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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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샤워를 하면서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재수를 시작했던, 낯선 대치동의 겨울거리를
전전하던 12월 23일부터, 지금까지,
내가 얻어왔던 정신적 가치들이
모두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입니다.
고교생활에서, 나는 철저하게 홀로 있었다는 것이 그것.
너무나도 철저한 나머지, 타인들이 내게 쓰디 쓴
말들을 서슴없이 뱉었고, 그로 인한 분노를
참고 또 참을 수 밖에 없었던 나날들.
사실, 많이 힘들었고, 또 외로웠습니다.
그것이 내 고교시절의 주요한 감정상태였습니다.
헌데, 그 겨울부터 시작한 이 레이스를 펼쳐오면서,
타인들의 쓴 말들에 끝없이 저항했고, 또 끝없이
내 자신을 스스로 증명해왔다는 사실을 문득
샤워하면서 깨달아버린 것.
샤워실의 거울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지금 내가 울고있는 표정 하나하나를 내 머리속에
가능한 한 오래 담아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가능케 했던 주된
가치가 무엇이었는가고, 정리하기 위해
감히 글을 쓰고 있는 것.
'부끄러움'이라 하겠습니다.
내가 울던 이유는 바로 그것.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오면서,
나는 내 주체적인 방향을 무시했다는 것.
대학교를 가기 위해, 플래너에
내 본연의 자아가 가진 목표가 아닌,
대학교의 이념이 아닌, 대학교 이름을 써버렸다는 것.
그 누군가의 깊은 생각의 체계를,
단순화시키어 간단하게 처리해버렸다는 것.
그것을 깨달았고, 1년 동안 그것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했고, 또 나름의 결론을 얻음으로써
나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 암울했던 고교 시절의
'나'보다는 더욱 주체적으로 변모했다는 것.
부끄러움을 깨닫는 순간은,
가차없이 왔으되, 예감적이었습니다.
창공의 별을 바라보면서도,
눈물 먹은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도,
모더니즘의 의미를 이해했던 날의 밤하늘에서도,
광장을 읽으면서도, 또 오늘처럼 샤워를 하면서도.
그리고 그것들이 내게 주는 '불편함'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또 추적해서,
내가 지녀야 할 가치로 바꾸었다는 것.
정확히는, 내가 지니게 된 가치로 바꾸었다는 것.
부끄러움은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더욱 농도 짙게 내게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에 그들이 몰려왔을 때는 참으로 불편했지만,
공부하다가 문득, 무너지려는 나를 막아준 것이
그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난 이후론,
그의 손을 잡고 같이 이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내게는 '플라타너스'였던 것.
나는 이 부끄러움과 함께,
20대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저항이 장난아니게 들어올테지요.
남들은, 학점과 취업을 위해 살겠지만,
나는 부끄러움과 함께 길을 걷고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나는 그와 함께 길을 거니는 순간순간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운 창공' 속에서 내게 위로의 빛을 보여준 것은
부모도 아니고, 강사 나부랭이들의 쓴소리도 아니고,
친한 친구도 아니고, 바로 내 자신의 그 부끄러움이곤
했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무서운 것은,
그 행복에 훼방을 놓으려는 이가 많으리란 것.
그렇지만, 저항해보려 합니다.
베를린 대학의 이념이 '홀로 있음'과 '자유'로
요약되어 있으니까.
홀로, 자유를 위해 맞서 싸우는 어른이 되려합니다.
고찰은 여기서 마무리 짓지만,
분명 그가 가진 '위대함'은 내 자신 속에
더 내재되어 있다 믿습니다.
그를 오랫동안 탐구하면서,
나는 내 삶을 갈고 닦아, 이 세계에
온전한 나로서, 온전히 존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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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때까지 잘 해 왔으니 좋은 결과 거두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안녕히 주무세요!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사랑합니다..공주님은 크게 될 거예요

곰이 더 크게 자랄거에요!전 150대에서 멈췄어요 공주님 ㅎㅎ 머리라도 키울게요ㅠㅠ 책 내시면 사겠습니다

어얽ㅋㅋㅋㅋㅋ 부끄럽게 >_<나중에 오르비에 쓴 제 글들을
그대로 옮겨서 책 내보려구여!
항상 화이팅 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늘 응원한다

자아의 세계화항상 글 잘 보고 있어요:):) 찬우쌤 카톡 읽는 느낌..ㅎㅎ..? 어투가 비슷하신것같아요

앜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