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체명징(國體明徵) 일만일체(日滿一體) 팔굉일우(八紘一宇) - 넷플릭스 ‘경성크리처’의 시대 배경 고증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6198264



수시와 정시로 골치 아프시죠? 혹 시간되시면 머리도 식히실 겸, 넷플릭스 드라마 한 편 보시렵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 크리처’를 최근 보았습니다. 미국의 동경 대공습(1945년 3월 9~10일) 직후였던 1945년 3월 말을 시대 배경으로, 일본의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괴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대 고증에 나름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첫 회의 시작 부분부터 받았습니다. 첫 회는 731부대로 보이는 일본군 생체실험부대가 만주에서 퇴각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드라마 개막 1~2분 만에 등장하는 세 가지 사자성어 때문이었습니다. 국체명징(國體明徵) 일만일체(日滿一體) 팔굉일우(八紘一宇)가 그것입니다.
잘 아시듯, 국체명징은 ‘일왕(日王)의 절대권력을 중심으로 일본이 운영된다’는 의미이며, 일만일체는 ‘일본과 만주는 같다’는 뜻입니다. 일본과 조선이 같다는 내선일체(內鮮一體)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두 성어 모두 1930년대 이후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말로, 우리에게조차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하나, ‘팔굉일우’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팔굉이 한 집이 된다’는 뜻인데, 굉(紘)이라는 단어는 평소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제 말기를 살았던 조선 지식인이라면, 이 단어는 치 떨림으로 다가올 겁니다.
‘굉(紘)’은 무언가를 매단 끈이나 그물의 벼리 등을 뜻하며, 여기서 나온 뜻으로 ‘매달다’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넓다 크다라는 뜻도 있고요. ‘팔굉’은 ‘사방팔방으로 뻗친 아득히 먼 지역’, 즉 온 세상을 뜻합니다.
고구려 패망 직후 당나라에서 태어났던 고구려 유민 고덕(高德 서기 676~742년)의 삶을 기록해 그의 무덤에 남긴 글(묘지명)에도 ‘당나라가 사해(四海)를 울타리 삼아 먼 변경 지역까지 복속시켰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먼 변경 지역까지 복속시켰다’는 의미로 쓴 표현이 ‘엄팔굉 奄八紘’이었습니다.
1940년, 일본 총리 고노에 후미마로는 ‘시정 방침 연설’에서 ‘황국(=일본)의 국시는 팔굉을 한집으로 삼는 정신(팔굉일우 八紘一宇)에 근거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주변국 침략 야욕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고노에의 연설 1년 뒤, 대동아전쟁이 발발했지요.
그래서인지, 필굉 혹은 팔굉일우라는 표현은 우리에게는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어로 다가옵니다. 일본이었든 당이었든, 주변 국가를 군사적으로 장악한 패권 국가의 오만이 한껏 묻어있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팔굉일우라는 표현을 드라마 화면에서 확인하면서, 한편으로 씁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 이 드라마, 시대 고증에 만만치 않은 공을 들였구나’라고 생각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물론 731부대가 패망 5개월 전쯤인 1945년 3월에 만주에서 퇴각했다는 내용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거야 뭐, 드라마 흥행에 따른 후속작의 흐름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추까지는 아니어도, 재밋거리로 보셔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약먹는거말고 그냥 님들 감기걸렸을때 하는 루틴 잇으면 공유ㄱ
-
투표포기 1
ㅇㅇ
-
..
-
어떻게하는거야
-
나도 힉힉호무리가 아닐텐데
-
경제지문 나왔나요?
-
오르비해야되는데.. 유튜브뮤직 써야되는데..
-
요즘 듣자하니 0
과탐2보다 과1사1이 더 많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
ㅋㅋㅋㅋ 이 예민한 시기에 저따위로 하다니 걍 대놓고 주작질하네..
-
집에서 공부가 안돼서 스카 가는중 비싼 의자는 돈값을 한다
-
지금 의대지망 3반수생인데 작수 미적봐서 공통 2틀(계산실수1개) 미적 1틀해서...
-
오르비 잘 굴러가겠네
-
50으로 바꿔서 대학별 환산점수 봐도 달라지는 게 좃도 없음ㅋㅋ
-
수능장가서 한두개만 찍엇다 이 자체로 엄청 열심히 공부한거임
-
불평등의 모순이 관리되는 사회가 유지가 되는게 재밌는 현실임 프랑스 유로권이 대학을...
-
mks 로 잘 바꿔서 넣으면 kg/m^3나 m/s로 알아서 잘 나온다는 믿음을 가져도 되나
-
방금 s2관 반수반 합격문자 날라왔는데 교습비랑 이거저거 포함해서 400 넘는거 맞나요?
-
샤프 배출구쪽이 뭔가 걸리는 느낌 들면서 심이 안나오는데 새로 살까요?
-
저번 투표때 4
이승만 뽑았었는데 오랜만에 투표하네
-
송림변동 0
대동누층군 대보조산운동 경상누층군 불국사변동
-
사문한지런데요, 강의를 다시 들어야하나요 아니면 개념서를 다시 정독해야하나요?...
-
확통런 ㄴㄴ 2
그러다 올해 수능 미적 만표 150 확통은 130 찍힌다
-
카투사 떨어지면 14
그냥 육군 가야지
-
투표완 4
햇슨니다
-
사전투표 하고왔음 18
민주주의 권리 행사
-
치즈를 기다리기 1
. . .
-
마땅히 화상면접 볼 공간을 못찾겟어요 학교는 1인 도서실을 만들어라 우우
-
사문 한지러구요 개념끝내고 기출 풀고있는데 사문도 개념책 정독 해야될지 고민이에요...
-
나는 대한민국 고3 수험생이다. 많은 분들이 고3이 공부 안하고 왜 오르비질인지...
-
능수 볼까말까 6
고민중독
-
10시에 알람 왜 맞췄노 ㅋㅋㅋ
-
꿀모 2회 ㅈ망 2
1회 92에서 수직낙하 미적 84 11,15,20,30틀 11번 정수조건 누락시키고...
-
오늘급식 ㄹㅈㄷ 1
-
얌전히 기다리기 6
6시에 수업끝날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기
-
점심 먹을 게 없네 11
똥먹는중
-
헤으응 3
-
오늘 시간재고 풀었는데 문학 4틀 화작 1틀 처함.. 비문학은 다맞았는데 컷 낮은...
-
[속보] 김포 장기동 투표함서 22대 총선 투표용지 발견...선관위 조사 착수 4
21대 대선 사전투표소 투표함에서 지난해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발견돼...
-
현역 6모 팁 7
점수는 상관 없고 학교에서 모고 남은 시험지랑 omr 모아두는 곳 있는데 무조건...
-
안녕하세요 행복부엉이입니다. 이번에 부엉이 모의고사 문항공모를 받게 되서...
-
수학 만점 목표로 반수 준비중입니다 작년 미적분 기준 원점수 84 백분위 95를...
-
당이 맘에안든다
-
많이 이것저것 조사해봤는데, 스블 난이도가 더 어렵다는 것 같아서, 뉴런 다음...
-
님들 미적 4점 두개 틀리는 실력이면 확통이 나음? 2
확통 만점이 가능하다는 가정하에선 미적 28 30틀릴 실력이면 그냥 확통런하는 게 정배죠?
-
북천가 빼고 공부 다 했는데 북천가 나오면 어캄
-
허준이가 말하길 근자감이 중요하다 근거없는 자신감, 자신감의 원인이 없는것, 원인이...
-
대략 얼마 나옴? 수정테이프 없어가지고 검토 때 수정 못 해서 성적표엔 90점인데...
-
하이 가이즈 션티입니다 anyway a일까? b일까? but 네모치고
만주에서는 오족협화(五族協和)도 쓰였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