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9-12-27 0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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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심심해서 써보는 의대생활 (9) - 땡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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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디지티 낙서장)


"Psudostratified ciliated columnar epithelium"



정말 길어보이는 영어 단어


내가 이걸 과연 손으로 쓰고 있을지 의문부터 들 것이다.



하지만 조직학을 듣는 의대생들은


이 단어가 정말 친숙하다.


족보 중에 왕 족보니까...



답안지에 저 단어를 쓸 때는 


토씨도 안 틀리고 써야 한다.



"교수님 이거 i 하나 빼먹었는데..."


"No! 돈두댓! 빼먹으면 다른 단어지. 오답."



물론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영어 명칭은 정말 길다.



20~30초밖에 안 되는 땡시에서


저 단어를 하나하나 쓰고 있다면


손이 파드드득 떨릴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현실적으로는 저 명칭 외에도


한글 명칭이나 약어를 허용한다. 


(안 그런 학교도 있을 수 있지만...)



"PCCE"라는 약어라든지 


"거짓중층섬모원주상피"라는 한글 명칭이라든지


영어 명칭만 허용하게 되면 


순발력 테스트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조직학 땡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이거는 학교마다 살짝 다른 눈치다.


위에서 인용한 짤방의 원 출처인


디지티 작가가 다녔던 연세대 의대의 경우


조직학 떙시에서 CBT (모니터 떙시)를 병행한 듯 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는 슬라이드 땡시로 진행하였다.


대형 강의실에 종이와 펜만 들고 있는 채로 앉아서


맨 앞 슬라이드에 조직학 슬라이드와 문제를 띄워놓고


20~30초마다 문제를 넘기는 방식으로 말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조직학 땡시 예시문제를 가져와봤다. (출처 : BlueJay)




기관(organ)을 물어볼 수도 있고, 이 구조물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도 있다.


어떤 세포인지 물어볼 수도 있고 상피 종류나 조직 종류, 층(layer) 명칭, 염색법


심지어 "모양"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우리같은 경우는 "반지 모양(ring form)"이 정답이었던 적도 있다.


그거 틀리고서 "이 세포에서 반지가 어딨어!!!"를 외친 기억이 난다



조직학의 세계 속에서 저 현란한 슬라이드와 화살표 사이에서 현기증이 절로 온다.


하지만 저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병리학이 기다리고 있다.



조직학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인체 정상구조의 형태와 기능을 관찰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땡시에서는 조직의 '정상 형태'를 알기만 해도 된다.



하지만 병리학은 미시, 거시적인 관점 모두 통틀어서


인체에서의 "비정상 형태와 기능의 변화"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모든 임상에서 기초가 되는 학문인 병리학.



따라서 땡시에서는 조직의 정상 형태 이외에도 "비정상적인 형태적 변화"와 "기능적 변화"를 물어본다.


또한 CBT(모니터 땡시) 이외에도 현미경 땡시, 육안 떙시를 통해 학생들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보자.


뇌하수체 샘종이라고 병이 하나 있다. (여담으로 이 병이 생길 경우 optic chiasm을 눌러서 가측 시야장애가 생긴다)


Image result for pituitary adenoma gross


왼쪽 사진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병적 상태이고 오른쪽 사진은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병적 상태이다.


육안 땡시는 저 Gross 표본을 주고서 묻는 방식이고 (주로 병의 명칭이나 organ을 쓰라고 하긴 한다.)


모니터 땡시는 모니터에 사진을 띄워놓고서 어떤 병이냐든지 무슨 기관이냐든지 어떤 세포냐든지 등을 묻는 방식이다.



그런데 병리학에 있는 땡시 중 '현미경 땡시'가 있다.



Image result for 슬라이드 현미경 병리과


저렇게 좋은 현미경은 못 써봤다. (교수님들이나 쓰겠지...)


저 슬라이드가 의대생들이 병리학 땡시 때 마주치는 "공포의 슬라이드"다.


Image result for 현미경

맞다 이런 현미경. 아주 친숙하다.



현미경이 있다. 


현미경 위에는 슬라이드가 올려져 있다.


현미경 앞에는 문제가 있다.


자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은 30~40초


빠르게 현미경으로 다가가 렌즈를 들여다본다.



"따르르르릉!" (역시 최신 학문이라 휴대폰 벨소리가 종을 대신한다.)



시간 참 빠르다. 해부보다 시간 더 준걸로 아는데...


병리학 땡시는 해부와 마찬가지로 학생이 이동한다.



여기서의 백미라면


육안, 모니터, 현미경 땡시 모두 학생이 직접 돌려볼 수 있다.


현미경은 본인에게 맞게 초점이나 시야, 광선을 조절할 수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들 잘 알거라 믿는다. (앞 사람이 돌려놓은걸 그대로...)



병리학에서 묻는 대상은 조직학보다도 더 다양하다. 사실 국시와 점점 만나기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심지어 떙시에서 케이스 문제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케이스 문제 중 기초적인 예시를 가져온 것이다. (출처 : WebPath)




세부적인 스타일은 교수님마다 정말 다르다.



우리같은 경우는 모니터에 사진 4~6개 띄우고 gross를 제시한 다음


"다음 gross에 있는 병변의 변화와 연관이 없는 것을 '모두' 고르시오." 문제를 내신 교수님도 계신다 -_-


그래도 병리 땡시는 조직이나 해부보다도 나은 편이었다. (사실 병리학을 2학기에 하기도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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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부와 땡시(해부/조직/병리)까지 이야기가 모두 끝났네요.


대충 생각나는 것으로 대외활동이나 필기구 같은 팁이 있을텐데...



귀찮으니까 다음에는 필기구나 노트 같은 실용적인 면을 써보거나


기초의학종합평가 이야기를 꺼내거나 둘 중 하나일듯 하네요.


(아직 학년상 거창하게 국시 이야기는 못 하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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