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_Fluffy [758357]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12-07 21: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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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과목을 선택하시는 분들을 위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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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전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올해 수능에서 물리II, 화학II에 응시해 각각 45, 50을 받은 현역 학생입니다. 투과목을 선택할까 생각하고 찾아보신 분들은 대부분 이런 글을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제목: 물2 선택과목 꿀팁


내용: 하지 마세요


이런 글들만 보고 낙담해서 '그래... 투과목은 황금뚝배기들의 놀이터였어..."라며 어깨 축 늘어뜨리고 마음을 접으시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저만큼은 투과목 선택자 여러분들의 용기를 북돋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언급하는 II과목은 제가 공부해 본 물II, 화II를 기준으로 합니다)


우선 II과목에 대해 퍼져있는 인식 몇 가지를 짚어봅시다.


1. 개념: I=쉬움, II=어려움은 아닙니다.


흔히들 I과목이 II에 비해 쉽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개념이 아무래도 더 쉬워 보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막상 공부해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념 면에서 II는 I과는 '다른' 과목에 가깝습니다. 물리I의 내용을 심화한 게 물리II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킬러 문제만 놓고 비교해 봐도, 물리I의 킬러는 대부분 유체역학 또는 돌림힘이고, 물리II의 킬러는 대부분 2차원운동과 전자기학입니다. 둘 중에 뭐가 더 '어렵다'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냥 자신에게 더 맞는 걸 선택하면 됩니다. 이는 생물, 화학도 마찬가지입니다.



2. 문제풀이: I 문제가 II보다 어렵기도 합니다.


화학I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화학II보다 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화학II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화학I이 어느 순간부터 화학보다 퀴즈 맞추기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p오비탈 전자 수를 s오비탈 전자 수로 나눈 값이 같은 원소들의 이름을 외우는 친구들을 보며, '진짜 저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풀어야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어떻게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란 말입니까? 변별력을 갖추겠답시고 20번 문제를 그렇게 괴랄하게 낼 바에야, 그냥 20번 문제를 스도쿠 문제로 대체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풀이 방식도 비슷하잖아요? 숫자 잘 찍어보기, 넣어서 운 좋게 맞으면 바로 답 구해버리기.


문제를 위한 문제를 싫어하고, 뭔가 진짜 '화학'이나 '물리' 문제를 푼다는 느낌을 받길 원하신다면 II과목 선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3. 효율성: II과목에 시간 많이 깨지는 건 맞지만, 그건 I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과목이든 점수 잘 나오려면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합니다. 물I, 화I, 물II, 화II 모두 공부해 봤지만, 1등급을 얻기 위해선 어느 과목이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만점 받기 위해서는 II가 I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글쎄요,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네요. 저는 2년 간 화학I 죽어라 공부해도 만점 한 번도 안 나오다가, 화학II 선택한 4월 모의고사에서는 바로 50점 찍고 수능에서도 만점 받았으니까요.



4. 표본: 표본 수는 적지만...


이건 쉴드 불가능이네요. 표본 수 적은 걸 어쩌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수능에서 평가원의 엄청난 난이도 조절 신공으로 8개 과목의 1컷이 모두 엇비슷해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약간이나마 희망이 보이지 않나요? (아닌가?)





흠... 글이 두서없이 길어졌네요. 억지로 변론을 펼쳐봤지만, 솔직히 투과목을 선택하면 아무래도 입시에서 불리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이 사실을 증거하고 있잖아요? 응시자 수 적지, 서울대 갈 거 아니면 별로 이득될 것도 없지... 기피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겠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I를 선택하시기로 마음먹으셨다면, 주위에서 투과목을 쳐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겁주는 말에 흔들리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투과목이 힘든 길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만큼 '말도 안 되게 압도적으로 어려운' 길 또한 아니니까요. 본인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틀림없이 후회하지 않을 만한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모든 투과목 선택자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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