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수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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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스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내, 노력, 의지 기타 등등 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붙힌 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는 (바라보는 줄만 알았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응당 맞는 일이고, 멋진거고,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길이 아닌 다른 길은 도피하는 길, 비참한 길, 부끄러운 길, 즉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길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 길 속에서... 그래요 어쩌면 제가 여지껏 가장 인정하기 싫었던 한 가지
수능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앗아가버렸습니다.
과정 상에서 배운 것은 물론 많았어요.
하지만 배운 것에 비해 잃은 것은 더욱 많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시간? 청춘? 기회? 아니에요.
내가 날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것
저는 밝은 사람이었어요.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던, 그러다보니 늘 사람들 앞에 나서던, 그런 빛나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사랑 받는 것을, 사람을,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 스스로 나의 사랑을 받을 줄을 모르는데, 남을 사랑하고 그들 앞에 나설 용기가 있을 리가요...
그렇게 어두워져버린 제가 한없이 낯설기만 합니다.
공무원 시험 혹은 고시와 같은 경우 물론 수능과 공부량이야 차이가 있겠지만
그와 별개로 적어도 10명 중 1명, 많아봐야 50명 중 1명은 분명히 꿈을 이루는 시험이에요.
허나 수능은 50명중 1명이 아니라 100명중 1명, 꿈의 높이에 따라서는 1000명중 1명만 겨우 한숨 돌리는 시험입니다.
목표에 도달하긴 어렵고, 적당한 목표는 이미 대중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무엇보다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삐끗한 그 한 문제를 원망하게 되는, 회한과 후회가 사라지지 않는 시험
사람이란 본인의 눈높이로만 세상을 바라보다보니
본인의 노력 여하와는 무관하게 본인이 혐오스러워지기 너무나도 쉬운 잔인한 시험이 아닐까...
그 누가 저에게 명문대에 가야한다. 의치한에 입학해야한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아야한다고 했나요
어떤 사람이 저에게 엘리트가 되어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길은 수능 뿐이라고, 계속 수능을 보라고 했습니까
저는 늘 해맑게 웃는, 사랑이 넘쳐흐르는, 빛나는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수능을 앞두고 +1수를 외치는 수험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들에게는 이런 헛소리 어차피 들리지 않을 거에요.
결국에는 노력, 그 잔인한 단어 하나에 모든 것이 정당화되고, 다른 것들은 모두 변명으로만 들릴테니까
이런 글을 쓰는 저에게 또한 노력
그 노력이란 단어 하나로 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실패자의 말따위 귀 기울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때의 저 또한 그랬으니까.
오직 축복과 영광만이 넘쳐흐르는 그 길이 저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정답으로 느껴졌고,
+1수를 확신하는 이 순간이 그 길을 고고히 걸어갈 것을 다짐하는,
저에게는 마치 주어진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런 순간 같았습니다.
하지만 전 그들에게 그게 과연 진정으로 본인을 위한 길이냐고, 행복해지기 위한 길이 맞는거냐고 묻고 싶습니다.
혹여나 이렇게까지 말하는 제 말이 여전히 노력없는 실패자의 변명이자 핑계로만 느껴진다면 가셔야죠.
제가 말한 고통과 어두움마저도 본인이 짊어져야하는 짐이라고, 혹은 본인과는 전혀 관계없을거라고 생각할테니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부디 노력해서 꿈을 이루라고 정상에 도달하는 것 만이 너를 구원할거라고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와같은 암흑이 탄생하기 전, 몇가지 바람만 있을 뿐입니다.
그 어떤 천국도 너를 영원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미리 깨닫길, 그런 길이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말 길
수능 이외의 모든 날이 희생될, 결과에 의해 1년의 가치가 좌지우지 되어버릴, 그 꿈같은 목표만을 위해 살지 말 길
대신 최종 종착지로 가는 매일매일을, '분수에 맞는' 소박하면서도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꾸준한 성취를 이뤄내어 1년이라는 과정을 보람있고 만족스러운 나날들로 만들어가길
그런 나날들 끝에 혹여 참혹한 결과를 맞닥뜨리더라도, 1년간의 성취 속 본인에 대한 믿음으로 현실의 짐을 이겨내길
그 결과가 어떻든, 본인이 어떤 상태이든, 그 어떤 사실도 너의 소중한 가치를 갉아먹을 수는 없다는 진실을 잊지 말 길
부디 본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치 말길
세줄요약
- 그 어떤 결과의
- 어떤 사람이라도
- 너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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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요청
이륙허가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 행복한 일 많으시길
감사합니다 족쇄풀었습니다!
혹시 쪽지봐주실수있나요
네
실례지만 11수 안하시나요
비꼬려는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여쭈어 봅니다.
비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궁금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더이상 수능 볼 생각이 없어요 끝!
나이상 11수 할만하든데ㅎㅇㅅ
ㅠㅜ
님 수능치시지 말고 글쓰는건 어때요
올해 만족할만한 성적 나오셨나보내요
부럽 ㅜ
수능을 초월해버렸습니다.
노력이라는 단어로 모든것이 정당화되고 나머지가 전부 변명이 된다... 정말 많이 공감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글 참 정말 좋네요 N수하면서 이거 비슷한거 많이 느꼈음
인정합니다 .이런 감정 n수등으로 성격많이 어두워지고 우울해진분들은 많이 느낄거에요 저도 느꼈고 정말 차가워졌습니다. 다시돌리려고해봐도 쉽지않아요 진짜 각자를 사랑하셔야합니다. 저도 잘 못하지만.
진짜소중한것을 잃지마세요. 꿈 목표 직업 의치한 서울대 이런것들? 자기자신과 남을 사랑하는법을 아는게 훨씬 중요하다는것을 배웠습니다. 예전엔 이런말하면 나도 알지 내가중요한거 그래도 핑계야 난 돼!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은 이젠 무슨 말인지 진심으로 이해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오르비에 들어와서 좋은글 보고갑니당 마음 한켠을 쿡 찌르는 글이네요...
항상 글에서 많은 영감받고가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따 시간될때 읽어뷸기오
이 글 읽고 울었습니다.. 정말 구구절절 공감되고 그러네요..
핀트가 어긋난 말인가같아서 죄송한데 공무원시험이라고 그리 호락호락한게아닙니다 수능은 어떻게보면 결국 잘보든못보든 점수에 맞춰 얼마든 대학을 갈수있는거지만 공시같은경우 결국 커트라인, 정원안에 들지못하면 얄짤없이 벼랑으로 떨어지는겁니다. 공시는 어찌보면 취업준비와 스펙을 모두 포기하고 배수진치는 경향이 있어서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그간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말그대로 거품이됩니다 물론 목표대학가기는 수능도 만만치않은건 맞고 수험생입장에서 수능이 더 크고 힘든시험같겠지만 공무원시험이 그에만만치않습니다 어쨌든 수능보시느라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고시도 함께 언급하면서 공부 난이도는 애초에 배제했고, 수능은 고시와 공무원과 다르게 어떤 점수를 받든 완벽한 만족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수능보다 크고 어려운 시험 얼마든지 있지만 수능처럼 아무리 잘 보더라도 한문제가 아쉬운 시험은 시험 성격상 흔치 않으니까요.
형 안녕 28살 맞지?? 먼저 내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나는 2012수능을 보고 12학번으로 지거국 사범대에 들어갔고 작년에 학교를 졸업했고 현재는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2년째 준비중인 27살 남자야.
뉴스를 보던중에 국어 25번?? 문제가 논란이 있다길래 거의 한 7년?? 만에 오르비를 찾아왔어. 오르비 진짜 뭐 많이 바뀌었더라ㅋㅋㅋ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어서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이 글을 접하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순 없어서 댓글 남겨봐.
형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젠 그냥 수능이고 뭐고 그만 뒀으면 해 제발.
정말 오래 수능을 치다보니 어느샌가 수능이란 것이 내 몸과 같아진 거 같은데 그거 아니야 진짜.
수능 이후의 삶이 그게 진짜 삶이야.
형이 지금 겪고 있는 삶은 얼른 박차고 나가야하는 그런 삶이라고.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빨리 달려서 빨리 치고 나가야지. 혼자 마라톤 하듯이 몇년째 그게 무슨 고생이야...
진심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까 이제 수능 제발 그만보고. 대학교도 들어가고 좀더 넓은 세상을 하루빨리 마주하길 바래. 부탁할게.
형은 수능 그 이후의 삶에서 형의 존재감과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으니깐.
수능 그까이꺼 형의 가치를 척도하는 기준이 절대 될 수 없어.
얼른 벗어나!!!
- 당신의 수능 이후의 삶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빛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당신을 열렬히 응원하는 어떤 임고생이.
고마워!!! 수능은 내 인생에서 끝이야. 하고싶은 것과 자신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 수능끝!
죄송한데 문과이신가요?
와... 저 16학번이고 지금 4학년이라 내년 2월에 졸업하는데요. 저 한창 수능 공부할 당시인 2015년에도 이 분 장수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수능 보시네요...? 다른 거 다 떠나서 한 번 술 마시며 얘기 나누고 싶네요ㅠㅠ... 암튼 올해 고생하셨어요.
n수한 16인데..다 제치고 30대에도 멀쩡한 회사 때려치고 새 직업 찾는 사람 많습니다. 명문대생라고 예외 아니고요. 빠르다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만 이제부터 방향 잘 잡아나가시면 됩니다. 분명 이 순간을 웃으며 회고할 시기가 올 겁니다. 그 정신력이시면 뭘 하든 잘 될 거라 생각해요. 우리모두 화이팅!!
장수하셨던 대학생분이신가요??
요즘은 입시 탈출해서 오르비에 잘 안왔었지만 저도 장수생이라 뵐때마다 반갑고 글이 공감되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 하시는 일들 잘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