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렌 [278738] · MS 2018 · 쪽지

2011-12-17 22:59:00
조회수 8,616

역학이란 무엇인가? 1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뉴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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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 글들을 살펴보다 보니, 아래와 같은 글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라그랑주 역학", 더 넓게는 "역학"에 대하여, 제가 아는 것을 한번 풀어 놓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시리즈로 글을 써 보게 되었습니다. 뉴턴 역학부터 시작해서 양자역학까지 다루어 볼 생각이고, 겉핥기 식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개념들을 제대로 다루어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수식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아이디어들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역학이 생겨나고, 발전하는 과정에 따라서 물리학자들이 생각해 내는 아이디어들을 중심으로 써 본 이야기가 될 텐데요,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역학, 또는 물리학이라는 학문 안에서의 역학에 대한, 안내 지도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우선 역학이란 무엇일까요? 한자로는 力學이고, 영어로는 Dynamics 또는 Mechanics이니까, 운동이나 힘과 관련된 것을 다루는 분야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뉴턴에 따르면(더 자세히 말하자면, 뉴턴의 운동 법칙에 따르면) 힘이라는 것은 운동의 변화의 원인이니까, 결국 운동을 다루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운동이 무엇이지요? 

사회적인 여러 가지 움직임, 그러니까 이런저런 캠페인 같은 것들도 '운동'이라고 부르고, 여러 가지 육체 활동과 관련되는 것들에도 '운동'이라는 이름이 붙곤 합니다. 그렇지만 물리학에서 말하는 '운동'은 이러한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죠. 다들 그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더라도 짐작은 하고 있을 겁니다. 그냥, 단순하게, 물체의 움직임 정도이지요. 조금 더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위치가 변화하는 양상" 정도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겁니다.

1.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뉴턴까지

이러한 "위치가 변화하는 양상", 즉 운동에 대해서 아주 오래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은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위치의 변화"에 두 가지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있고 강제적으로 생기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4원소설과 관련이 있어요. 우선 우주의 물체들, 천체들은 4원소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지상의 물체들은 그 물체가 4원소 중 어느 것과 관련 있느냐에 따라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오는 "위치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움직인다고 보았습니다. 이 외의 모든 "위치의 변화"는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았지요. 실험이나 관측보다는 거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체계이기는 합니다만, "아리스토텔레스 역학"이라고 불러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그리고 천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 갈릴레이가 "역학"에 대한, 물체의 움직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역학"에 맞지 않았지만, 갈릴레이에게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습니다.(죽을 때까지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막연하게 "위치의 변화"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 때 위치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량화, 정량화라고도 할 수 있고, 위치를 "시간에 대한 함수"로 보고 이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요. 두 번째로,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와 관련 있는 이야기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서 관측, 측정이라는 개념이 시작된 것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물체의 움직임, 운동에 대하여 세부적인 하나 하나를 생각하기보다는 핵심적인 성질 또는 경향 또는 관계, 공통적인 성질 또는 경향 또는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평평한 땅 위에서 공이 굴러갈 때, 공은 굴러가다가 멈추게 됩니다. 이 때 굴러가는 게 핵심일까요, 결국 멈추는 게 핵심일까요? 평평한 땅 말고 평평한 얼음판에서 공을 굴려 보면, 잘만 굴러가고 멈추긴 하더라도 오래 기다려야 멈추게 됩니다. 이것까지 생각하면, 멈추는 게 아니라 굴러가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사례를 들면, 떨어지는 물체를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화창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돌을 떨어뜨리면 아래로 떨어지지만, 세찬 바람이 부는 날에는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살짝 옆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면 떨어지는 게 핵심일까요, 아니면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얼마나 비껴나는지가 핵심일까요? 떨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공통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는 맥박을 이용해서 시간을 재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본 결과(갈릴레이는 의학을 배운 사람입니다), 갈릴레이는 두 가지 원리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관성"입니다. "어떤 물체이든, 외부로부터 무언가 영향을 받지 않으면, 그 물체의 빠르기와 움직이는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원리를 제시한 것이죠. 두 번째는, 빗면을 따라 떨어지든 그냥 떨어지든, 점점 빨리 움직이고, 움직인 거리는 움직인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관성"의 개념을 생각할 때, 떨어지는 물체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은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땅, 결국 지구의 영향이겠지요.

이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문제는 "물체가 어떤 영향력 하에 있을 때, 물체의 빠르기와 움직이는 방향은 어떻게, 얼마나 변하는가?"가 될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에 대해서 갈릴레이는 답을 내놓지 않았고, 우리의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여 그 답을 제시합니다. 유명하면서, 생일이 다가오는 인물이죠. 바로 뉴턴입니다.(뉴턴의 생일은 12월 25일입니다) 그 전에, 잠시 숨을 돌리고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지동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는 거죠. 코페르니쿠스가 제시한 지동설은 복잡한 정도에 대해 살펴보면 천동설보다 아주 나은 건 아니었습니다. 행성 하나가 움직이는 길을 그리려면 여러 개의 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천동설은 행성 하나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원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케플러가 나타나서, 행성 하나가 움직이는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타원이라는 곡선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자 지동설은 천동설에 비해 간단하고, 매력적인 가설이 되었지요. 이제 이 지동설과 갈릴레이의 생각을 결합하여 보면, 행성들도, 달도 일정한 빠르기로 고정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행성과 달은 무언가로부터 영향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마,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달은 지구로부터의 영향력을 받고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 행성들과 달은 어떤 영향력을 얼마나 받아서, 이로 인해 빠르기와 움직이는 방향이 어떻게, 얼마나 변하는지 뉴턴 이전까지는 아무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과는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아마 지구의 영향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달도 지구의 영향력을 받아서 지구 주위를 돌고, 사과도 지구의 영향력을 받아서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때, 뉴턴은 생각합니다. '달이 받는 지구의 영향력과, 사과가 받는 지구의 영향력은 같은 종류인 게 아닐까, 어쩌면 행성이 받는 태양의 영향력도 지구 대신 태양이 행사한다는 것만 다르지, 결국 같은 종류인 게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한편 뉴턴은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아마, 같은 영향력 하에 있는 두 물체가 있다면 양이 많은 물체일수록 빠르기와 움직이는 방향이 조금 변하겠지.' 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영향력이라는 것에는 세기도 있고, 방향도 있는 것 같다'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묶으면, 뭔가 나올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도 있다면, 더욱 멋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뉴턴은 그것을 모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뉴턴에게는 모든 것을 명쾌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능력이 충분했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계산을 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계산 방법(그 이름은 미적분입니다)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뉴턴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힘이라는 것이 있어서, 물체가 힘을 받으면 이로 인해서 물체의 빠르기 또는 움직이는 방향이 변한다. 운동의 양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크기는 물체의 양과 빠르기의 곱이고, 방향은 움직이는 방향이다. 이제, 힘은 곧 운동의 양의 변화와 같다" 또한 이렇게도 말합니다. "힘은 일방적이지 않다. 어떤 물체 A가 다른 물체 B에게 힘을 준다면, 그 힘과 같은 세기, 정확히 반대 방향의 힘을 물체 B가 물체 A에게 준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양이 행성들에게 가하는 힘, 지구가 달에게 가하는 힘, 지구가 사과에게 가하는 힘은 같은 종류의 힘이다. 떨어지는 사과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그리고 케플러가 행성의 움직임에 대하여 밝혀낸 사실 모두에 비추어 계산해보면, 두 물체 사이에 이러한 종류의 힘이 작용할 때 그 크기는 두 물체의 양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며, 방향은 두 물체를 잇는 방향이다." 

그리고, 위의 몇 개 안 되는 원리로부터 뉴턴은 행성, 달, 혜성의 온갖 움직임, 심지어 밀물과 썰물까지 다 계산해서 보여 주었습니다. 이는 물리학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고,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고, 물체의 움직임에 대한 정밀한 예측이 가능한 최초의 "역학"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턴이 갈릴레이에게서 빌려온 "관성" 원리, 그리고 자신이 제안한 원리들을 묶어 "뉴턴 역학"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역학"이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 때 물체의 위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설명하고, 계산하고, 예측하는 분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하기 위해, 뉴턴이 생각해 낸 "힘"이라는 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뉴턴 역학"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상 다음 글은 이번 주말은 되어야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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