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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18395] · 쪽지

2004-09-02 22:33:45
조회수 2,944

ㄹ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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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형은 나와 같은 1학년 1반이었고 나보다 두 살이 많다.

성적은 반 4등.

물론 우리반이 좀 잘하는 반이라서 4등이라고 해도 전체 20등 수준이었다.

이 형은 하체의 감각이 없다.

물론 그 덕에 엄청난 힘의 팔을 갖게 되긴 했지만 볼 때마다 안쓰러운 건 인지상정이다.

1학년 교실이 모두 4층에 있었고 4, 5층에는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형은 화장실이 미어터지지 않는 수업시간에 혼자서 한참의 시간을 들여 화장실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ㄹ형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 적은 없다.

처음에는 ㄹ형을 포함해서 기숙사생이 같은 반에 3명 뿐이었기에 셋은 늘 같이 식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짧은 시간에 정이 참 많이 들었다.


늘 앉아있어야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책상을 가까이 한다고는 하지만...

형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형의 반은 커녕 반의 반도 안하면서 성적이 잘 나오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1등의 반만 하고서 2등을 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겠다던 내 인생관에 균열이 생겼다.

ㄹ형의 저런 노력은 그 결과가 어떻던 간에 자체로 멋있지 않은가?

한 과목의 내신 시험을 위해서 각 반의 최고급 노트필기를 전부 모아 놓고 정리하는 ㄹ형..

그리고 그걸 아낌 없이 원주인 및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복사해주었다.

그저 노력이다.

노력이 있기에 사람은 아름다울 수 있다.

형의 미소..

형에겐 이 세상이 그토록 행복하던가..?

중창단 가입으로 인하여 점심, 저녁 시간에 더 이상 내가 형의 휠체어를 밀 수 없게 되었을 때 난 울었다. 조금이긴 하지만.. 눈물이 났다.



형이 이 글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저는 형의 대학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객관적으로 아주 좋은 곳은 아니지만 형이 원하던 곳이고 형에게 적합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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