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렌 [278738] · MS 2018 · 쪽지

2012-04-11 02:58:15
조회수 1,408

이번 4월 수리 29번에 대한 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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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아래의 해설을 모든 수험생이 이에 맞춰 공부해야 한다거나, 이 해설이 평가원의 의도에 맞는 최적의 해설이라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해설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확률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과 실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나 보충했으면 하는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댓글로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제 풀이를 쓰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이 풀이에 대한 "해설"이 이어집니다.

(가)에서 0 ≤ g(x^2) < 1, 0 ≤ g(x^3) < 1이고 f(x)는 정수이므로 f(x)는 0 또는 1이다.
f(x)가 0이면 g(x^2) = g(x^3) = 0이고, x = 1이 되어 (나)를 만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f(x) = 1 = g(x^2) + g(x^3) 이고, 두 번째 등호에서 x^2 * x^3 = 10^m (m은 자연수)이다.
이에서 logx = 1 or 1.2 or 1.4 or 1.6 or 1.8이고 logx = 1이면 (가)를 만족하지 않는다.
남은 4가지 경우를 (나)에 대입하여 확인해 보면, logx = 1.8일 때에만 (나)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n = 9, m = 5이다.

이제, 이 짧은(?) 여섯 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뒷부분의 부록은 선택적인 것입니다.

0. 시작하기 전에 잠시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겠지만, 달라 보이는 일들이 알고 보면 그게 그거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만류귀종이라고 말할 수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리일분수 또는 리통기국이라는 말과 통한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듯 합니다. 뭔가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고, 수백 년 전의 학자들도 "달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게 그거"라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말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따지면 천 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기는 합니다만...)

1. 시작하기
이상한 소리는 이쯤 하고, 문제를 볼까요. 이 문제를 크게 분류하자면 "찾기" 문제입니다. 수학의 세계에 어떤 무언가가 있는데, 그 무언가가 뭔지 바로 안 알려 주고 그 무언가가 가지는 성질이나, 그 무언가와 관련된 몇 가지 사실들을 알려 주고 그걸로 무언가를 "찾아"내라고 하는 문제라는 겁니다. 탐정이 범인과 트릭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런 "찾기" 문제를 풀 때에는, (그리고 다른 문제를 풀 때에도) 대강 3가지의 방침을 가지고 있으면 좋습니다. (물론 안 가지고 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A.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생각한다.
B.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생각한다.
C. 문제에 대해 뭔가 알겠다는 느낌이 강해질수록 문제가 풀릴 확률이 크다.

2. 진행하기 1
우선 방침 C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문제는 읽었고 무엇이 조건이고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는 일단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생각이 드는 상태에서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요리조리 살펴서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은 감이 온 다음에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성공 확률이 클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방침 A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냥" 여러분이 아는 것을 떠올리고 이용해서 "그냥"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를 잘 살펴서 문제에 적합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문제를 풀 때, 그 문제에 맞는 "맞춤식" 풀이를 만들어낼 확률이 클 거라는 겁니다.

그렇기에, 방침 A와 C에 따라, 여러분이 배운 상용로그의 지표와 가수에 대한 여러 가지 성질이나 풀이 방법을 떠올리면서 바로 풀이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기억나는 내용들은 일단 옆에 놓고, 문제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일단 위에 있는 (가)부터 볼까요.

x의 지표는 x^2의 가수와 x^3의 가수의 합과 같다고 합니다.  

이 문장을 "수동적으로" 읽지 말고, "능동적으로" 읽으면서, 이 문장을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문제 풀이가 아니라 상황 파악입니다) 문장 자체로 알 수 있는 것이 없으면, 알고 있는 것을 하나씩 불러옵시다. 우선 지표는 정수이고, 가수는 0 이상 1 미만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과 접목시켜서, 문제 상황을 더 파악할 수 있는지 봅시다. 생각해 보니 좌변은 정수이고, 우변은 0 이상 2 미만이네요. 그러면 좌변이나 우변이나 0 아니면 1입니다.

현재, 상황 파악 중입니다. 하는 김에 더 파악합시다. 0과 1 모두 가능한 상황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을까요? 일단 0이라고 쳐 봅시다. (0이라고 가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x의 지표도 0, x^2의 가수도 0, x^3의 가수도 0이라는 건데, 0+a로 해서 계산해 보면 결국 x가 1인 경우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온 김에 살펴 보면, x가 0이면 (나)는 거짓이 됩니다. 그렇기에 x는 0일 수가 없고, 결국 (가)의 좌변, 우변은 0일 수 없고 1만 가능합니다. 

3. 진행하기 2
현재까지, 우리는 문제 풀이가 아니라 상황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의 좌변=우변=1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좌변=1에서 x가 10 이상 100 미만이라는 건 알게 된 거니까, 감을 잡아가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바로 문제 풀이를 시작하기에는 아직도 뭔가 문제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상황 파악을 더 진행합시다. 좌변=1은 살펴 보았으니까, 이제는 우변=1에 대해 살펴봅시다. 

x^2의 가수와 x^3의 가수의 합은 정수, 특히 1이다.

여기서 교과서나 기본서에 등장하는 가수와 관련된 것을 끄집어 와도 좋습니다. 또는, 알고 있는 것을 가져오지 말고 여기서 직접 생각해 보아도 됩니다.

위의 문장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것은 결국 x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문장은 x^2이건 x^3이건 "로그"의 세계로 들어간 뒤의 일입니다. 그러면 "로그"의 세계의 일을 통해, "로그"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x^2와 x^3에 관해서 무언가 알아내면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됩니다. x^2 를 a 곱하기 10^N, x^3을 b 곱하기 10^M이라고 했을 때, a와 b의 곱이 10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x^2와 x^3의 곱이 10의 자연수 거듭제곱이라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x^5 = 10^n (n은 자연수)가 되는 것이고, x = 10^(n/5) (n은 자연수)가 됩니다.

이제, 상황 파악은 충분하겠지요? x의 지표는 알았고, x의 가수가 대충 뭐일지도 알아 내었습니다.(가수는 0 이상 1 미만이니까 0/5, 1/5, 2/5, 3/5, 4/5일 텐데, x의 가수가 0/5라면 x는 10이 되어 버리고 그러면 x^2이든 x^3이든 가수는 0이 됩니다. 그러면 (가), (나)와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x의 가수가 될 수 있는 후보는 1/5, 2/5, 3/5, 4/5입니다.)

4. 진행하기 3
상황 파악을 한 끝에, x의 가수가 될 수 있는 후보를 찾아 내었습니다. 4개밖에 안 되니까, (나)에 하나씩 넣어 보면 어느 가수가 진짜 가수인지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한편, (나)가 가능하게 되는 x의 가수의 범위를 찾은 다음에 그 범위에 있는 후보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 방법은 부록으로 돌립니다.

5. 되돌아보기
여기까지의 과정에서, 저는 뭔가 대단하고 어려운 것을 성취해 나가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나아가면서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했습니다. 가령, 가장 먼저 (나)를 보고 (나)가 성립할 수 있는 가수의 범위를 찾아낸 다음에 (가)를 이용하여 풀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그냥 (가)를 보면서 차근차근 작은 걸음씩 나아가려고 했습니다. 애초부터, 수능이 거창한 풀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방침 B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마 여러분이 제 풀이와 해설을 보고 두 가지를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제 풀이나 해설대로만 따라가면 좋겠지만 실제 풀이에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새지 않느냐, 군더더기가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첫 번째 의문에 답하고자, 해설을 통해 풀이의 각 부분을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는지 개연성 있는 이유를 제시하고자 했고, 도움이 될 "방침"을 추출해 내어서 앞부분에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부족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대한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좋은 댓글과 견해가 있다면, 다음에는 좀 더 좋은 해설을 만들 수 있겠지요.

한편 생각의 군더더기를 어떻게 줄이느냐는 문제에는,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답이 형태를 갖추지 않았지요. 다만 현재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의 군더더기를 줄이는 것은 방침 A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그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문제에 맞추어"와 "상황 파악"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읽어주신 데에 감사하며, 읽은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저에게 여러 가지 피드백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인 생각, 솔직한 느낌, 여러 가지 견해 등등 환영합니다.

부록은 다른 글로 써 둡니다. http://orbi.kr/000286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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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카렌 · 278738 · 12/04/11 03:03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나카렌 · 278738 · 12/04/11 03:10 · MS 2018

    한편, 제 견해나 생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꽤 변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이전 글에서는 XXX라고 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YYY라고 한 게 아닌가요?"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질문해 주세요. 그러면 그 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어느 점에서 다르고 어느 점에서 같은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드리겠습니다.

  • 나카렌 · 278738 · 12/04/11 03:10 · MS 2018

    같은 글이 포만한 카페에도 있습니다.

  • 2013. · 402156 · 12/04/11 04:05 · MS 2012

    제가 푼과정이랑 같네요 ㅋ

  • kim8739 · 337534 · 12/04/11 09:16 · MS 2010

    (가)에서 0 ≤ g(x^2) < 1, 0 ≤ g(x^3) < 1이고 f(x)는 정수이므로 f(x)는 0 또는 1이다.
    f(x)가 0이면 g(x^2) = g(x^3) = 0이고, x = 1이 되어 (나)를 만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f(x) = 1 = g(x^2) + g(x^3) 이고, 두 번째 등호에서 x^2 * x^3 = 10^m (m은 자연수)이다.
    이에서 logx = 1 or 1.2 or 1.4 or 1.6 or 1.8이고 logx = 1이면 (가)를 만족하지 않는다.
    여기서 9(x^4)

  • 나카렌 · 278738 · 12/04/11 18:02 · MS 2018

    저도 그렇게 풀었습니다만, 해설하면서는 다른 방향에 대해서도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써 두었습니다.

  • 천연옥 · 369537 · 12/04/11 22:58 · MS 2018

    전 이상하게 나부터 풀다가 아슙 안풀리네는아니고 왜 범위는 나오는데 특정값을 구하래서 보니깐 가가 있네요 이런 문제에 제힘을 낭비햇다니 ㅠㅠ 맞췃는데 짜증ㅠㅠ 역시 가에서 나로 가는게진리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