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19-07-04 20:43:43
조회수 5,743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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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의 뒷북이지만 얼마전 비만에 관련된 글이 이슈가 된 것을 이제서야 보고 마음이 아팠다.


- 비만인 뚱뚱한 사람은 자기관리 못한 패배자

- 지잡대 간 사람은 자기관리 못한 패배자

- N수생은 자기관리 못한 패배자


왜 누군가는 꼭 패배자가 되어야 할까

왜 그렇게 패배자가 된 사람은 미워하는 걸까

왜 이렇게 미움이 가득한 세상이 된걸까




이런 생각이 들때면 늘 생각나던 일화가 있다.


이미 3년 전쯤 썼던 이야기지만 어쩌면 이게 내 가치관으로 박혀버린듯한 일화인데


수능이 끝났을 무련 안그래도 추운 초겨울 새벽녘이었다.


아는 사람 술집에서 밤 새 일을 도와주고 아침에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오전 6시쯤이었나?


이제 막 지하철이 다니는 너무나도 이른 새벽이었지만 창 밖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출근하는 사람, 토스트 파는 사람, 퇴근하는 사람, 학생?, 운동하는 사람 등등


그날따라 손님이 많아 힘이 들어 뺑이도 칠 겸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있었는데

문득 사람들의 얼굴 하나 하나가 마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무표정으로 갈 길 가는 사람들이었겠지만 그 장면이 지금도 내 머리 속에는 영화 포스터처럼 선명하다.


저 사람도 부모님의 기쁨 속에서 태어나 품 속에서 자라났을거고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동거동락하며 울고웃으며 자랐을거고

수능도 아마 이 중 반이상은 쳤겠지?


대학생 때는 학점 관리한다고 고생도 해봐을거고, 연애하다가 눈물 쏙 뽑은 적도 있겠지

또 누군가는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려고 노력했을꺼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거고....


이게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면 누가 주인공이겠는가?


한 사람의 가치를 어떻게 외모로, 학벌로, 비만으로, 혹은 그 어떤 무언가로 평가하겠는가?


인간은 위대하다 혹은 세상에 존중받지 못할 인간은 없다같은 웅변을 하려는게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스토리가 있고 희노애락을 담은 인간일텐데 

어떻게 한낱 수치같은 것으로, 우리가 아는 단편적인 가치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내가 비루한 외모의 나이든 장수생이라 스스로를 변호하는 글 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난 나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가 패배자라고, 그래서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면 좋은거고, 이겨야 한다.


하지만 이기고말고는 남이 정하는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거다.


건강에 좋지않은 비만인 본인 몸 상태가 썩 마음에 들면 쭉 그렇게 사는거고

구체적인, 혹은 본인만의 목표가 있는데 실력이 안되면, 운이 따라주지 않았으면 장수하는거고

지잡대가 목표였다면 혹은 목표달성에 실패했지만 또 다른 목표를 기대한다면 지잡대에 다니는거다.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세상도 존재하지 않겠는가?


패배자는 딱 한 부류뿐이다. 


본인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목표도, 의욕도, 자신도 없는 자

이로 인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흠으로 본인의 상태를 변호하려는 자

그렇게 의미없는 미움을 만들어내는 자


미움이 없는, 승리가 가득한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남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은데 좋아요, 댓글같은 부수적인 것들을 기대하다보니 부담이 되어서

한번 쓴 글은 보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혹여나 댓글 씹는다고 미워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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