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듀✨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1-04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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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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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 그렇지만 침묵을 유지하는, 해야만 하는

공간. 나는 대치동에 갇혔습니다.


6개의 현장강의.

처음에는, 그저 즐거웠습니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사람의 얼굴을 보는 신기함,

지방에서와는 비교도 못할만큼 빼곡하고 기가 찬 자료들.

그것들을 생각하면 그저 즐거웠습니다.


허나, 낯설은 것이 익숙한 것이 되고

익숙한 것이 낯설은 것이 되고 보니,

지금은 대치동을 거니는 순간 순간이

고통스럽습니다.


울고는 싶은데, 시선들이 무섭고,

심지어 보잘 것 없는 나를 알아보는 이도 있으며,

무섭다고 얘기는 하고 싶은데,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더없이 무서워 얘기를 못해서,


결국 집 앞에, 아무도 보지 않는

전통시장 거리에서 펑펑 울었던 날들의 반복.


여기에는, 이타심과 배려보다는, 이기심과 질투심이 있고,

편지보다는 시험지와 문제지가 있고,

사람의 값진 마음보다는 비싼 차, 비싼 신발이 있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칭찬하기 보다는,

수치와 성적이 높은 사람만을 보고 칭찬하는 차별이 있습니다.


나는 갇힌 듯 합니다.

어디에서 울어야 할 지,

어디에서 웃어야 할 지,

어디에서 얘기해야 할 지,

누구를 언제 만나야 할 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이 혼미의 세계에

나는 그저 있습니다.


그래서 얼른 피하고 싶습니다.


다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타심과 배려를 좇는 공간,

성적보다는 그 사람의 값진 마음을 칭찬하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좋아하고,

그렇기에 쓰는 편지의 페이지 수가 많아지는 공간으로

나는 돌아가야 합니다.


그 때,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가야 합니다.


수능을 잘 보게 되더라도,

대치동 조교는 안 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나는 내 가치와 맞는 사람의

조교를, 멘토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 지위 안에 내가 좇는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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