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의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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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면, 뜨거웠던 그 시기의 나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버텨온 것인지, 실패를 한 입장의 나는 그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도 과정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고 얘기하는 것이 ‘자기 합리화’로 타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상처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들 마저도, 이 상처를 서슴없이 내어 버리고, 왜 이렇게도 게으른 생활을 하냐는 말에, ‘수능이 원래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거라고’ 얘기하면, 비정상적인 놈이라며 그들은 나를 질타했다.
실패라는 과정에 있어, 온전한 성공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한 발돋움을 하고 있는 중인데, 단지 그것을 게으르다고 치부하고, 나를 제촉하는 것이 매우 싫고 혐오스러워서 어제는 나만의 상념의 벤치로 갔었다.
심찬우가 줄곧 얘기했던 ‘상념의 벤치.’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려보았던 나만의 배경. 그래, 어제 그 곳으로 발을 옮긴 것.
새벽이라 날씨가 추움에도, 또, 그 추위에 온 살이 찢겨질 듯한 느낌에도, 기뻐하며 그 곳을 찾아간이유는, 내게 그 벤치란 나의 ‘순수’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그 곳에서 놀았던 나, 또 그런 나를 사랑하는 부모와 벤치에 앉았던 추억. 그것을 순수라고 하자. 그 순수를 지키고자벤치에도 들르고, 어릴 적 내가 살던 —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 집도 들러보고, 어릴 적 내가 몸을 담던 어린이집 — 지금은 사라졌다 —에도 들러봤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나도, 그런 나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도, 내가 살던 집도, 어린이집도. 그렇게 ‘순수’는 이젠, 내 가슴 속에서만 헤엄치게 된 것.
그 순수를 조금이라도 더 내 스스로 잡아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그래, 나는 그 곳에서 그것을 생각했다. 부모마저도 삼수를 택한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도, 또 주위사람 마저도 그런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여전히 찾아다니고, 사랑해야겠다. 그리 다짐함으로써 그 생각의 결론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미 지나쳐 버린 추억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 추억을 강렬하게 내 가슴 속에 새긴다면, 또 그러한 나를 내가 온전히 사랑할 수야 있다면, 내 순수는 내 스스로 지키는 셈이 아닐까.
그 때의 나 — 순수를 눈으로 직접 경험했던 —와는 달리, 지금의 나는 매우 힘든 과정을 지나서고 있다. 삼수의 부담감과, 주위 사람들 —부모도 포함된다—이 세워 놓은, 나를 막아서는
장막에 온 몸으로 부딪치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때론, 남몰래 눈물을 훔치고,
미련하게 유튜브에 ‘위로해주는 노래’를 검색해 들어간 1시간 짜리 영상의 댓글에 적힌 나만큼 힘든 이들의 사연을 보며 또 눈물을 훔치는 지금의 나이지만은, 다시 일어서야겠다, 세상에 굴복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그 벤치에 앉아 했다.
힘든 과정을 지나서고 있지만,
그 지나섬이 나를 더더욱 나답게 만들고 있음을 안다.
힘든 과정을 지나서고 있지만,
그 지나섬이 나를 더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에 부딪쳐서, 내 순수를 내 스스로 지키고, 그것을 토대로 지금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 상념의 벤치에서 내가 했던 생각은 그것이었다.
새벽을 걷다, 나를 밝히는 한 별이 보인다.
저 별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와 같은 외로운 이를
비출 수 있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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