔하게 계산하고 나갔다.


예상 등급컷을 보니 몇몇 논술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게 확실해졌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나는 작년부터 중경경에 너무 가고 싶었지만 작년 수능 누백 11퍼였던 나에겐 너무나도 높은 꿈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중경경 그 위를 갈 수 있는 점수가 나왔다. 이번 정시모집때 중경경을 지원했고, 추가합격 전화가 왔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내가 중경경을 버리는 날도 오는구나..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수기를 마무리 지었네요 지금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아무거나 질문 다 받을테니 궁금하신거 있으신 분은 댓글이나 쪽지로 질문하시면 답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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