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감상법 연재3. -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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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 하나의 과정으로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는 원인들
어떤 이유에서 문학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앞에서 소개한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을 밟아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 단계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
각 단계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다음 단계를 올바로 해낼 자료를 얻지 못하는 이유 두 가지 때문이다.
1. 언어적 해석의 실패
• 읽었으나 읽지 않는다.
☞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제대로 불러내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는 우리의 기억
속에 있다. 그런데 기억 속의 의미를 불러내는 과정이
부실(습관이 되어 있지 않음)하면 문장을 읽을 때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문장의 의미에 집어 넣지 않는다.
☞ 문장의 표현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의 특이한 점을 보고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문법적으로 인과 관계를
표현하고 있는데 ‘A가 B의 원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거나, 문법적으로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것을 해석하려 들지 않는 것이
다. 이것 역시
문법이라는 규칙, 단어의 사용 용례 등 올바른 언어 표현을 기억 속에서 불러와 기준으로 삼지 않는 문제가 있다.
• 읽었으나 선택하지 않는다.
☞ 단어를 읽고 그것의 적절한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단어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리고
철자는 같으나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도 있다. 여러 의미들을 기억 속에서 불러 낸 다음 저자가 사용한
의미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선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 언어적 해석에서 문과 학생과 이과 학생의 차이
문과
학생과 이과 학생이 언어적 해석에 실패하는 원인은 조금 다르다. 단어(의미)가 블록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문과 블록
문과
학생은 단어의 의미는 다양한 모양(의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어를 보면 이 단어가 어떤 모양인지를 생각한다. 마치 테트리스의 다

양한 모양의 블록과 같다. 오른쪽 그림을 보면 여섯 가지의 테트리스 블록이 있다. 알다시피 테트리스는 여러 모양의 블록을 모양대로 끼워 맞추는 것이다. 이것을
잘 하려면 먼저 블록이 어떤 모양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쌓여 있는 아래쪽 더미의 모양을
생각한다.

이과 블록
이과
학생은 단어의 의미는 오직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벽돌과 같다. 그래서
단어를 만나면 한 가지 의미만 떠올린다. 늘 같은 모양, 같은
크기여서 다른 벽돌과 같이 쌓아 올렸을 때 한치의 오차가 나지 않는 것이 미덕인 벽돌처럼 생각한다.
단어가
쌓이면 글이 된다. 그렇다면 블록을 쌓으면?
문과 학생의 블록 쌓기 - 테트리스
문과
학생은 이과 학생보다는 문학과 비문학 인문 지문 읽기에 능숙하다. 왜냐하면 문학이나 비문학 인문 지문을
읽을 때 단어의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 외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모양의
테트리스 블록을 짜임새 있게 쌓는 것처럼 문학이나 비문학 인문예술 지문은 맥락에 따라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거나,
단어에 부여된 의미를 생각해서 개념적 사고, 추상화를 요구한다.
그런데
과학기술 지문은 과학 이론으로 과학 현상을 설명하거나 기술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데, 단어의 의미보다는
글 전체 내용이 묘사하는 상(model)이 중요하다. 문과학생은
단어의 의미가 다양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서 단순한 단어가 쌓여 있는 과학기술 지문의 전체 내용의 형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워한다.
이과 학생의 블록 쌓기 – 벽돌 쌓기

과학기술
영역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추상적이지 않다.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그런
단어들이 묘사하는 상(model)을 파악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문학과 인문예술 지문은 이과 학생이 읽기에 이상하다. 벽돌 모양이 여러 가지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모양을 고려해서 여기 저기로 보내야 한다니, 아 이런 OTL…
2. 상황 구성 실패
• 전체를 보지 않는다? 아니, 전체를
예측하지 않는다.
☞ 언어적 해석을 통해 알게
된 것에서 글 전체의 상(model)을 그리지 않고 내버려 둔다.
언어적 해석을 통해 작품에서
알게 된 정보를 퍼즐 조각이라고 생각해 보자. 퍼즐을 맞출 때 퍼즐 하나를 보면서 원 그림(상자에 그려진)을 통해 전체 모양을 생각하고, 퍼즐 하나가 전체 가운데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가? 보통
퍼즐을 맞추기 시작할 때 모서리 조각을 찾는다. 그런 다음 테두리 조각들을 찾는다. 그래서 전체의 테두리를 완성한다. 그런 다음 테두리 조각과 이웃한
조각을 찾는데, 이때 조각에 그려진 그림을 본다. 그림의
색깔을 보고 비슷한 색깔끼리 모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언어적 자료 하나를 볼 때마다 글 전체의 상을 생각해서 그것이 다른 언어적 자료와 함께 작품이 다루고 있는 상황을
구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데, 이렇게 글 전체의 상황을 구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구성하는 능력이 없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
3. 의미/정서에 도달하지 못함
• 정서를 단순하게 생각한다.
☞ 정서가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전부인 줄 안다. 작품에서 어떤 정서를 느낄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슬프다, 기쁘다, 즐겁다 정도로만 대답하고 만다. 정서는 결코 그 정도가 아니다.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황당하다’는 것은 희로애락 중 무엇에 속하나? 세부적으로 나아가 보자. 슬픔은 비통, 비애, 비탄, 설움, 애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문학에서 슬픔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동을 통해 정서를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흐느낌, 애통한다, 통곡한다, 눈물을
흘린다 등과 같이 주인공이 어떻게 우는가를 보면 그가 어떤 슬픔을 느끼는 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서를 너무 단순화하고 그것을 더 자세히 파악하려 하지 않음으로써 화자나 주인공의 정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작품에서 정서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부끄럽다’는 표현이 있으면 그것으로 끝난다. 왜 부끄러운지를 알아보아야 정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옷이
벗겨져서 부끄러운 것인지, 자신의 거짓이 드러나서 부끄러운 것인지 알아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정서는 복합적이다. 그래서 단지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후회스럽고, 절망적일 수 있다. 이처럼 작품에는 복합적인 정서적 상황에 제시되어
있고 이를 제대로 감상했는지를 묻는 문제로 이어진다.
• 2차
정서를 떠올리지 않는다.
☞ 작품 내의 정서만 생각하고
독자의 정서적 반응을 생각하지 않는다. 윤동주 시에서 화자가 자신을
부끄러워하니 나도 부끄러운가? 아니다. 숙연해진다.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자라를 속이고 달아나며 즐거워할 때 우리도 즐거운가? 아니다. 짜증난다. 쫓아가서 때리고 싶어진다. 화자 또는 인물의 정서와 작품으로부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정서는 다르다.
• 정서의 강도를 생각하지 않는다.
☞ 정서의 강도에 따라 독자의 반응은 달라진다. 작품 : 슬프다 – 독자 : 슬프구나, 작품 : 죽도록 슬프다 – 독자 : 엄청나게 슬프구나…가여워라. 어떤
정서인지만 확인하고 그 정서가 얼마나 강렬한가에 무감각하면 앞의 2차 정서가 떠오르지 않는다.
• 의미와 정서를 결합하지 않는다.
☞ 전체적인 맥락을 통해
의미를 파악할 때 정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할때 정서를 통해 폭을 좁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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