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피 죽을 것인데 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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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어릴 적에, 되게 철 없지만서도, 한편으론
매우 철학적인 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삶의 끝에, 날 기다리고 있는 곳이 천국이라면,
지금 당장 목숨을 끊는 것이 어쩌면, 천재다운 발상이지
않을까.
어차피 죽을 거니까.
그리고, 천국을 가능한 빨리 갈 수 있으니까.
그 곳에서는 명랑만화 속의 내용처럼 간단하게 상상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테니까.
무한 츠쿠요미처럼, 꿈 속에 나를 가두고
내게 거짓희망을 불어넣는 곳이 아닐 테니까.
그렇지만, 그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불편한 감이 있었다. 살고 싶었다. 죽는 것이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살고 싶은지 정확하게 얘기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이 세계에 태어나졌을 따름이었던 것.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것을 내 인생의 과제 중 하나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앞으로 살게될 삶이
고귀하리란 것은 직관적으로, 선천적으로 알고있지만
그것을 조금 더 구체화 시키기 위함이었던 것.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삶은 고귀하니까, 삶을 살아간다고 얘기하는 것이 내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던 것. 무언가 내 뇌를 울릴만큼 명료한 것이 있어야 했던 것.
그를 과제로 삼고서, 내가 생각한 것은,
죽는 그 순간에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다.
부동산, 명예, 돈, 페이스북 팔로우 수, 부모의 재력은
그 순간을 맞이하면서 부터 내가 이 세상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되겠단 생각을 그 때부터 했다.
죽는 그 순간이 너무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를 쟁취하기
위해 기존의 세계를 재인식하며 발악했다는 그 역사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는 셈이 아닌가.
그럼, 정말 죽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인연, 나, 추억이었다.
죽는 그 순간에 내 머릿속에 채워질 것들.
이 보잘것 없는 나의 연결고리, 인연.
어디로 부터 왔으며, 어디로 향해 가야하는 지는 모른채 삶을 살아왔지만 어느새 기특하게도 죽음이라는 순간에 위치하게된,
어떤 사회적 조건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나.
그러한 나를 그려왔던 그림, 추억.
이것 만큼은 저 세상에서도 나의 재산이 될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가끔,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어차피 죽을건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까하는 얘기.
그 때 마다, 내 자신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얘기한다.
저런 것들을 만들고 가꾸면서 사는 것이 결국 내가 태어난
이유라고 생각하기에, 그것들을 더욱 내게로 끌어당기기 위해서살아본다고.
나와 인연과 추억을 조금 더 내게로 끌어 당기기 위해서
살아본다고.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 세 가지는 버리지 않겠다
다짐했다. 글쎄,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저 세 가지를
잘 지키면서 걸어가는 것 같다.
잘 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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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뭐하러 힘들게 높이 오를까
어차피 내려올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높이 오를까
술은 또 왜 그리들 마시는 걸까
뭐하러 몸 버려 가면서 노나
어차피 깨버릴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취하려 들까
내가 지금 마음이 차가운 건
따뜻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외로울 바에야
애초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혼자라 느끼는 건
애초에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외로울 바에야
애초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좋겠어
가산데 몬가 비슷한 질문같네요 ㅋㅋ..
전 아직은 경험 너머, 선험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믿어요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 가치를 중시하고, 비물질적이고 관념적인 가치를 경시하고 비웃는 세태가 아쉬워요
음 구체적인 생각의 방향은 달라도, 공주님도 그 너머의 무언가를 믿는 것 같아요
교양 강의에서 교수님께서 관념적 가치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면서 스스로를 "마지막 중세인"이라고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는데
마지막 중세인인 공주님을 응원해요. 행복하세요

마지막 중세인이라.. 진짜 멋있는 말이에요 :)카카오톡 상메에 적어 놓았네요..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못난 저를 그리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그반님 ㅠ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