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42번 보기 관련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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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42번의 보기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서 가져왔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보기에서 소개된 내용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을 수 있는데......
그 때는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의 The Traditional Square of Opposition 항목( https://plato.stanford.edu/entries/square/ )의 처음부터 2.2까지를 읽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한 부분에 대한 최근의 한 해석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제가 정리한 것이니까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을 인용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의 한 해석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보고 있는 교과서나 책에서는 이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대개,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네 유형의 명제를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
A.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
I.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
E.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
O.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A와 E가 동시에 참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이것이 보기에 나왔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가 참이라는 것은 모든 학생의 집합이 연필을 쓰는 자의 집합에 포함된다는 것이고,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가 참이라는 것은 모든 학생의 집합이 연필을 쓰지 않는 자의 집합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A와 E 모두 참이지 않을까요? 이것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해석할 때에 이런 가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해당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낱말만이 논의 속에 등장한다.
그러니까 학생에 해당하는 존재가 있을 때에 "학생"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입니다.(예전 글에서 말한 루카시에비치Lukasiewicz의 해석이 이것입니다.) 어느 정도 그럴듯하기도 한데, 최근에 이런 해석이 제안되었습니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의 표현은 다음에 더 가까운 모양입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 표현을 제가 좀 다듬었습니다.)
A. 학생이 있고 다들 연필을 쓴다
I. 연필을 쓰는 학생이 있다.
E. 연필을 쓰는 학생은 없다.
O. 학생이 없거나 연필을 안 쓰는 학생이 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면, A와 E가 동시에 참일 수 없다는 게 꽤 그럴싸해 보입니다. 학생이 아예 없는 경우에는 A, I가 거짓이고 E, O가 참이 될 거고요.(애초에 학생이 없으니까, 연필을 쓰는 학생도 없습니다) A의 부정이 O라는 것, I의 부정이 E라는 것도 바로 보이고, A가 참이면 I가 참이고, E가 참이면 O가 참이라는 것도 보입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최근에 제안된 해석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것을 현대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착오가 일어났다는 것이 됩니다.(The Traditional Square of Opposition 항목에서는 그 착오가 대략 근대 시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봅니다. 논리학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근대보다는 중세에 활발했습니다.)
이쯤에서 몇 가지 문장을 인용해 볼까 합니다. '학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서 A와 E는 어떻게 될까, 라는 문제를 위에서 제기했었습니다. 이 문제제기를 The Traditional Square of Opposition 항목의 1.2에서도 설명하면서, 이런 문장이 이어집니다.
Were 20 centuries of logicians so obtuse as not to have noticed this apparently fatal flaw? Or is there some other explanation? 이천 년 동안 논리학자들이 뭘 잘 몰라서 그런 치명적인 결점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설명이 있을까?(번역은 저의 것이고 약간 의역입니다.)
그런 다음, 2.2에서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The ancients thus did not see the incoherence of the square as formulated by Aristotle because there was no incoherence to see.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것에서 고대인들이 문제점을 보지 못한 것은, 문제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번역은 저의 것이고 역시 약간 의역입니다)
대략 이 정도로 하며, 재미있는(?) 또는 유익한(?) 읽을거리가 되었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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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작성글 보니까 형식논리학 관심 많으신 분이신가 봐요
이런 거 공부?연구?하시나요?
관심있어서 공부해 오고 있다... 라고 하면 맞을 거 같아요.
작성하신 글 몇 개 봤는데 재미있는 것 같아요. 논어 얘기나 역학 얘기나.. 뒤에 이어질 내용도 듣고 싶네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자주자주 들러서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세요ㅎㅎ
한참 예전에 쓴 글을 얘기하니까 뭔가 부끄러운데요... 어쨌든 간간히 쓸만한(?) 글 올릴 수 있다며 올려 보겠습니다.
번역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요? ㅎㅎ
라이프니츠에 대해 남겨주신 댓글에 답글을 달고 싶었는데, 너무 여담이라 그 글에 자꾸 달면 안 될 것 같아서 여기다가 답을 남깁니다. 라이프니츠는 신의 머릿속에 모든 가능세계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고 그 중에 신이 제일 나은 걸 선택한거라 이야기하죠. 이 말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제일 나은 세계가 되는거고...
근데 그 이전의 철학자들, 그러니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저는 더 좋아해요. 데카르트는 신이 그냥 자의적이고 우연적으로 세계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신이 그냥 그렇게 골랐으니 우리 세계가 최고다 - 라고 얼버무리죠. 스피노자는 세계가 이런 것은 필연적이며 다른 가능성은 없다고 이야기하고요... 뭐 스피노자는 다른 가능성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으니 우리 세계가 당연히 제일 좋은 세계가 되는 건 마찬가지구.
라이프니츠 입장에서는 신은 선하니깐 최선의 것을 창조해야 하는데 그렇게 랜덤하게 정한다는게 굉장히 못마땅했던 거 같은데, 뭐 이렇다고나 할까요? 셋 다 우리세계가 최고라고 생각은 하는데, 데카르트가 "이 세계가 우리 세계니깐 이 세계가 최고야" 라고 이야기하고 스피노자가 "이 세계는 운명이고 다른 가능성은 없어. 나는 이 세계가 좋아" 라고 이야기한다면, 라이프니츠는 "가능한 모든 세계들을 하나하나 훑어봤는데 이게 최고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뭐 누군가를 좋아할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니깐 너가 최고야" "너는 내 운명이야" 에 비해 "내가 모든 사람들을 다 따져봤는데 너가 최고더라"는 좀... ㅎㅎ
데카르트와 스피노자가 공유하고 있는 어떤 맹목적인 믿음이 라이프니츠에게는 결여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구질구질(?)하게 이것저것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요. 사실은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한, 우리 세계가 최고일거구... 그래서 저 세계가 언뜻 보기에는 이 세계보다 나아보인다 할지라도, 논리적으로는 그래보인다 할지라도, 중요한 건 그런 논리라기보다는 우리 마음인 것 같다고나 할까요.
가능세계의 독립성에 그런 함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독립성에 의해 하나의 가능세계와 다른 가능세계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놓여있는 뭐랄까 전혀 양립할 수 없는 세계이고, 따라서 둘의 우열을 '논리적으로'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아니면 가능세계에 있어서는 양화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의 함의가 이거일지도요 ㅋㅋ... 그냥 잠이 안와서 글 훑어보다가 댓글보고 생각이 나서 진짜 뻘댓글 한 번 써봣슴미다
the square as formulated by Aristotle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것'으로, incoherence를 '문제점'으로 옮긴 것이 정확한 번역은 아니니까요ㅎㅎ.
라이프니츠는 뭔가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와는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라이프니츠가 생각한 신은 데카르트나 스피노자가 생각한 신과도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요. 뭐랄까, 라이프니츠의 신은 우주 전체를 이성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통치하는 군주 같은 이미지로 느껴져요.(인격신으로부터 이신론적 신으로 살짝 기울었다는 느낌도 간혹 들고...?)
가능세계의 독립성이나 가능세계에 양화논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는 아무래도 논리 안에서의 얘기 같다면(적어도 제게는) 말씀하신 것은 논리와 논리 바깥 사이의 얘기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 지점이야말로 미묘하면서도 재미있는(?) 포인트일 거라고 생각해요.
님 이런 철학적 읽기 자료들은 어디서 구하나요?? 도서관에 관련 책들이 많이 잇나요.
본문에서 밝혔듯이, 글을 쓸 때 참고한 것은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이고 이건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보다 상세한 설명은
https://ko.wikipedia.org/wiki/%EC%8A%A4%ED%83%A0%ED%8F%AC%EB%93%9C_%EC%B2%A0%ED%95%99%EC%82%AC%EC%A0%84
에 되어 있습니다.(한국어 위키백과의 스탠포드 철학사전 항목입니다.)
그리고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조금 인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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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전은 온라인상의 상태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사전과 학술지의 전통적인 학문적인 접근방식을 사용하여, 백과사전과 동료평가를 통해 다루는 영역에서 (반드시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유능한 편집자나 편집위원회가 현장에서 선별한 전문적인 작가들을 통하여 획득한 높은 수준의 문서를 얻어낸다.
스탠포드 철학사전은 에드워드 N. 잘타가 1995년에 전통적인 인쇄된 사전마냥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갱신되는 역동적인 사전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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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이 부연 설명을 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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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