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정시 가지고 싸우시는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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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방학 시작하면서 할 짓도 없고 과외 정보나 이것저것 알아볼까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끊임없는 학종 떡밥가지고 싸우는 애들 보고 드는 생각.
1. 일단 유치해 죽겠음ㅋㅋㅋㅋ 논쟁을 하는데 검증된 레퍼런스를 가지고 건전한 토론을 하는 게 절대 아님. 그냥 뇌피셜로 정시가 낫네, 수시가 낫네 하면서 싸우기 바쁨. 차라리 그럴 시간에 잠이나 자는게 정신 건강 및 일상생활 개선에 훨씬 큰 도움이 될듯. 대부분 학생들 공부하느라 잠잘 시간도 부족하잖아. 나는 어젯밤에 술쳐먹고 들어와서 11시간만에 일어났지만 나처럼 한가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잠이나 자는게 훨신 이득임.
2. 말로 형언하기 힘든 종류의 혐오같은 감정들을 가슴 깊이 품고 사는게 느껴짐. 어떤 면에서는 안쓰러움. 사실 나도 고딩때 애들이 선생들이 생기부 터트려버린다고 협박하는 꼴도 봤고, 나 자신도 전교 1등이었지만 선생들이 갑질하는거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나보다 공부 못하던 애들은 애초에 인간 취급도 못 받는 것처럼 보였고, 또 그 반대로 애들은 선생들을 싫어해서 애새끼들이 교사가 설명하는데 그냥 무시하고 모의고사 책 펴놓고 다른 공부 하는 애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사실 정시든 수시든 고등학교 교육 현장이 거지같은건 변함없다는 것을 확신함. 그러니까 이런 입시판에서 대학 한 단계라도 높여보겠다고 노력하는 애들 입장에서는 수시는 수시 나름대로, 정시는 정시 나름대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상대 애들이 더 꿀빠는 것 같이 보이고, 아무튼 과거의 내 친구들 모습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픔.
3. 그래서 뭐 님들이 싸우는 게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서로서로 힘들다'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함. "학종으로 합격한 이들이 발악하는 이유"에서 지방에서 내신 꿀빨고 올라오는 새끼들 욕을 하던데, 사실 그 글 쓴 놈 입장에서는 나같이 학종으로 대학 간 놈들이 제일 미워보일 것 같음. 그런데 그건 '내신만' 놓고 봤을 때 얘기고(솔직히 이 부분에서 수시제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구나 싶었음), 학종 준비하기에 지방은 나름대로의 고충이 없는 게 아님. 각종 교육인프라나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애초에 선생들이 대입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한 데다가, 대학교들에서는 대학교들 나름대로 고등학교 순위를 매겨놓고 그걸 다 반영해서 심사를 하기 때문에 지방에서 내신 잘 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건 절대 아님. 다만 학생부 교과전형은 어떨지 모르겠다. 실제로 학종으로 경희대 간 내 고딩친구는 지 아는 후배였나, 자기 본인 얘기였나,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우리 학교에서 경희대 갔다고 하니까 거기 사정관이 "우리가 그 학교 애들은 거의 안 뽑는데.." 이런 말도 했다고 들었음.
4. 그런데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오르비에서 떠들어대도 대학 와서 생활해 보면 다들 자기 특출난 부분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고, 다 뽑힐만 해서 뽑혔다고 수긍하게 되더라. 진짜임. 나 자신도 지방에서 누구 말대로 '꿀빨다가' 올라왔다고 치더라도, 4점대 학점도 맞아봤고 2학기때는 자퇴해서 성적은 안나왔지만 3점대 후반의 성적이 나올 예정이었음. 계절학기때는 난생 처음 공부해 본 '미적분과 벡터해석' 강의를 들으면서 수학과 친구들이랑 같이 수업도 들으면서 생애 최초로 ebs 강의 찾아 들으면서 사인함수 미분공식도 외워보고(진짜 앞에서 조교가 사인함수 미분 하는데 나만 몰라서 슬펐음. 다른 애들은 이과 애들이라 다 알더라) 중도에서 밤샘공부 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음. 성적은 B였지만 문과 애가 이과 전공수업 가서 공부한 것 치고는 선방했다 싶더라. 아무튼 난 내 대학교 1학년때의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함. 공부도 열심히 했고, 실패도 엄청 했고,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음. 지금 내 여친을 비롯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리고 이건 내가 학종으로 합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임. 제발 그 입시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하자.
5. 그래서 나는 학종으로 대학 왔지만 절대로 정시 분들한테 '죄송'하지도 않고 정시로 대학 간 친구들에 비해서 꿀린 적 단 한 번도 없음. 나는 내가 '뽑힐 만 해서 뽑혔다는' 것에 대해 확신함. 수시든 정시든, 본인이 떨어졌으면 진짜 무슨 마킹실수로 떨어진 게 아닌 이상 '본인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는 것'을 제발 인정하시길. 물론 100프로 완벽하게 '최상의 실력을 갖춘 친구들'이 뽑혔다고 확신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자격이 없는 사람이 들어올 일은 거의 없다고 봄. 정시도 정시 친구들 나름대로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고, 수시도 수시 친구들 나름대로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 님들이 정시네, 수시네, 뭐가 더 공정하고 정의롭네, 뭐가 더 실력을 올바르게 가늠하는 거네, 하면서 싸우지만, 실제 와서 보면 그냥 님들은 오르비라는 침대 위에서 꿈꾸고 있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됨. 깨어나서 현실을 좀 보시길.
6. 분명한 건 대학에서 입시제도 연구하시는 분들은 님들이 뇌피셜로 떠들어대는 생각들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자기 학교의 입시 제도를 분석하고, 최고의 학생들을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심. 나 가르쳤던 교수님 왈 "우리가 좋은 학생들 뽑으려고 아주 고생을 합니다. 여러분들 대강 뽑아서 이 자리에 앉혀 놓은 게 아니에요."
7. 그러니 그냥 허구한날 싸우지들 말고, 혐오성 발언은 그만하고, 서로서로 힘 내자고 응원도 해주고, 고민거리 있으면 들어도 주고 하면서 좋은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음.
8. 이상 '지방에서 꿀빨다가 올라왔다'는 지방 학종러 저격글을 보고 눈물 광광 흘리면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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