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연중에 외면했던 것들 - 33133에서 서울대에 합격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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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축제일 같은 것이다.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길을 걷는 어린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실려 오는
많은 꽃잎을 개의치 않듯이.
어린아이는 꽃잎을 주워서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데도
머리카락에 앉은 꽃잎을 가볍게 털어버린다.
그러고는 앳된 나이의
새로운 꽃잎에 손을 내민다.
_ R. M 릴케
안녕하세요. 바나나기차입니다.
수능이 4주가 안 되게 남은 시점이네요.
아직 올해가 다 지나려면 2달이이 더 남긴 했지만
수능에 몸을 담은 여러분,
그리고 그걸 지켜보며 응원하는 저에게는 지금이
거의 1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올해도 참 정신없이 흘러버린 것 같아요.
그 사이 많은 일들도 있었구요.
확인해 보니 올해 첫 칼럼을 2월 16일에 썼더라구요.
그리고 8개월이 조금 더 흐른 지금,
아마도 이 칼럼이 올해의 마지막 칼럼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이란건 항상 아쉬운 것 같네요.
작년, 재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
‘조금만 더 부지런했다면
여러분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
‘먼저 길을 걸은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참 부끄러워져요.
오늘은 수험생이던 시절 이맘 때 쓴 공부법을 들려드릴게요.
모든 과목에 적용이 되지만 특히, 국어 3등급이었던 제가
만점을 얻는데 정말 많이 도움이 된 방법이랍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방법론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간단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지금 시기에는 많은 ‘선별’ 작품/문제 자료가 올라와요.
문제집도 많이 출판되고 있구요.
제가 수험생 일 때도 마찬가지였죠.
이 자료들은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됩니다.
저 또한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한 분 한 분 직접 찾아가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했어요.
‘선생님들’이 선별해 준 작품/문제도 중요하지만
‘내’가 선별한 작품/문제도 중요하지 않을까?
선생님들은 많은 학생들을 위한
보편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선별하기 때문에
나를 보완해주기에는 100% 완벽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오해 말아주세요. 분명 도움이 됩니다.)
수험생 주제에 뭘 안다고 선별을 하냐?
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선별을 했답니다.
뭣도 모르는 수험생 주제이기 때문에요.
저는 EBS 연계교재의 목차를 다 살펴보면서
‘이 작품이 수능에 나온다면 내가 정말 당황할 것 같다.’
이런 작품을 5개씩 뽑았습니다.
현대시 5편, 고전시가 5편, 현대소설 5편
고전소설 5편, 수필 5편, 비문학(지금은 독서죠) 5편.
이런 식으로 말이죠.
처음엔 별로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지가 않아요.
정말 열심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요.
뽑다보면 작품이 많아졌지만
시간 상 그래도 꼭 필요한 5개만 뽑았어요.
뽑는 과정에서 저는 느꼈어요.
‘이 작품들은 내가 은연중에 외면했던 것들이구나..’
난해하고 어렵고 공부하기 귀찮으니
‘이런 게 수능에 나오겠어?’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나중에 하면 되지 뭐.’라는 말과 함께
애매하게 넘겼었던 작품들이었죠.
선별한 작품 중 하나라도 수능에 출제되면
‘아 이거 내가 애매해서 그냥 넘겼던 건데..’
라는 생각과 함께 후회할게 뻔했죠.
그 생각을 하니 아찔했어요.
선별한 이후 날을 잡아서 하루~이틀에 한 영역씩 끝냈어요.
약간이라도 애매한 느낌이 있으면 체크해뒀어요.
완벽하게 끝낸 것들은 제외시키면서 선별하고 선별했어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수능 전날이 되었어요.
수능 전날 저는 다른 것들은 안하고
과목별로 선별했던 작품/문제 중
끝까지 저를 괴롭혔던 것들을 복습했어요.
문학 작품 중 저를 끝까지 괴롭히는 한 작품이 있었죠.
수능 전날에 다시 한 번 봤는데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딱 이 한 작품만 애매한데, 이 작품이 나오겠어?’
만약 제가 이 생각을 끝으로
그 작품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작품은 바로 이상의『권태』였어요.
바로 다음날 수능에 마지막 작품으로 출제되었죠.
아직도 가끔 생각해봐요.
만약 수능 전날에 그냥 넘어갔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시험 시작 전 시험지를 살펴볼 때,
마지막 작품이 이상의 『권태』란 걸 보는 순간
1차 멘붕이 왔을 거고,
문제를 푸는 동안에도 계속 영향을 주었겠지요.
그런데 저는 공부했습니다.
국어 선생님께 가서 여쭈어 보았어요.
그러니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시면서
관련된 자료가 있다며 한 장짜리 자료를 뽑아주었죠.
EBS에 수록된 부분이 아닌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공부했어요.
이해가 될 때까지 고민해봤어요.
그리고 다음날 수능엔
그 한 장짜리 자료에 있던 부분이 나왔습니다.
시험 시작 전 시험지를 살펴볼 때,
마지막 작품이 이상의『권태』란 걸 보는 순간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그 감정이 시험시간 내내 저를 도와주었어요.
결국 거뜬히 만점을 받을 수 있었죠.
이 방법이 여러분에게도 무조건
만점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세요.
애매하게 넘어갔던 작품이 수능에 나온다..
심리적 타격이 아주 커요.
여러분의 1교시를 집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요.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만큼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길 바라요.
수능이란 시험은, 그러한 속임수를
부끄러울 정도로, 어쩌면 부끄러워할 틈 조차 주지 않고
낱낱이 까발리는 그런 시험입니다.
‘많고 많은 것들 중에 하필 이게 나오겠어?’라는 생각.
하지 마세요.
이제껏 은연중에 외면해왔잖아요.
자기 자신은 알아요. 뭔가 부족하단걸.
지금 시점에서는 그 느낌을 억지로 외면하지 말아요.
마지막 기회이니까요.
여지껏 써왔던 칼럼과는 다소 다르게
어조가 조금 단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보아서 그렇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된 학생들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만족합니다.
여태껏 달려오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조금만 더 힘을 내자구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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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18수능 사씨남정기? 사골국처럼 우려먹었는데 이게 나오겠어 ? 절때 안나와 하고 매번 넘기다가 전날에 그냥 외면해왓던 사씨남정기 마지막이니까 꺼내서 풀었는데 바로나옴 ㅋㅋㅋㅋㅋ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ㅎ 올해도 마지막에 본 게 수능에 뙇! 나오길 기원합니다ㅎㅎ
헐 릴케 인생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데
(ㄹㅇ 내 가치관 그대로 빼다박은 시)
ㅎㅎ 저도 릴케 정말 좋아해서 시집도 샀어요.
매일 2편씩 필사도 했었고..!!
릴케를 좋아하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네요!
그러게요 여기서 보다니 너무 반가워요!
늘 좋은글 추천박고 갑니다.^^
ㅎㅎ 저는 한강님의 통찰력에 늘 감탄을...ㅎ 오늘 올린 글도 잘 읽어봤습니다. 작전 세력..은 참.. 없어져야할텐데요ㅜ
진짜 관동별곡 나올거 생각하면 벌써 아찔하네요...^^ 공부할게요
넵! 열심히 하셨는데 올해 관동별곡이 나온다면
신한 110-39..XX 여기입니다ㅎㅎㅎ
국어로 전반적인 예를 들었지만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
멋져부려요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목보고 친구 얘긴줄알았네요. 실친중에 31333에서 1년만에 서울대 사회대학 정시로 합격한친구가 있어서요 ㅋㅋ
오.. 등급합이 똑같아서 더 그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신기하네용
스크롤 내리면서 왜 제가 국어를 못하는지 다시 깨달았네요 아..
천변풍경 생각나서 우러따 광광 우러따
관동별곡은 나올거같아서 5번을 봐도 해석이 매끄럽지 못해서 짜증났었는데 10번정도 더 봐야겟군요..
진짜 69평은 그냥 순한맛으로 봐주는느낌이러면 수능날은 지나쳤던 것들이 나와소 서 참교육하는듯
진짜 칼럼중에 바나나기차님께 제일 좋은거 같아요 진짜 더 많이 써주셨으면
어떤 글보다도 와닿고 현실적인 글이네요 감사합니다ㅎㅎ
와 감사합니다.. 저도 요즘 공부하면서 비록 수험생일뿐이지만 6 9월을 분석하며 아.. 이게 안나왔으니 수능엔 나올것같은데.. 하며 그 부분을 공부하고 있거든요 만약 이부분이 나오면 난 바로 틀려버릴것같다 하는 부분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살짝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공부하는게 맞다는것이니 나름대로 좋은 방향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소리 같아서 다행이네요 ㅠㅠ
이 글 읽고 관동별곡 찢었습니다 .....
올해 수완 고전시가중에 월선헌십 개어려워서 진짜 좀 걸렀었는데 계속계속 보겠읍니다..
사제가 내일 공부해야겠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