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꽃✨ [541907] · MS 2014 · 쪽지

2019-01-19 02: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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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기에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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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시절 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긍정하느냐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던 어머니를

원망하는 강준상(정준호 분)의 마음을 공감할 만큼.


학원에 가는 것이 당연했고,

그 어린 나이에 방학에 놀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고, 그로 인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배우지 못했다.


세상은, 차가웠다.

아플만큼 차가웠고, 쓸만큼 차가웠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학교 생활에서 왕따를 당했고,

고등학교 생활에서 ‘수시’제도에 저항하며, 모든 선생들이 나를 벌레보듯 했고, 그토록 사랑했던 외할머니가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세상은 더 차가웠다.

아픈 것이 무뎌질 만큼 더 차가웠고,

쓴 것이 달아질 만큼 더 차가웠다.


이 세상의 차가움으로 말미암아,

나는 이 세계에 홀로 놓여진 것. 그렇기에, 움츠려 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그 태세에 그 누구도 비난할 수는 없었을 게다.

그것이 내게는 당연하게 느껴졌고, 

그것이 내게는 의무로 다가왔다.


헌데, 그 의무와 당연스러움이

역설적으로 자애를 길러왔던 것.


왕따를 당했을 때에는,

내가 나를 정당화 시키기 위해

무지막지한 노력을 했고,


친구의 작은 배려에

무한한 감사를 하는 — 그 친구와 지금까지도 연락할 만큼 —

방법을 터득했다.


고등학교 생활, 수시 제도에 반박을 했던

나는, 정시 제도로 돌리며, 조금 바른

어른으로 자라나기 위해 노력했다.


홀로 놓여진 세계 앞에, 주저 앉았을 순간도 많았으리라.


대다수의 문제가 아니라, 나 혼자만의 문제일 수도 있으리라.


허나,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도 좀 알겠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도 조금은 알 수 있다.


세상은 차가웠기에, 내게 따뜻했고, 더 차가웠기에 내게는 불이었던 것.


가끔 과거를 돌이켜 보면,

추억 보다는 혐오감과 메스꺼움이 내 가슴을 두드릴 때가 있다.


그 때 마다 조금은 되뇌이는 말.


-세상은 차갑기에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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