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 권상윤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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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성적 6,6,7,6 등.
ROX 시절 부터 HLE 시절까지, 권상윤이라는 프로게이머는,
롤드컵으로 가는 티켓 앞에서 좌절하고 또 좌절해야만 했다.
삼수를 시작하기 전에, 그에게 쓴 편지이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삼수생이에요. 작년 수능이 끝나고, 실패했다는 허탈감을 게임으로나마 채우려고 보았던 유튜브에서 상윤님을 처음 뵀습니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어느 유튜버 / 비제이들 보다 롤 강의를 너무 잘해주셔서 수능 인강듣는 기분으로 다시 돌려보고 복습하게 됐네요.
그런 과정을 거쳐오면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마음도 얻게 됐고이 시간을 참 재미있고 비교적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피시방에 전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업로드 해주시는 영상들을 보면서 얼른 이 힘듦을 털어내고 삼수에 도전 하겠다는 생각을 또한 하고 있습니다.
삼수는 꽤나 잔혹하고 지독하답니다. 하루 13시간을 앉아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는 건전하고 건강하게 풀어야 할 의무를 갖게 되며, 이미 대학에 혹은 사회에 진출한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을 갖지 말아야 하고, 그 생활을 250여일 동안 반복해야 합니다. 때로는 지겹고, 막말로 개같지만, 한화 롤 경기는 혼자라도 롤 파크에 가서 직접 관람할 거에요.
롤에서는 권상윤이라는 사람이 제게 ‘은사’ 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한 게임 한 게임 열중하시는 그 모습이 삼수생으로서 제가 꼭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린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드문 장문충이어서 불편하실 수도 있겠어요. 그치만,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길로 인해서 누군가의 길이 보였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게 보내준 그의 답장이다.
운좋게 바로 읽었네요 나름 저와 같은 부분도 있으시네요(13시간을 앉아있는부분) , 글로만 봐도 정말 힘든게 느껴지네요 저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고 힘이 되셨다 라고 하시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뿌듯하네요 이번엔 꼭 잘하실수 있을꺼에요 물론 많이 들었던 이야기 이셨을테지만 언젠간 노력하면 다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저도 6등2년차에요 ㅏㅎ하하 정말 힘든 매년이 되지만 달리다보면 더좋은게 보이지않을까 라는 마음에 아주 열심히 하고있으니 같이 화이팅해서 각자 원하는 목표 꼭 이룹시다 응원에 힘입어 젠지전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화이팅합시닷~~!
답장을 보고, 참 부끄러웠다..
실패를 저렇게 많이 한 사람도, 누군가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끔 열심히 살아가고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고작 몇 번의 실패로 나 자신 전체를 부정하려던 나란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부족한 것인가.
삼수를 시작하며 자주 LCK 롤파크에 간 것은
그가 내 삼수 생활에서의 ‘플라타너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패를 몇 번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절실함과,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치열함, 자기확신의 강렬함. 우리가 말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편지에서 주고 받았듯 그것이 우리의 공통점이었고 연결고리 였으니까.
치열하게 응원했고, 또 응원했다.
플라타너스여, 그대 만큼은, 이번은, 꼭 세계를 무대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를.
3월 어느 날, 담원과 한화생명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에서
한화는 1:2로 패배했고, 결국 또 한 번의 쓴 실패를 맛보게
됐다.
그 경기, A석 5열 즈음에서 권상윤의 아버지가
눈시울을 슬쩍 붉히시면서 ‘권상윤 플레이오프 진출 가자’ 라는 플랜카드를 꼭 쥐고 응원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실패를 다시 맛보게 된 아들에 대한 연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까지 끊임없이 달려 온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섞인 눈물로 기억한다.
참으로 감사했고, 또 죄송했다.
당신의 아들 덕택에 4개월이라는 시간을
가까스로 버텨낼 수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응원과 말 몇 마디가 다 였으니.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그 플라타너스가 뿌리를 땅 깊숙이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당신 덕택이었음을.
스프링 LCK는 플라타너스를 위로하는 눈물과 함께
막을 내리었다. 2개월 후, 또 다시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는 서머 LCK가 개최된다.
이번에는, 부디 이번에는, 플라타너스여,
그대만의 색을 세계를 무대로 보여주기를.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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