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약스압) 종강 일주일 전, 나는 반수를 결심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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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새오. 호랑이애오.
오늘은 뱃지 나온 기념으로 `나의 반수 생활` 수기를 써보려 합니다.
제가 좀 투머치토커라 글이 루즈할 수는 있어요.
또 제가 반수 생활 썼던 일기와 같이 글을 전개할 거라 약간 오글거릴 수도 ㅎㅎ
그럴 땐 좋아요만 살짝 눌러주시면...읍읍 아닙니다.
최대한 잘 쓰려 노력하겠지만 읽기 힘드시다면 제 글솜씨를 욕하십쇼 ㅠㅠ
먼저 작수 등급은212114(아)
올수 등급은111221(아)
탐구는 사문법정 ㅎㅎ(법정 절대 하지마 ㅅㅂ 그냥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제발)
평균회귀냐? 하실 수도 있는데 맞아요 ㅅㅂ... 공부 좀 더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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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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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일주일 전, 나는 반수를 결심했다.
이대로 어정쩡하게 살다가는 내 인생을 스스로 망쳤다는 죄책감 속에 20대를 살아갈 것 같기에.
그런 자기혐오를 느끼기엔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기에.
내게 수능은 하나의 트라우마였다. 아직도 19 수능 국어 시험지를 폈을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나, 어떡하지?'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평소 omr을 다 체크한 후 20분 정도 쪽잠을 자는 나는,
내 수험표 뒤의 가채점표도 다 채우지 못했다.
인생 최악의 점수를 맞은 후 다른 과목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잘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실패감에 젖은 채로 12월을, 술에 젖은 채로 1월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는 50만원을 버렸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은 대치에서의 컨설팅과
정말 열정적으로 도와주셨지만 도움되진 않았던 학교 선생님들의 조언
수많은 합격예측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결국, 난 평생 생각도 하지 못한 한국외대의 모 학부를 가게 되었다.
대학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재미있었고, 학과도 나와 정말 잘 맞았다.
이대로 가면 무난히 과대를 이어갈 것 같았고, 총학을 들어갈 것 같았다.
매일 이문동 술집을 어슬렁거리며, 시험기간에는 과방에서 밤을 새며,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았다.
학벌에 대해 아쉬움은 남곘지만, 어디 가선 꿀리지 않는 스펙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살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어물쩡거리다 어느새 6월, 기말고사 기간이 왔다.
교양영어 시험을 보고 나와 벤치에 현타 온 채 앉아있었는데 경희고 놈들이 지나갔다.
기껏해야 한살, 두살밖에 차이나지 않았을텐데, 부러웠다.
아직 인생의 시작선을 자신의 노력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여서.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는 생각이였지.
충동적으로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반수 할래. 학원 어디 가지?'
엄마는 하루 후, 내게 3개의 학원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라고 했다.
강데는 성적은 되지만, 너무 늦어 예비 11번이라고 했고.
결국 수업료 50퍼센트 장학금을 준다는 경기권 모 기숙학원을
새벽 5시까지 먹었던 술이 깨지 않은 채로, 나는 몽롱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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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얼떨떨하다. 뭐가 뭔지도,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145일, 되게 짧으면서도 긴 반년이 될 것 같다.
수능특강, 법정, 영독연. 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들어본 단어들.
하지만 오늘부턴 공강, 종강, 과제보다 많이 들을 단어들.
사람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존재 가치가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어제는 대학에 있었으니 대학생. 지금은 학원복을 입고 있으니 재수생.
여러모로 역사적인 하루다.
06.23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건 언제나 힘들다.
특히 이미 안정화된 사회에 굳이 달갑지 않은 포지션으로 오는 것은 더.
07.02
난 새삼 느끼고 있다. 현역 때 내가 얼마나 쓰레기같이 살았는지를
07.09
좀 웃기긴 한데, `내 공부의 재미`를 알 것도 같다.
나에게 공부의 재미는, 성취욕?
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상태에서 얻는 쾌감, 오늘은 몇 시간 했다는 쾌감.
페이지를 넘기면서 느끼는 성취감? 이런 뉘앙스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던데, 순공 시간 처음으로 13시간 넘겨따 ^~^ 오늘도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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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주간, 나는 평생 몰랐던 공부의 재미를 깨달았다.
태생이 남의 눈치와 주변의 분위기를 많이 보는 타입이라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처음으로 진짜 공부를 한 것 같았다.
1학기에 대학생활을 너무나도 열심히 했기에(?) 수능특강도 학원에서 준 걸 그냥 받았다.
담임이 공부할 책 없냐고 해서 없다고 했더니 벌레같이 보던 그 시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현역 때 나는 흔히 말하는`맨날 자면서 성적 잘 나오는 새끼`였다.
19수능 D-40까지는 하루에 14시간정도 자고, 2시간정도 공부했다.
공부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안해도 잘 나와서 솔직히 하기 싫었다.
2학년때부터 '남자는 정시다.'를 입에 달고 살아서 내신공부는 진작에 버렸지만 그 시간에 정시공부를 하진 않았다.
그런 정신머리였으니, 수능을 중경외시 라인은 갈 정도로 본 게 더 신기한 거였지.
암튼, 그렇게 1주일 내내 수능특강만 풀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오기가 생겼다.
남은 1주일, 하루 10시간동안 수특만 잡고 있었다.
4시간 정도는 수업이였으니 말 그대로 잘 때, 먹을 때를 빼곤 공부했다.
누군가는 무식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어차피 공부할 다른 책도 없었는걸.
그렇게 2주를 깡으로 공부하다가 너무 지쳐서 6평을 인쇄해 보았다.
일요일 하루, 날을 잡고 모의고사를 보았다.
문득 `아, 오랜만이다.`라는 감상에 빠졌지만 곧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결과는 국어 90, 수학 89, 영어 83, 사문 46, 법정 45. 등급은 11212
생각보다 잘 나와서 놀랐다.
하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안도하지 않았다.
2등급보다 애매한 1등급이 더 화났다.
곧바로 기출문제집과 심심할 때 풀 국어 비문학, 수학 문제집을 사고 다시 수능특강에 코를 박았다.
이렇게 내 2020 수능의 타이머는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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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
사회 실재론자들의 주장같이, 난 인생 실재론이라는 주장을 펴고 싶다.
인생은 일상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알 수 없는 사건, 뜻하지 않은 인연, 우연한 행복 정도는 일상 밖에 실재해줘야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좀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07.27
나는 바보 ~ 멍청이 ~ 병신 ~
밀려썼다고 해도 될 점수.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사관학교가 이 점수를 붙여주면 그건 육사의 수치다.
08.01
8월의 첫날이다. 으, 한여름.
벌써 여기 온 지도 40일이 넘었네. 많은 것이 바뀌었음에도, 하나도 바뀌지 않은 듯한 모순적인 느낌.
그냥 행복하고 싶다. 지금은 안 행복할까?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행복하면 뭐가 좋지? `좋음`이라는 감정? 가치의 원동력?
아니, 행복 자체가 감정이자 가치 아닌가? 갑자기 혼란스럽네
내가 진짜로 행복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가 언제였지?
확실한 건 여기서 진짜 행복했던 적은 없었고, 없을 거라는 거.
08.06, D-100.
드디어? 벌써? 이제야? 100일이 왔다.
어떤 부사를 써도 어울리는 신기한 문장.
사실 수능이 300일 남았다, 며칠 남았다 했을 땐
대학 생활을 너무나도 착실히(?) 하고 있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실 며칠인지도 몰랐음 ㅋ
이제, 100일이 남았단다. 내가 여기 들어온지 45일?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다.
난 이제야 한 달 공부했는데 사람들은 페이스를 중후반으로 맞추는듯 하다.
난 아직 긴장이 안 되는데, 흠.
그래서인가, 수능이 끝나면 정말 갈피를 못 잡을 것 같다.
잘 보든, 못 보든 끝을 낸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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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의 하루는 단조로웠다.
그곳에서 할 것이라곤 공부, 그리고 기다림밖에는 없었다.
점심, 저녁시간이 얼른 오기를.
하루가 제발 끝나기를.
일주일에 한 번인 전화할 수 있는 날이 금방 오기를.
한달에 한 번인 휴가가 금방 오기를.
이 쳇바퀴같은 생활의 유일한 목표인 수능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대학교때 잠깐 피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꺼냈다.
하루에 2개비, 4개비, 한갑
1미리, 3미리, 5미리.
단조로운 생활 속 늘어나는 것은 담배뿐이었다.
기숙학원 선생님들은 고등학교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양질의 자료와 강의력을 가지고 계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강이 너무 그리워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메가패스를 끊어달라고 했다.
내 요정 머종쌤이 너무 그리웠고, 지금은 언급할 수 없는 '그놈'의 아이케아 썰이 듣고싶었다.
절대 공부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아랍어 인강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영상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인 휴가는 수능대박보다도 간절했기에
당연히 합법적으로 나갈 수 있는 사관학교 시험 또한 보러 나갔다.
결과는 국어 94, 수학 72, 영어 93.
수학시험이 끝나자 마자 든 생각은
‘내가 수학을 이렇게나 못했나?’ 밖에 없었다.
‘이런 실력으로 주제넘게 반수를 한다고, 그냥 쌩재수를 할걸.’ 이라는 후회를 하며
대학 동기 놈들과 4시까지 술을 마셨다. 응?
결국 결과는 1차 최초합이었지만 나름 자신 있던 수학을 이렇게 망쳤다는 생각에,
그 날 술이 유독 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지나, 수능 D-100이 왔다.
앞으로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더럽게도 더운.
햇빛조차 어지럽게 푸르던 8월의 한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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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졌네요..
반응 괜찮으면 9평~수능도 한편 더 써서 올릴게요.
사실 안 괜찮아도 올릴 생각임 ㅋㅋ
그냥 수험생활을 글로 한번 더 정리하며 내 스무살과 작별인사하는 느낌 들고 좋네요 ㅎㅎ
반수나 외대, 기숙학원의 생활 등 궁금하면 프로필 오카로 오셔요ㅎㅎ
3초칼답하려고 유지하는 편 ㅎㅎ
아 쪽지로 반수 어디서 하셨냐고 물어보시는 분들 좀 계시는데
저는 제 학원은 절대 추천 안 해서 못 알려드려요...ㅠㅠ 죄송합니당.
암튼..!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 한번 눌러주시죠.
호랑이의 반수 수기 1편 끝!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
호랑이도 인정한 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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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망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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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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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진짜 안 좋고 사람들이랑 애기하기도 싫은데 학교에서 티 내세요....??? 진짜 너무 우울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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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어요~담편도 써주세요!
고마워옹 열심히 써볼게용
마지막 차단
글 잘쓰셨네요 저도 반수하면 일기 꼭 쓰고싶네요
꼭 샤대 가서 수기 쓰십시옹 ㅎㅎㅎ 반수하신다면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 누르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젊을때 도전하고 싶은거 결국 해보는게 맞는거 같더라구요. 앞으로도 재밌고 행복한 대학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해요 글 재밌게 읽으셨다니 그것만큼 보람찬게 없네여 ㅎㅎ
형 고연이야
그리고 글 진짜 잘 읽었습니다
멋있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연.
고.
올려줭
잊어버리고 읻얻는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