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 권상윤에 부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2186063
LCK 성적 6,6,7,6 등.
ROX 시절 부터 HLE 시절까지, 권상윤이라는 프로게이머는,
롤드컵으로 가는 티켓 앞에서 좌절하고 또 좌절해야만 했다.
삼수를 시작하기 전에, 그에게 쓴 편지이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삼수생이에요. 작년 수능이 끝나고, 실패했다는 허탈감을 게임으로나마 채우려고 보았던 유튜브에서 상윤님을 처음 뵀습니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어느 유튜버 / 비제이들 보다 롤 강의를 너무 잘해주셔서 수능 인강듣는 기분으로 다시 돌려보고 복습하게 됐네요.
그런 과정을 거쳐오면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마음도 얻게 됐고이 시간을 참 재미있고 비교적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피시방에 전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업로드 해주시는 영상들을 보면서 얼른 이 힘듦을 털어내고 삼수에 도전 하겠다는 생각을 또한 하고 있습니다.
삼수는 꽤나 잔혹하고 지독하답니다. 하루 13시간을 앉아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는 건전하고 건강하게 풀어야 할 의무를 갖게 되며, 이미 대학에 혹은 사회에 진출한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을 갖지 말아야 하고, 그 생활을 250여일 동안 반복해야 합니다. 때로는 지겹고, 막말로 개같지만, 한화 롤 경기는 혼자라도 롤 파크에 가서 직접 관람할 거에요.
롤에서는 권상윤이라는 사람이 제게 ‘은사’ 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한 게임 한 게임 열중하시는 그 모습이 삼수생으로서 제가 꼭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앞서 말씀드린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드문 장문충이어서 불편하실 수도 있겠어요. 그치만, 당신은 당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길로 인해서 누군가의 길이 보였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게 보내준 그의 답장이다.
운좋게 바로 읽었네요 나름 저와 같은 부분도 있으시네요(13시간을 앉아있는부분) , 글로만 봐도 정말 힘든게 느껴지네요 저로 인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고 힘이 되셨다 라고 하시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뿌듯하네요 이번엔 꼭 잘하실수 있을꺼에요 물론 많이 들었던 이야기 이셨을테지만 언젠간 노력하면 다 돌아온다고 하잖아요 저도 6등2년차에요 ㅏㅎ하하 정말 힘든 매년이 되지만 달리다보면 더좋은게 보이지않을까 라는 마음에 아주 열심히 하고있으니 같이 화이팅해서 각자 원하는 목표 꼭 이룹시다 응원에 힘입어 젠지전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화이팅합시닷~~!
답장을 보고, 참 부끄러웠다..
실패를 저렇게 많이 한 사람도, 누군가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끔 열심히 살아가고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고작 몇 번의 실패로 나 자신 전체를 부정하려던 나란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부족한 것인가.
삼수를 시작하며 자주 LCK 롤파크에 간 것은
그가 내 삼수 생활에서의 ‘플라타너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패를 몇 번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절실함과,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치열함, 자기확신의 강렬함. 우리가 말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편지에서 주고 받았듯 그것이 우리의 공통점이었고 연결고리 였으니까.
치열하게 응원했고, 또 응원했다.
플라타너스여, 그대 만큼은, 이번은, 꼭 세계를 무대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를.
3월 어느 날, 담원과 한화생명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에서
한화는 1:2로 패배했고, 결국 또 한 번의 쓴 실패를 맛보게
됐다.
그 경기, A석 5열 즈음에서 권상윤의 아버지가
눈시울을 슬쩍 붉히시면서 ‘권상윤 플레이오프 진출 가자’ 라는 플랜카드를 꼭 쥐고 응원하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실패를 다시 맛보게 된 아들에 대한 연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까지 끊임없이 달려 온
아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섞인 눈물로 기억한다.
참으로 감사했고, 또 죄송했다.
당신의 아들 덕택에 4개월이라는 시간을
가까스로 버텨낼 수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응원과 말 몇 마디가 다 였으니.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그 플라타너스가 뿌리를 땅 깊숙이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당신 덕택이었음을.
스프링 LCK는 플라타너스를 위로하는 눈물과 함께
막을 내리었다. 2개월 후, 또 다시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는 서머 LCK가 개최된다.
이번에는, 부디 이번에는, 플라타너스여,
그대만의 색을 세계를 무대로 보여주기를.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니.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철학 - 수특 독서 적용편 인문·예술 06 0
안녕하세요, 디시 수갤·빡갤 등지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국어 강사입니다. 오늘은...
-
수학 모고 3점 짜리는 다맞고 쉬4도 맞습니다 아직 쎈발점 중이고 이번달에 끝내고...
-
밤새기 1
잠이안온다
-
샤인미 1회 0
68분 걸렸는데 92점임 ㅅㅂㅋㅋ
-
ㅎㅇㅂㄱ 3
하얼버기
-
독재학원 질문 0
급하게 독재학원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강남/대치 쪽에 수학 관련 질의응답 전문...
-
시험 끝 1
사실 안끝났는데 놀다가 지금 들어감
-
벼락치기를 3일내내 하...
-
뻘글 하도 싸재껴서
-
ㄱㅁ 3
ㅛㅣ
-
잠도 안오는 거 그냥 나가야겠다
-
신기해요 0
신 이해요 요즘 이런 게 왤케 재밌나 모르겠어
-
바이바이 바카진세..
-
낼 암기과목이라 할수없이 밤샐생각이엿는데 일찍끝나서 잘거기ㅣ ㅎㅎ
-
ㅇㅇ고 미적샘 0
저좀살려주세요 진도좀그만나가요시험전인데 자습좀요
-
노베에서 달리는 중인데 어떤 사람은 죽어도 안된다그러고 어떤 사람은 가나형 이후...
-
곰탕라면으로 해장중 진짜 머리깨질거같애
-
입으로만갱 4
싸버릴래 뱅
-
기하->확통 바꾸는거 괜찮을까요 작수는 15 21 22 28 30 틀렸습니다...
-
질문받습니다...
-
계속 자기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함.. 뭔 말을 해도 난 아니던데? 이런...
-
국민 성취지위 0
아니.. 노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신분은 태어나자마자 결정되니 귀속지위라면서 국민은...
-
커피 마시면서 보고 쿄라멘 가서 아부라소바 먹고 대치동가서 일하기
-
억울하다 억울해
-
만약 등가속도 운동이 아닌데 평균 속도로 계산하고 싶으묜 1
속도함수 적분해서 변위 구한다음에 s=평속x시간 으로 하면 되나
-
나는 내가 배운 내용 이해시킬 자신이 없음... 학년 올라갈수록 글쓰는능력이...
-
평균속도 v+v0/2 이 공식이 등가속도일때만 쓸 수 있는거에요?
-
안녕히 주무세요 2
-
생윤 윤사 재밌다고 철학과 오는 것이 맞는가 - 중간고사? 슬퍼할 틈도 없이 등장하는 것은 최종 보스 스피노자 0
*이 글은 필자의 뇌피셜과 드립이 난무하는 글입니다. 설명을 위해서라면 교육 과정의...
-
나는 죽어야해 13
미쳤나봐 내가 돌았지
-
[단독]한덕수, 이르면 다음 주 중반 출마 선언할 듯 1
[앵커] 뉴스A 시작합니다. 저는 동정민입니다. 대선이 4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
이해원 시대기출
-
뒤늦게 입시 준비 중인 학생입니다 이번 수능 볼 예정이구요... 사실상 6개월 정도...
-
릿밋핏 전개년 3번푸셈
-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은 아닌데 공부하다보니깐 갑자기 궁금함
-
지문 문제를 만들어 보면 됨 그럼 2가지 정도 경우가 있음 1. 개 ㅈ밥...
-
분명 꿀강이래서 마음 놓고 있는데 노크 분위기 너무 열공모드라 쫄림뇨 매년 족보...
-
지듣노 8
-
'나형'
-
(가) RBMK 원자로의 양의 기포계수 (나) 선형무역치가설 걍 핵 관련 지문으로 다 털어버릴수있음
-
그럼 6년 내내 강제 기숙사임뇨?
-
왜안나옴
-
셤끗나고 볼거 1
그 고냥이 나오는 어쩌고 저쩌고 우울 하고 한강물온도
-
만성 비염으로 코 상태 랜덤 가챠가 돌아가기 때문 어느 날은 그냥 가만히 존재하는...
-
문학은 감이 잡히는데 비문학은 공부 방향성이며 영 감이 안 잡히네요 여러분들은...
-
좀 춥네 6
긴팔입기
-
모든 게 귀찮다 2
술담배 제외
-
배경지식 유불리 없음 반수생도 모름
-
많이 어려울까요?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말고 오직 약대가 가고싶어요 작년 수능...

공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