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2-06 00: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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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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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으로만 본다면,

내가 재수 생활 때에 했던 대부분의 생각들은

쓸모가 없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을 해야하며,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단순히 수능이 끝나면 앞길이 열리는 걸까.

한 강사가 보여준 모습대로, 서울대 과잠을 입고,

어여쁜 양갈래 머리만 하면, 젊음이 귀해지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 쓸모 없었을 게다.

수능 국어31번 문제에 필요한 지식이 아니었으므로.

최소대립쌍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모래’를 제낄 때

필요한 지식이 아니었으므로.


값어치가 나가지 않는 생각들.

그것들을 사회는 ‘잡념’이라고 치부한다.


나는 이것에 대해 반대한다.


내가 지금 여기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잡념에 대한 답 때문이다.


그 잡념을 끝없이 해오며, 나름의 답을 내렸고,

그 답을 토대로 그려진 청사진이 내 미래라는 것에

무한한  영광을 보내고 있다.


국어가 1등급이 나오지 않았던 것,

수학을 100점 맞지 못한 것,

영어가 아쉽게 2등급이라는 것,

탐구 하나가 아쉽다는 것.


그 모든 부끄러움을 가벼이 털어낼 수 있는 이유는,

그 잡념에 있는게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이제는, 어느정도 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도 안다.

단순히 수능이 끝났다고, 또 성적이 잘 나왔다고

인생 전체가 정해지는 것이 아님을 안다.

이 세상에는 대학 과잠보다 더 소중한 옷과 장신구가 있다는 것을 안다. 또, 그것이 젊음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안다.


그렇기에 떳떳하다.


열심히 살아왔고, 또 그 과정에서

나는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항간에, 이래왔던 나를 잡념을 많이 해온 인간으로

치부하기 바쁠 테지만, 나는 이것이 잡념이 아니라

‘귀중한 상념’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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