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갈취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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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여사친과 잡담을 하다 가벼운 말싸움을 했는데, 내 말투가 맘에 안 든다는 게 그 골자였다. 이상한 억지에 기분이 퍽 나빠 나름의 반박을 했더니, 자기가 생리 중이라, 감정 조절이 어렵다고 말하더라. 직접 말로 꺼내진 않았지만 아마 양해를 구하는 것이리라. 물론 본인 사정을 설명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내가 잘못을 저질러도, 그 저변에 어떤 사정이 있는 지를 알 수 있으니, 혹 실수를 저지르기 전 먼저 일러놓는 건 꽤 현명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건 그녀가 그리 말하며 암묵적으로 깔아둔, "그러니까 네가 당연히 참아야하는 것 아니냐"하는 추잡한 생각이다. 하물며 중증 우울증인 나조차도 그런 생각은 차마 하지 못한다. 아니, 지금껏 몇 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곧이어 말도 안 된다 치부하고 넘기곤 했다. 상대방과 나만의 문제상황은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이다. 예민해질 상황을, 불편해질 상황을 상대가 만들었다면 모를까, 전혀 별개의 일에 책임을 묻는 건 폭력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개인 간의 관계 속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차원에서도 자행되고 있다는 거다. 여성배려 주차공간이나, 일부 지역의 "아주라" 문화, 앉아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비키라는 상당수의 어르신들등……. 그런 사회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배려 요구는, 그를 따르지 않으면 '사회적인 지탄'과 '모멸감'이라는 압박을 가한다는 점과, 이를 매개로 배려를 받아내려한다는 점에서, 강요조차 될 수 없다. 외압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엄연한 협박이고, 갈취인 것이다.
배려가 미덕인 문화는 우리 사회의 장점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는 올바른 방향에서 탈선해, 장점보다는 결점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당장 우리가 말하고 쓰는, 국어의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호의를 베풀다"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베풀다라는 부분에 힘을 주어 다시 읽어보자. 베풀다! 풀어 말해 호의를 받는 입장은 어떤 것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베풂이란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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