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Semi 수기(5)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43696
수능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록 채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뿐이었다.
3일이 지나고 나서 겨우 채점을 해 보았다.
메가 백분위 추정치가 '언어 99, 수리 97, 외국어 97, 법과사회 99, 국사 98, 윤리 90, 세계사96'였다.
결국 서울대는 절대 쓸 수 없는 성적인 셈이었다.
내가 생각한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서글펐다.
서울대 하나 가고 싶어서 고교의 추억까지 다 포기했건만
이제 서울대는 영영 나의 로망으로만 남을 곳이 되어버렸다.
마음을 비우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어차피 나는 논술 쓸 성적도 안 되니까
비싼 서성한 등록금에 보태 쓰기위해 알바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밤 11시부터 8시까지 일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이 너무나도 고되었다.
편의점 알바를 너무 쉽게 본 것 같았다.
야간 알바는 아침과 낮 타임에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물건을 진열하는 것이 임무인데,
이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음료, 유제품, 과자, 라면 등 온갖 박스들이 편의점 문 앞에 쌓여있는데
이걸 하나하나 다 나르고 까서 빈 자리에 채워넣고 나면
어느새 새벽 5시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매장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며 바닥을 쓸고 닦아야 했다.
여기까지 마치고 나면 새벽 6시인데, 그 뒤로는 출근시간이라 폭풍출근하는 손님들이 밀려 들어오곤 했다
마침 9월 평가원 시즌때 고려대 영어교육과 수시를 쓴 것이 생각났다.
혹시 모르니 수시에 응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운 좋으면 내가 그렇게도 가고 싶어했던 고대 영교에 붙을 수도 있으니까.
비록 논술학원 한 번 다녀본 적 없고, 알바하느라 심신이 극도로 지쳐있긴 하였으나
문제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문제를 꽤 유쾌하게 풀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논술 답안을 밀려 쓴 것이었다.
당시 논제 2는 ''제시문 (3)의 논지를 밝히고, 제시문 (1)과 제시문 (3)을 비교하시오."라 되어 있었는데,
실수로 앞의 소주제인 '제시문 (3)의 논지'를 논제 3의 답안지에 쓴 것이었다.
이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은상태였다.
당시 논제가 1,2,3,4로 4개가 나왔는데 1,4번 논제를 모두 미리 쓰고
2,3을 막판에 풀고 있었던 터라 이젠 답안을 수정할 여유도 없었다.
결국 병.신같은 답안지를 그냥 내야만 했다.
나는 수능을 봤을때와 마찬가지로 무한한 절망감에 빠지기 시작헀다.
내 21년 인생동안 내신, 수능에서 답안을 밀려써본 적 한 번 없건만
이젠 인생의 마지막 논술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SKY 갈 성적이 안 되어서
어떻게든 수시 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답안을 밀려쓰고 만 것이었다.
정말 죽고 싶었다. 지하철역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젠 서울대도, 연세 고려대도 갈 기회 다 잃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닥치고 만족하고서 중앙대 경영 정도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고된 일을 계속 하면서 그 생각이 차츰 바뀌었다
한 번은 음료 냉장고 뒤로 들어가 생수를 진열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생수 6개 묶음은 보기보다 무겁다. 그걸 들고 냉장고에 들어가다 팔을 찧었다.
너무나도 서글펐다. 아야..하면서 팔을 들다가 실수로 옆의 진열대에 쌓여있던
캔 음료들을 다 무너뜨리고 말았다.
OTL 자세로 음료를 하나하나 주워서 제자리에 놓았다. 너무나도 서글펐다.
나는 결심했다.
안 되겠다.
그냥 사반수 해야겠다.
사반수 해서 죽어도 서울대 가야겠다.
서울대 가서 열심히 공부하여 편하게 살고 싶다.
너무 몸 상하고 마음 상하는 이런 일 도저히 못 하겠다.
내 다시는 이런 일 안 한다.
대망의 12월 8일.
나는 8시가 되도록 교대하는 여자애가 오질 않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창밖을 보았는데, 창밖에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비록 입자가 작지만, 그 눈은 정말로 하얗고 아름다웠다.
나는 순간 왠지 모르게 좋은 예감을 받았다.
여자애가 오고, 나는 교육청으로 갔다.
교육청에서 10시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마치 사형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와 같은 심정이었다.
10시가 되어 성적표 발부가 시작되었다.
나는 성적표를 받고서도 한창 그것을 접고 있었다
도저히 펼쳐 볼 자신이 없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서야 겨우 성적표를 펼쳐 보았따. 그런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2 자작문제 0
나중에 교사가 되면 어떻게 서술형을 만들까 생각하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풀이 과정...
-
무기한 휴르비 1
-
동국대 3
저도 유사 대학생 쌩재수 친구 없나용
-
시대 재종 0
대치에서 목동관으로 옮길 수 있나요?
-
비슷한가요?
-
냥대 크아아아악 6
크오아오아앙
-
개빡치네
-
이미지 배출할게요 27
뭔가 모험적인거 좋아할 것 같다 항상 자기할건 다 해놓고 놀러가는 스타일?...
-
뭔가 자주본 옯창들중에 20
맞팔안된사람이 많네
-
흠.....아닌가? 아니다
-
심신미약 상태엿음 원래 딴 닉이엿는데 심신미약 상태가 안 됏다면 오르비 제대로...
-
흐음
-
선택과목 고민하는데 이유가 “나중에 메디컬 성적 되면 디메리트 있나.”인게 걍...
-
질문받습니다 15
제발너무심심하니까해주세ㅛㅡ요부탁입니다
-
https://m.megastudy.net/mobile/smart/bookMall/e...
-
나 심심한 때 18
자꾸 내 게시글 와서 님 개구리 맞죠? ㅇㅈㄹ하는 애가 잇엇음 그래서 뉴비엿던 내가...
-
집만오면 멀쩡해짐 으아자고싶어
-
낼 일찍 일어나서 버티다 저녁에 쓰러져야게써
-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
머지 님들제프사보이시나오
-
바로 기절해서 잠들수o?
-
맞춰볼래요
-
야자타임 7
야ㄷ 자ㅇ 타임
-
ㅠㅠ 오늘또 실패
-
나도 탈릅하면 0
오르비에서 날 추모해주겠지? 는 개뿔 아무도 모를듯 ㅋ
-
열라면 삼 0
이거 먹고 자야지
-
저도 야자타임 9
이제는 말할 수 있다 ㄱㄱ
-
제대학전부주작이에요
-
25수능후기 15
6평 성적 화미영 세지/지1 24324 9평 성적 언미영 세지/지1 12214 수능...
-
죄송합니다 지금부터는
-
이건 꼭 간다... 2장 예매해야지
-
본캠인척하던데
-
일케 갑자기??
-
D-264 0
국어 문학 1작품/비문학 1지문 국어는 항상 속도가 문제다. 어떻게 문학을 20분...
-
무적건 연대임 ㅋㅋ
-
잣반고인데 성적이 다같이 하향평준화 된 걸수도 있지 않나..?
-
수강신청 타임어택 안해도되나요?
-
이번에 수능보는 현역인데 국어 연계 공부 어케하나요?? 지금 강기분이랑 인강민철 다...
-
친구 특성화고임 0
한국사 전교 펑균이 10점 나옴. 100점 만점 맞고 주관식 없음 찍으면 20점인데...
-
표준편차 60 ㅋㅋㅋㅋㅋ
-
본인 ㅈ반고임 3
국어 모고 내가 거의 맨날 반 1등이엿음
-
주무실게요 2
-
둘 다 가져가는게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거같긴 한데 또 완벽하게 예측한다고하니까...
-
가산점 이도저도 아니게 쳐받고 따지고 보면 불이익만 있네
-
라면끓여줄사람 2
배고픔
-
수능 평백이면 얼마나 좋을까??헤헤헤
-
진짜 내가 2
아이큐 2로 수능수학 다 맞는거 가능하다는거 보여줘야겟네
-
바위에서 떨어지셧다네요… 조의금은 여기로…
-
불편해요 더워....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