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스-피아트 [630596] · MS 2015 · 쪽지

2019-01-08 12:54:26
조회수 12,941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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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발표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잠시라도 딴 생각 한 번 해보시라고 적는 글.


저희 엔젤스 팀만 해도 조교님, 데이터 팀 해서 식구들이 20명가까이 되고 벌써 5년째 하다보니 참 많은 분들이랑 같이 일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계속 어딘가에 선발되는 입장이었다가 엔젤스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모시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다음에는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들의 특징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 뭔갈 자꾸 찾아서 끄적이는 사람

저도 그랬지만 보통 어떠한 일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크게 하는 오해가 주어진 일을 잘 하면 된다거나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보통 해당 업무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여러 방법으로 평가해서 선발하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잘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뽑았는데, 영어를 잘 못가르치는 경우는 없는 것처럼. 또한 선발한 사람은 관련된 일을 최소 몇년간 한 사람이고 새로 들어온 사람은 처음하는 건데 이 경우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넘어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으로 접근하면 어느정도 쓸모있는 사람이 될 순 있어도 거기까지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야구에 비유하자면 외국인 투수를 뽑았는데 11승 8패 ERA 4.25정도 한 느낌.


반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자꾸 뭔가를 찾아서 하려고 합니다. 누구든 새로운 조직에 들어오면 조직 전체의 업무의 아주 일부를 담당하고 보통, 처음 들어온 사람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진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일이 할만 하고 여유 시간이 있습니다. 이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업무 분야가 아니거나 한 번 해놓은 업무이지만 다시 한 번 검토하면 좋은 업무 등을 찾아서 끄적입니다. 물론 그걸 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꾸 끄적이고 물어보고 그러다 보면 전체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자연스럽게 점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랑 같이 일한 조교분들이 대부분 이런 성향의 분들이었습니다. 


2. 선완성 후수정

이러한 특징은 저도 가지려고 매년 노력하는 것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과하게 빠르고 대충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단 draft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나서 전체적으로 보면서 수정을 섬세하게 합니다. 굳이 시간을 따지자면 초안 완성에 30% 후에 수정하고 살을 붙이는데 70% 정도. 그리고 일단 완성된 드래프트를 업무를 지시한 사람에게 보여주면서 이런 저런 수정사항을 받아 그걸 반영하여 수정하면 괜히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 소비가 없습니다. 반면 같이 일하기 싫거나, 별로 성장가능성이 없겠다고 느껴지는 사람의 특징은 자꾸 머리속에서 완성된 형태를 그리면서 이런 저런 고민합니다. 머리속으로 고민한다고 단번에 완성된 형태가 나오기가 어려운데, 계속 그걸 가지고 끙끙대다가 어렵게 어찌어찌 시작해서 마감시간에 다가오면 날림으로 끝냅니다. 그리고 그걸 보여주면 당연히 업무 지시한 사람의 마음에 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정사항을 얘기하면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놨는데 수정지시한다고 불평합니다. 이런 스타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런 성향의 분들의 경우 당연히 그 다음 시즌때는 같이 하지 않습니다.


3. 애정

몇 년 전에 제가 삼성드림클래스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제일 싫은 항목이 지원 동기였습니다. 아니 지원동기가 뭐있습니까? 평생직장 같은 것도 아니고 알바같은걸 지원할 때는 지원동기는 돈입니다. 굳이 더하자면 돈인데 그나마 좀 흥미로운 일 정도인데. 하지만 그건 지원하는 사람의 입장이고, 저희는 짓궂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식구를 모시면서 면접을 볼 때, 면접이 다 끝나갈 즈음에 가볍게 지원 동기를 묻습니다. 저희 팀은 조교 등 직원분들에게 업계 평균이나 다른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알바에 비해 훨씬 큰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지원동기가 돈인거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별로 들어본적도 없는 업체에서 겨우 두 세명 뽑는 공지를 내는데 100명 넘게 지원을 하는 이유에는 다른게 있을리 없습니다. 굳이 더하자면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날부터 2주간만 일하기 때문에 시기의 편리함 정도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원 동기 여쭤볼 때 거창하거나 사변적인 얘기하는 사람은 별롭니다. 작년에 저희팀에 합류하신 대부분의 분들은 솔직하게 지원 동기는 돈이라고 했고, 좀 인상적이었던 답변은 지원동기는 돈이고, 그 돈값하기 위해서 열심히 잘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첨언하자면, 지원동기는 돈이다, 그리고 나의 이러이러한 특성이 돈값을 하는데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솔직함은 딱 선발과정까지만 이어져야지 일을 하는 내내 이러한 입장을 분명하게 보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팀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난 돈을 벌러 온거고 시키는 일만 딱하겠다, 더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물론, 업무내용이 분명하게 주어진 것이고 딱 그것만 하는 것을 비판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딱 그 해까지만 같이하고 그 다음엔 같이 안하죠. 다시 한 번 야구 외국인 선수에 비유하자면, 팀 승리와 관계 없이 인센티브가 걸린 자기 승리만 신경쓰는 선수가 있는 반면, 자기 승이 날라가도 팀이 승리하면 기뻐하고, 어눌한 한국말이라도 한마디씩 하는 선수가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문제는 본인이 이런 티를 내는지 보통 잘 모릅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학생때와 다르게 아무도 설명을 안해줍니다. 그냥 그 다음에는 같이 안한다는 결과만 통보될 뿐 너가 이러이러 해서 같이 하기 싫다라고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죠. 그래서 그 사람입장에선 자기는 자기할 일 열심히 했는데 잘렸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근데 뭐 할 수 없죠, 그 정도 업무할 사람은 많고 선발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조직에 애정이 있고 그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니. 



사회생활도 별로 안해본 제가 젊은 꼰대가 되어 주저리주저리 긴 글을 쓴 것은 인생 교훈 글을 가장해 저희팀 새로운 식구를 모시는 글을 쓰기 위함입니다.

이제 신입생이 되시는 분도 괜찮고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분도 괜찮습니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의 성향을 갖고 계시고 어떠한 재능이라도 좋으니 남다른 것 하나라도 갖고 계시는 분은 저한테 쪽지나 이메일(sangillee38@gmail.com)로 연락을 주시면 잘 모아놨다가 다음 시즌을 위한 인력 선발 때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p.s. 글이 길면 마지막부분부터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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