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가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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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처음 들었던 것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2014년 9월에 발표됐다지만, 당시는 아니었다.
젊은 세대의 노래를 다시 듣게 된 것은 아해 때문이었다.
이어폰 너머로 아해가 흥얼거리며 듣던 랩은 어쩔 수 없이 귓바퀴에 담겼다. 아이돌의 노래부터 다시 들었다. 양화대교는 아해가 대학에 입학한 2015년 이후에야 들었던 것 같다.
‘양화대교’에 꽂힌 이유는 가사 때문이었다.
‘어릴 적 엄마 100 원만 했던 내가 이제 돈을 번다. 그래서 이제는 아빠 엄마만이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조차 나를 쳐다본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이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라떼’만 해도 그러지 않았던가? 남자는 돈을 벌어봐야 성인이 된다고... 양화대교에는 돈 버는 남자, 한 가정의 기둥이 된 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나도 그랬다. 1990년 2월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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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는 고교 1학년 때 자퇴했다. 못난 아비의 권유 때문이었다.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의 극심한 불일치를 보면서 아비는 ‘효율’만을 생각했다. 아해의 꿈은 어느 지역교대에 진학해서 초등교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데 내신이 ‘개떡’이라니... 당시 교대는 정시에서도 내신 비중이 높았다. 그래서 자퇴를 ‘시켰다’. 검정고시 출신은 수능 성적이 내신이 되니까...
돌이켜보면, 참 나쁜 아비다.
훗날 아해는 노래 들으며 학원에 등-하교 하기와, 밤 10시 30분, 종합반 공부를 마친 뒤 귀가하다가 집 근처에서 피웠던 담배 한 대가 ‘유이한’ 낙이었다고 했다.
때로, 아해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나 역시 동네 어귀에서 기다리다가, 아해와 담배 한 대를 맞 피워 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2013~1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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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아해는 서울의 어느 교대(아예 이름을 밝혀라, 이 돌대가리야...)에 진학했다. 그리곤 4학년이 돼서, 내가 보기에는 ‘시험 같지도 않은 시험’ 공부를 죽어라고 했다.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예를 들자. 지난 해 11월에 치른 임용시험 중 음악에서는 이런 문제가 나왔다.
17세기 문인 남구만의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중 악보 하나를 보여준 뒤 시조 중 어느 부분을 노래한 것인가를 물었다. 정답은 ‘우지진’이다.(동창이 밝았느냐 노고리지 우지진다,에서 ‘우지진’!)
이 노래의 가락을 정확히 알아서 문제를 푼 수험생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공부까지 하려면 유명 시조의 노랫가락을 다 외워야 할 터인데?
그냥 ‘암기의 신’이 돼야 정확히 풀 수 있는 문제를 임용고시랍시고 내면서 21세기 교실을 이끌 교사를 뽑겠다는 것이다. 축복 있으라,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이여...
시험만 끝나면 바로 잊어버릴 내용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세대를 가르치기 위해 아해는 거의 통으로 암기했다. 성적은 무척 좋았다. 하지만 이런 암기가 21세기 중반 이후를 이끌 초등생 교육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될지 나로서는 여전히 이해불가일 뿐이다.
임용 시험 기간 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너는 된다”는 값싼 격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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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눈에 밟힌다.
수능을 코 앞에 둔 2014년 가을 어느 밤 10시 40분 쯤...
어두운 배경에서도 아해의 모습은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아비이니까... 이어폰을 귀에 꽂고 축 처진 가방을 등에 멘 채 걸어오던... 대입에 실패하면 '공식 학력'은 '중졸'이 된다는 생각에 짓눌렸던 녀석이었다.
수고했다, 운운의 싸구려 격려. 그리고 나눴던 담배 한 대.
아해는 이제 돈을 번다. 자이언티의 노래처럼, 이제 나도 너를 쳐다볼게. 1990년 2월 이후 내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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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봅니다
예, 오랜만에 올렸습니다. 이제 모든 짐에서 벗어났기에요. 항상 평안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글을 참 잘 쓰시는.. 예전에 사법고시 관련 글부터 생각날 때마다 가끔 찾아봅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감상에 젖어서요.
글 잘 읽었습니다:D
어느 50대 중년 남자의 값싼 감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싸다고 다 비지떡 아니죠.
집밥 같았습니다 : )
제가 받은 최고의 찬사... 감사합니다.
작년에 안타까운 글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올해 붙어서 참 다행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예, 두 번째 도전이었고, 그래서 지켜보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라떼'는 살기 참 편했던 것 같은데...
격려 감사합니다. 항상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그리고 이제 선생님이 된 자제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제분 합격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교대도 그렇지만 사범대 임용 체계는 어찌됐든 근본적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사범대 죽이기도 아니고, 이게 뭔지요...
선생님 앞길에 항상 서광만이 함께 하기를 비옵니다.
안녕하세요 위선님 :-)
값싸지만 값싸지 않은 위로 저도 받고 가요
항상 글에서 따뜻함이 묻어나요...
감사합니다. 항상 평안하소서.
축하드립니다!!
저는 조금 이기적인 자식이었습니당... 내인생인데 떨어지면 어때.. 하던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부모님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끔은.. 아니 종종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삶도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부끄러워서 부모님께 직접 이런말을 할 용기는 안납니다만.. 저희 부모님의 모습을 이렇게 투영해서 바라보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ㅎㅎ
언젠가.. 어느 장소에서! 같은곳을 바라보는 동료교사로서 자제분께 인사드릴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아닙니다, 선생님은 진정 교사로서의 품성을 갖춘 분이십니다.
다만... 부모님과 오늘이든 언제든 소주 한 잔 하시면서 술김에라도 말씀해보소서. 감사하다고...
선생님의 앞 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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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은소식으로 오셨네요. 자제분 합격 축하드려요감사합니다. 항상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