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셀럽공주✨ [541907] · MS 2014 · 쪽지

2018-10-28 00:21:27
조회수 1,285

삼수와 대학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8904892

조곤조곤히 제 인생과 얘기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대치동에서 절망적인 체력으로 앞날을

뚫어나가는 이 삶을, 너라는, 당신이라는 작자는

왜 그리도 사랑하려하며, 사랑하는가.


이유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나'는 존재론적으로 '나'와

떨어질 수 없기에, 그런 것 같기는 합니다만.


다만,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했고, 감수했고,

감수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

지금 내게는 행복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려 하는 것이고,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나는 작년 수능 시험장을 나서고,

오열에 가까운 눈물을 흘려봤습니다.


그 눈물에는 참 많은 것이 있었습니다.


'너는 끝내 완주하지 못할 거란 자들이 내게 남긴 아픔'

'무섭고 또 무서운 미래에 대한 고민들이 보이는 피사체'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던 밀실에서, 버텨낸 자의 기쁨'


등이 그것.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삼수'를 하게 되더라도,

나는 그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고,

감히 짓거립니다.


내가 그 때 흘린 눈물은,

수학 30번을 맞혀냈다는 기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앞에 있는 '자애' 때문이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학'에 가더라도

올해 내가 내 자신에게 줬던 그 '관심'과 '위로'를

잊지 않은 채로, '온전한 나'를 위해서 살 것임을

감히 짓거립니다.


그래서 자신있습니다.

나는 끝내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것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내게 삼수는, 그저 내 자신에게 주어지는

성찰의 열매를 1년 동안 가꾸어 나가는 농사에 불과하며,


내게 대학은, 그저 내 자신에게 주어지는

불안의 씨앗을 철학의 열매로 가꾸어 나가는 농사에 불과할진대


어떤 차이가 있을런지요.


다른 것은 그저, 성적표에 찍혀있는 

최솟값과 최댓값이 아닐런지요.


다만, 나는 남은기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 눈물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내가 이 절망적인 체력으로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당신을 믿고, 나를 믿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