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기초의학 1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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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4개의 짧은 칼럼이 되어버렸고 너무 바빠져버렸습니다 ㅠㅠ)
이제 기초의학을 선택하고 연구를 시작한지 약 1년
슬슬 의사라는 타이틀보단 대학원생이 익숙해지기시작한 이 시점에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가 잠시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와중에 리뷰논문도 짧은것 하나쓰고, 심사중인것도 있고
여러 실험을 시작단계에 있는 상태입니다^^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는 겸... 그동안의 느낀점에 대해 써보고자합니다
제가 기초의학을 선택한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공부를 너무나 좋아했던것도 있지만 마음속에 깊이 박힌 열등감도 한몫을 했다고봅니다
절대로 기만이 아니라 제가 아무리생각해봐도 저는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것 같지 않습니다.
어렸을때부터 공부를 아주 좋아하기만 했고, 과학자가 꿈었습니다. 하지만
독서하는게 전부라고 생각되어서 상상력 창의력은 풍부할지 모르겠으나 노력을 하지않아
그걸 증명해줄 경시대회 수상이나, 실제 중학교 수학과학 시험에서도 크게 잘하지못했습니다. 수상실적은 물론 하~나도 없구요
고등학교때도 모의고사 치면 고1때는 60 70 왔다갔다 고2때 70 80 정도였고 고3때 한두번 90점받고 수능때 63점을 맞았지요.
그때되서야 깨닿게 된것이 공부를 좋아할 자격이 있으려면 우선 주어진 시험이든, 어떤 불합리한 평가이든 최선을 다해야하는것이구나
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재수를 하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어렸을때부터 내공을 쌓은애들을 이기는게 말도안되죠.
게다가 고집도 세서 남의 말을 듣지않고 인강도 안듣고 그냥 문제집만 닥치는대로 풀었습니다.
그당시에도 (12수능) 공부법이나 킬러문제 공략, 학원등이 많았지만 저는 그냥 모든문제를 제 마음대로 풀었습니다.
재수학원을 가긴했는데 외롭지 않으려고갔지 가서 수업은 하나도 안들었구요.
그래서 당연한 결과인지 수능에서도 1점차이로 수리2등급나왔구요 ㅎㅎ. 어쩌다보니 과탐운이 좋아서 지사의를 갔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했든, 머리가 부족했든, 노력이 부족했든 어쨋든 저는 수능에서도 최고가 되진못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대학교 6년간은 그냥 막 놀았습니다. 6년중 단 하루도 수험생때보다 공부를 더 많이하거나 힘든경우가 없었기에...
그런데 졸업할때쯤되서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공부를 좋아하던 내가 여기서 졸업하면 일에치여서 평생 공부못한걸 후회할거라고 생각이되어서
그리고 어렸을때의 꿈을 포기할수 없어서 기초의학이라는 진로를 선택하여,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열등감을 극복할수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열등감이 가득합니다. 오르비에 들어오는 이유도 나태해질때가 되면 여러 공부잘하는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를 채찍질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이고, 아직도 수능 수학문제가 나오면 당연히 못풀겠지만 내가 그때로 돌아갔으면 이걸 풀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어떤 업적을내야 이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초중고등학교때 못다한 꿈, 노력은 해봐야될것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기초의학 진로를 선택한것에 대해서는 80% 만족중입니다.
다시 졸업시즌으로 가서 선택하라해도 당연히 기초의학을 선택하겠습니다.
운좋게 저를 좋게 봐주시는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서 막내치고는 많은 기회를 얻었고, 어떻게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여러 과제들을 해나가고있습니다.
물론 실험결과가 항상 잘 나오는것은 아니지만 항상 조급하게 살아온 저였기에, 이번만큼은 좀 여유롭게 살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지내고있습니다.
'망해도 의산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죠.
업무량은... 버틸만 한것같습니다. 아침9시 출근 9시퇴근이 보통이고 빠르면 8시쯤 퇴근하긴 하는데 완전빡세게 그 시간을 다 보내는것도 아니고
실험일정에따라 유동적입니다. 비교를 할 대상이 일반 직장인이면 하소연을 많이 하겠지만 비교대상이 인턴하는 친구들이니... 도저히 그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물론 공중보건의 하는 친구들 말 들어보면 가끔... 쉬고싶다 라는생각이 들긴합니다^^
몸은 학부때보다 훨씬 피곤하긴 한데, 그때보다 더 나은것같습니다. 의사가 되기 전 학생신분인 학교에서는 무언가 항상 불안하고,
유급의 두려움과, 국시의 부담과, 실습나가서 선배들에게 아랫사람처럼 대해지는 느낌이 정말 싫었습니다.
막상 기초의학을 하면 동네아저씨보다 상관없는 사람인데말이죠 ㅠ.
물론 대학원생 신분도 그리 자유롭지는 않지만, 하나의 인격으로 대우를 해주니까 훨씬 좋은것같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은 부수적인 내용이고.. 공부와 연구를 하는 과정도 제가 생각했던것과 비슷해서 만족중입니다.
연구라는건 이미 나온 여러 결과들을 가지고 거기에 조그만한 아이디어 하나를 추가하신다고 보면 됩니다.
오직 이론만으로 승부하는(수학과, 소프트웨어학과?) 대학원의 경우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고 아이디어로 끝나는데 반해
실험이 많은 대학원은 아무리 이론을 잘생각해도 실험결과가 안나오면 꽝입니다.
실험으로 우연찮게 좋은결과가 나올수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실패할가능성이 있는곳이
실험위주의 연구실이겠지요?
아직은 이미 나온 결과들을 아는것도 부족하여 거기에 좋은 아이디어를 추가한다는것이 조금어렵지만, 점점더 발전하는것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어렸을때 생각하던 망상과 같던 창의력을 현실에서 쓰고있다는게 생각보다 너무 감격스럽더라구요.
이런점은 장점이고 단점몇가지만 말해보자면
기초의학을 선택하지 않는 가장큰이유는 바로 돈일것입니다. 돈만 많이준다면 기초의학도 경쟁이 될거라고 생각됩니다 ㅎㅎ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든, 나중에 교수가되어서든 절대로 큰돈은 벌수가 없습니다.(특허로 회사차리는 경우 제외)
그 차이가 조금나는것도 아니고 2배, 3배정도 차이가 나기에 공부를 좋아하더라도 금전적문제때문에 기초의학을 선택하지않은 경우도 꽤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상대적 박탈감은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는데... 절대적 박탈감을 느끼고있습니다. 밥먹는것도 고민할정도의 급여니까 말이죠 ㅠㅠ(100만원대입니다...)
제가 씀씀이가 작아서 망정이지...ㅎㅎ
그리고 의사로써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점도있겠네요, 저는 아직 한번도 환자를 본적이 없습니다.
배운것을 안 까먹게끔 의사 알바자리도 여럿 알아보았는데 다 뭔가 안맞아서... 시작도 못해봤습니다.
기초의학을 하다보면 대학교 6년동안 배운지식이 80%는 필요없다는점이 아깝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대학안가고 수능끝나고 난 바로 직후 지식과 열정으로 대학원 바로갔어도 전혀 문제없었을거같습니다 ㅎㅎ (바이오쪽대학원은 그래도될거같다는 생각이...)
이런 부수적인 이유들은 사실 중요하지않은것이구요
핵심은 연구활동을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이 기준이 애매하긴하지만), 실험기법, 연구실의 지원, 그리고 운!(제일중요하다고 생각) 만 잘 맞춰질수있다면 충분히 자기의 상상력을 실현 할 수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다보니 생각나는대로 마구 적게되었네요 ㅎㅎ 내년에는 졸업시즌이라 더 열심히 실험하고 결과를 내야될시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어떤 위치에 있든, 하는일 다 열심히하고 잘되시길 빌겠습니다 ㅎㅎ
궁금하신점 뭐든지 다 괜찮으니 댓글이나 메세지주시면 성실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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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냥 수능공부나 해야겠다진짜 진짜사람좀만있으니까 리안드리악포유성메자이풀스택티모버섯임
기초의학대학원이 따로 존재하는건가요 아님 생명대학원쪽을 진학하신건가요?
기초의학대원이 따로 존재하긴하지만 생명과학대학원과 대동소이합니다. 기초의학대학원이라고 의대출신만 들어올수있는것은 아닙니다^^ 학교 연구실 대학원생 통틀어서 저만 의사네요 ㅎㅎ
의사출신으로 진학하셔서 좀더 유리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나요?
현재는 그냥 교수님들이 저에게 가져주는 관심이나, 기회면에서 많은 유리함을 가진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어떻게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주변에 기초의학교수님 말 들어보면 끝까지 유리한점이 있다고 하시네요.
ㅇㅎㅇㅎ
혹시 자교 대학원으로 진학하셨나요??
아닙니다 ㅠㅠ 자교가 아쉽게도 지사의라 연구인프라가 너무 부족해서 ㅠㅠ... 큰맘먹고 딴데 갔습니다 ㅎㅎ
의대에서 연구직(?)으로 가려면 6년후에가는건가요? 또 그 이후에 어떤 커리큘럼(?)을 따라 가는지 궁금합니다
6년졸업하고 면허를 딴 후 졸업하고 가게됩니다(물론 면허를 안따고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하는것도 가능하지만...? 누가 그럴까싶네요) 그 이후의 커리큘럼은 일반대학원생과 똑같습니다!
혹시 대학원 다니면서 응급실 알바라던지 하는 사람도 있나요? 확실히 100만원대면 좀...ㅠㅠ
아 애초에 기초의학을 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소식을 듣긴어렵지만 주말 알바 간혹 하는 분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100만원대면 ㅠㅠ 진짜 한끼 8000원이상 밥먹기도 힘드네요 ㅠㅠ
혹시 유학가는 길도 있나요? 올해 의대 입학 예정이고 저도 기초의학쪽으로 가고싶긴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미래가....
물론 유학의 길도 있습니다만 남자의 경우는 군대를 해결해야되기때문에... 전문연구요원이나 공보의로가야될겁니다. 저는 끝나고 바로 공보의갈경우 3년의 시간을 공부못하면서 지내는거에 대한 두려움에 우선은 전문연구요원을 하기위해 국내에 남았구요... 어떻게든 나중에 유학을 갈 생각입니다! ㅎㅎ
생화학 시러요 ㅜㅠㅠ 살려주세요
저도 생화학 진짜 너무 어려웠던기억이 납니다 ㅠㅠ 하필 교수님이 쌩암기 시험을 내셔서 ㅠㅠ 아미노산구조를 외웠네요 ㅋㅋㅋ
기초의학 쪽으로 가시는 분들은 군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보통은 전문연구요원으로 해결합니다만 제가 아마 막차를 타거나...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것으로 보입니다 ㅠㅠ 요새 대체복무를 계속 줄이는 추세라서요 ㅠ
ㅠㅠㅠ 만약에 없어진다면 그냥 육군현역으로 가는거 추천하시나요??
아뇨? 저라면 공중보건의로 가겠습니다 ㅎㅎ 기간이 길긴하지만 만약가게된다면 저는 그동안 어떻게든 공부를 하려구요. 육군현역가서 공부를 못하게된다면 정말 슬플거같아요 ㅠㅠ 물론 다른면이 훨씬 힘들겠지만...
감사합니다!!
기초의학 전공하는 의사들은 대부분 교수임용이 아주 수월하다는 이야기가있는데 사실이라고 생각하세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겠지만, 4분의 기초의학교수님하고 상담한결과 다른 전공에 비해서는 훨씬 수월하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결과가 나오기전까진 모르는것같습니다 ㅠㅠ
뇌과학,물리에 관심이 많아 기초의학 전공을 희망하는데 지사의 수능 성적이 나와서 의대를 지방으로 가게 될것 같은데 메이저/수도권 의대를 목표로 반수해야할까요? 아니면 그냥 지사의 열심히 다니면 되나요?? 해외유학같은 기회는 어떻게 잡을 수 있나요?
내용이 길어 쪽지보냈습니다~~
아 내용에 해외유학에 관한것이 빠졌네요, 해외유학의 기회를 잡는다는것이... 일반 이공계유학과정과는 크게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의대를 졸업하면 MD 라는 타이틀이 논문에 붙게되는데 그 파워가 상당히 있어서 유리한점이있다는 것이지요!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 기초의학 관련 궁금한게 있으면 나중에 종종 연락드려도 될까요?? 기초의학님이 쓰신 글들 잘 읽어보았습니다!!
네 메세지로 물어봐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