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20-03-15 22:09:05
조회수 6,243

나의 수험생활 연대기x 정보기 1. 산속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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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속고시원 

- 20살 1월 ~ 20살 7월

- 27살 4월 ~ 29살 11월


들었던 돈 : 월 50

가성비 : ★★★★★

식사 :  ★★★☆

환경 : ★★★☆

교통 : ☆

적정성 : ★★★★★ or ☆


- 가성비 :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최상의 가성비

50만원에 작은원룸 + 대학교기숙사급식이상의식단 + 독서실 + 헬스장 + 수험커뮤니티조성 가능

이건 사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불가능한 가성비일거다.

게다가 뒤에 서술할 교통이 그야말로 극악 쓰레기이다보니 돈을 쓸래야 쓸 곳이 없다.

아무렴이면 난 여기서 50만원씩 쓰고도 돈이 모이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했다.


- 식사 : 대학교 학생회관 상위호환 급식 

딱 급식 느낌이다.

이건 고시원 빨을 많이 탄다고들하는데 내가 갔던 두 곳은 다행히도 맛있었다.

공부하다가 점심시간 스리슬쩍 되면 아 오늘 뭐나올까 기대되는 정도

다만 식당 이모가 한 분 많아봐야 두 분이기때문에 이거 한 3개월 있으면 대충 식단을 돌려먹는구나 감이 온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본인들이 잘 하는 음식이 있을 것이고 갑자기 새로운 음식 도전하기는 힘들 터

초반에 여기 맛이 없다 혹은 내가 안 좋아하는 반찬만 나온다 싶으면 수험생활 내내 그거 먹어야 한다


- 환경 : 가성비 하지만 기대하지말자 (자연이 있다는게 어디...)

독서실, 헬스장, 쉼터, 산책로 등등 모든 것이 완비되어있다.

게다가 50만원 안에 싹 다 들어가있으므로 가성비로는 최강이지만

대체로 산속고시원들이 한 20년 전에 지어진 것들일텐데 기구? 절대 안바꾼다.

다 삐걱거리고, 어느정도 부숴져있고, 손떼를 가득 타있다.

사실 이 시설만 보면 별 반개짜리이지만 자연이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싶다.

도시 어디에서 계곡 물 부숴지는 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 참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황금빛 논밭과 빌딩 10층만한 나무의 흔들림을 보며 힐링할 수 있을까?

지금도 한번씩 시골이 그리워지곤한다.


- 교통 : 집... 가지마... 못가

하루에 버스 8개 다닌다.

그 버스타면 도시가 아니라 읍으로 간다.

읍에서 도시로 갈라면 30분 더 기다려야한다.

그냥... 가지마 못가


- 적정성 : 도 아니면 모

할 말 너무 많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도 아니면 모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도'가 아닐까?ㅋㅋㅋ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생을 불태워없애고 있으며 2년, 3년, 5년씩 한 고시원에서 산 분들이 허다하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 허다하다. 한 반은 2~5년이다.

도대체 왜 저렇게 살까? 싶은 동시에 정신차리고 보면 어? 그러고보니 나도 그렇게 살고있네ㅋ 하게된다.

사람들은 외로운 동물이다.

그래서 다들 친구가 필요하고 연인이 필요하다.

그렇게 "무슨 공부하세요?"로 시작하여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과 사랑을 쌓아간다.

그러고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시작하여 '살만한...데?'로 이어가고 '이렇게 살...까?'로 종점을 찍는다.

신기한 건 고시원 나오는 순간 거기 인맥 90% 정리된다.

당연한거지


한줄평 : 수험생활에 진정한 도박이 있다면 그건 독학재수가 아니라 산속고시원 행이다.




이 외에 집독재 / 대치동 / 신림동 / 노량진 다 살아봤구요.

반응 좋으면 정보성 위주로 지난 10년간의 수험생활 정보 하나~ 둘~ 풀거구요.

요즘 시간이 남아돌구요. 

질문있으면 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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