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석이♬ [154203] · 쪽지

2008-05-01 00:13:11
조회수 10,305

습관 하나가 인생을 바꾸었다. -4- 수능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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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아침이었다.

나는 매주 목요일 최대한 수능 분위기를 낼려고 노력했기에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몸이 가늘게 떨리긴 했지만

스릴 있어서 좋았다.

고사장까지 가는 버스에서 지난 고3을 돌아보았다.


내신을 버리고 수능과 논술을 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고3때 내신이 범위를 지정해서 나오는 내신이 아니고

최대한 수능형으로 내려고 선생님들이 노력하셨기에

별다는 노력없이 내신을 끌어올릴수 있었다.

고3 동안 평균 3.8등급을 유지했고

3년동안 다합쳐서 4.4 등급임을 확인했다.



설령 오늘 수능이 어렵게 나와도

나에겐 논술로 여렵게 공부한 경력이 있기에

충분히 풀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1년간 쌓아오고 11월달부터 공부한 나의 오답노트는

가장 중요한 보물이기에 수능 아침인 지금도 가방안에 있다.

수능 일주일전이 되자 친구들은 할게 없어져서

더러는 피씨방에 가기도 했지만

나는 오답노트가 있었기에 마음을 잡을수 있었다.



또한 한달 전부터 징크스 없애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한가지 징크스를 일부러 걸리고 사설모의고사를 치른 다음

점수에 변동이 있나 없나 체크를 했고

영향이 없는 징크스는 웃으면서 잊고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징크스는 정말로 조심하도록 노력했다.



심지어 수능 전날 못자면 수능을 배릴까를 테스트 하기 위해

사설 모의고사 전날 잠을 안자고 시험을 봐보았다.

결과는 그대로....

역설적으로 이 실험으로 인해

나는 수능 전날밤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설령 잠을 못자더라도 변함이 없을거라는 마음가짐 덕분이었다.



결정적으로 나의 가장 큰 비장의 무기는

각 영역 시간대에 그 영역쪽으로 생각이 돌아가도록

뇌를 훈련 시켰다는 점이다





<언어영역>

언어에서 감각을 믿어야 할때가 있고 이성을 믿어야 할때가 있다.

이성을 믿어야 하는것은 비문학이고 결국 감각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문학이라고 보았다.

이를 가정하고 나는 듣기 - 비문학 - 쓰기 - 문학 순으로

문제를 배열함으로써 이성을 써야할 비문학 시간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일부러 문학시간을 촉박한 마지막으로 두어

감각에 의존케 하고 이성이 끼어들틈을 거의 주지 않았다.





<수리 영역>

한문제 틀리면 2등급이었다는 전설로 남을 08학년도 수능

수많은 억울한 분들 앞에 무슨 할말이 더 있겠냐마는

검토를 했냐고 묻고 싶다.

나는 검토를 한차례 함으로써 두문제를 건지고

결국 100점을 맞았다.




<외국어영역>

듣기는 쉽고 느리다. 그러나 수능날이다. 당연히 긴장할수밖에 없다. 결국 듣기는 훈련되어야 한다. 문법 역시 감각에 의존하므로 듣기- 독해 - 문법 순으로 풀었다.



<탐구 영역>

제발 운좋게 널널한 감독을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널널한 감독이냐 아니냐에 따라 최대 5분까지 시험시간이 차이날수 있다. 비록 나는 빡센 감독을 만나서 고생했지만 널널한 감독을 만났으면 물리를 한문제 더맞을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능날 저녁>

추운것도 아닌데 몸이 덜덜 떨려왔다. 나는 수능날 아침부터 끝날때까지만 훈련을 해왔고 채점하는 마음가짐은 훈련을 안했기에


채점하는 순간의 떨림은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눈과 손은 계속 ㅇ 혹은 안타까워 하며 / 를 긋고 있었고




결과는 언/수/외/물/화/생/화투  93/100/93/44/47/50/45







언수외 287 언수외탐 473



모의고사중 최고 점수



<수능다음날>

수능이 끝난 날 그토록 친구들과 놀기로 했으나

잘본애들 못본애들 모두 쓰러져 잤다.

수능 다음날 아침은 뭔가 허무했다. 십년은 더 늙은것같은게 분명 푹쉬었는데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토록 가고싶어하던 피씨방도 한시간만 있으면 헛구역질이 나왔다.

담임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수능을 끝낸뒤 웃으면서 쓰러지라고

그 말의 반은 달성한것인가...

기숙사 방문을 나가보니 예상 등급표를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

술을 퍼마시는 아이들 세상이 끝난듯이 모여 앉아 얘기하는 아이들이 눈에 띠었다.

하나같이 전부 죽상이었다.

하긴 자기의 기대치 이상 나온 아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설령 나왔다 하더라도 분위기에 묻어가겠지.

짐짓 나도 침울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나의 점수를 생각해보았다.

단언컨데 나의 결과는 나만의 공부법의 효율성의 극대화로 인한것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나의 공부법들이 운좋게 맞아 떨어진것뿐이었다.

남들보다 열심히 했냐라고 물으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아니라고 할것이다.

남들 공부할때 공부하고 남들 놀때 놀고 남들 야자 빠질때 묻어서 빠졌다.

A형이라서 그냥 평소대로 나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으나

나름 모의고사 중 최고의 점수를 달성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등급컷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내가 모아두었던 논술 자료집을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마지막교시라 불리는 원서영역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너무 피곤했다.

나의 잠력을 모두 끌어썼음을 직감했다.



2주일간 모든것을 잊고 즐겁게 놀고 먹고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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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건축학도 · 187185 · 12/05/05 00:24

    저도...열심히하면.... 석이님처럼 될수 있을까요...??후...

    근데요... 그러면 내신은 아예 준비 안하셨다는 건가요???

  • 몰입 · 222063 · 12/05/05 12:58

    학교다니시면서, 교우관계라던가, 부모님과의불화 등등 여러고민들은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저도 근성있게 공부하고싶지만 가끔 주변환경때문에 신경쓰는 일이 빈번해서요..

    석이님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 더레전드 · 185172 · 12/05/05 17:45 · MS 2007

    석님혹시 HCU십니까?

  • 08석이♬ · 154203 · 12/05/05 23:59

    09건축학도// 아얘 마음 먹고 버리자고 생각했는데 고3때 범위로 하는 찌질한 시험이 아니라 범위 없이 봐서 그나마 별다른 노력없이 올랐던것 같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일반고도 고3 내신은 범위 없지 않나요??
    몰입// 그런 문제는 비단 고등학교때뿐만이 아니라 대학가서도 사회에나가서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몰입님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것입니다. 부모님의 불화는요..글쎄요 일부러 한번 대판 싸우시고 화해하세요 그럼 확실히 소위\'잔소리\'가 줄어들것입니다.
    더레전드// HCU가 뭔지 몰라서 네이버 찾아봤는데 현대청운고등학교인듯 하군요... 가본적도 없습니다;;ㅎ

  • desperado · 148607 · 12/05/06 13:49 · MS 2006

    비문학은 이성을 사용해야 하고 문학은 감성을 사용해야 하기에... 이부분부터 이미 효율을 극대화로 올린 점이 드러난다는.

    근데 이런 점을 찾기는 사실 쉽지않죠. 곳곳에서 포인트를 찾아낸다는건.... 제 생각엔 머리가 좀 좋으신 분이 아닌가 하고 의심도 들어보네요

  • Reminisce · 216996 · 12/07/31 02:11 · MS 2007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 ^^

  • 의대가자-_ㅡ · 198052 · 12/08/05 20:40 · MS 2007

    님 HUC 아니면 설마 카일라이?

  • 육사 · 196100 · 12/09/16 12:01

    자기자신만의공부법으로 최고의효과를보셧군요... 좋은글하나읽고 저도나중엔저런글올리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