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 [517004] · MS 2014 (수정됨) · 쪽지

2017-12-30 20: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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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서울대 합격인증+1년간의 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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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수능을 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이 다가왔네요. "1년동안 내가 한게 뭐지?"라는 동기의 말에 저 역시 스스로의 1년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뻘 생각의 끝이 (잉여로운 종강대학생의 일상과 맞물려) 이런 뻘글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서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대를 지망해왔습니다. 그래서 작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하며 기뻐하기보다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왜 낮은 내신으로 굳이 지균을 썼는지", "그보다 앞서 왜 1학년 내신을 잘 받지 못했는지", 더 앞서 "수능성적은 왜 그렇게 낮은건지"... 재수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어영부영하다 간 새터에서 고뽕을 과다주입당하고 무마되긴했지만). 어쨌건 그 때의 저는 고려대학교에 감으로 인해 소위 엘리트코스에서 멀어졌다 생각했고, 제 가치를 그나마 인정받기 위해서는 높은 학점을 받고 빨리 시험(CPA)에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다녀보니 학점과 공부는 대학생활의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동아리활동, 학생회활동 등 공부외적으로 사람들과 만나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하다못해 반실에서 밤새도록 동기들과 떠드는 것이 더욱 저를 성숙하게 해 주었습니다. 뒤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한 고려대학교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만 달려가려는 저를 잠시 멈춰세우고 '주변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시간들의 귀중함을 알게된 것은 학기말이었습니다. 장난반 진심반으로 낸 자소서로 서울대에 1차합격했기 떄문입니다. 그 이후로 종종 서울대에 입학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서울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더 많이 든 생각은 '지금 고대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주어진 기회에 겁먹어 도망가기는 싫었기에 진심을 다해 임했고 다행스럽게도 학교생활과 서울대로의 도전 모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서울대합격발표도, 고려대에서의 2학기도 끝난 지금시점에서 1년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많은 걸 해낸, 대견한 한 해였습니다. 학점을 챙긴것도, 서울대에 합격한 것도 너무나 기쁜 일이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기, 선배들 몇 분을 알게 된 것, 소위 엘리트 코스만 따라가는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지 알게 된 것이 최고의 과업이라 해낼 수 있겠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의 생활이 뒤쳐지는 것이라 생각한 것은 저의 오만이었고, 지금은 이 1년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은만큼 힘도 많이 들었고 그 때 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짧은 똥글을 빌어 제 자신에게 “짜식, 수고했다, 대단해” 한 마디 해주려 합니다. 술 한잔 마시고 글을 쓰다보니 전개도 이상하고 어쩌면 자랑으로 점철된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오르비언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한 해의 끝이지만 곧 다음 해의 시작입니다. 다음 한 해는 올해보다도 더 보람찬 시간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소망해봅니다. 오르비언 님들도 올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 하시는 모든 일이 잘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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