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을 통해 세상에 대해 배운다. <16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433113
한번 더 내가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고려대 수학교육과를 지망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사실이다. 계속되는 불경기 및 취업난으로 이번에도 커트라인이 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 능력과 적성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환점을 필요로 했다. 떨어지면 더 좋을 꺼 같다라는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고대 수교과의 수시모집에 지원했다. 그리고 역시 떨어졌다. 통산 5번째의 낙방이였다. 같은 학교, 그것도 같은 학과를 5번이나 지원해서 떨어진다는 것...이제, 더 이상 미련한 짓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있던 중,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02학번 친구로터 얘기를 듣는다.
\'어제 연고전을 했어. 이 곳에서 응원을 통한 화합 및 조화를 느낄 수가 있었어.. 이는 연세대학교가 취업양성소가 아닌 학원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모습이지...너에게..그 현장의 소리를...들려 주고싶어..\'
고려대학교를 열망하다보니, 내게 있어서 어느 새 호랑이가 가장 좋은 동물이 되어버렸고, 연고전이란 말보다 고연전이란 말이 더 익숙하고.. 지하철 6호선은 고려대학교를 경유하는 노선이 아니라, 고려대학교를 위해 만든 노선 이였다.
더 이상 그곳만을 지망하는 것은 융통성 없는 고집에 불과했으며, 정형성, 정도에서의 탈피를 표방했던 내 자신에게 전면적으로 위배되는 것 이였다. 고대 수교과는 내게 있어서 따고 싶고, 딸 거 같은데 딸 수 없는 포도와 같았다. 포도를 시다고 변명하며, 포기하고 길을 돌린 여우처럼... 나름대로의 근거에 의존한 변명을 남긴채... 현실을 찾아갔다..
가고자 하는 곳은 연세대 공학계열, 이학계열, 고려대 공과대학, 이과대학이였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보람이 있다며, 적성에 맞춰 과를 선택할 것을 당부한 소신 있던 학생은, 이제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능점수로 보이지 않는 특권이나 누리고자 연고대 간판을 따려하는, 예전에 그 학생이 욕하던, 비열한 놈이 되어있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근 4년이 지나면서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고, 현실의 벽을 뼈져리게 체험했지만 말이다.
근처 도서관에 늦은 점심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오면 서울 시내의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집에 오면 오르비의 학습게시판과 운영자로 있던 입시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아침 7시정도에 잠이 들었다. 일어나면 씻고 나갈 준비를 한 후 근처 가게에서 오늘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제공해 줄 빵과 우유를 사먹었다. 먹을 줄 아는 거라곤 빵과 우유, 김밥과 라면 뿐 이였다. 사회 생활 중 돈을 버는 것은 매우 힘든 것임을 몸소 체험해서, 낭비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는 당연하다고 여겼다.
운영하게 된 입시 커뮤니티에서 친한 고3 재학생들도 수능 대비에 박차를 가하였다. 여전히 서로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 글을 달아주었으며, 혼자 공부해서 외롭다는 감정을 그나마 먼 곳에서 같은 일을 행하며 정을 쌓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많이 친했는데 나중에 연락이 뜸했다가,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3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애와 학습방법을 공유하며 자주 연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10월 대성모의고사 수리영역의 난이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오르비에서 난이도를 판단하는 투표까지 했다. 문제를 풀며, 마치 내가 02수능 수리시험을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으며, 이번 수능에서 수학문제가 굉장히 난해하게 출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돌았다. 이는 수능 당일날 수학 문제를 푸는 심리에 적지 않게 작용한다.
모든 영역에 걸쳐서 출제되는 난이도에 따라서,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에 있어서 여러 시나리오를 짰다. 언어 문제를 풀다가 혹시나 시간이 모자를 때, 과학탐구가 02년 9월 모의평가처럼 극강으로 어렵게 나왔을때등... 예년과 다르게 형편없이 떨어진 모의고사 점수를 보면서 한번도 좌절하지 않았다. 내가 승부할 것은 오로지 수능이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 앞에서 항상 자신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내년에는 연고대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곤 했다.
이윽고 수능 전날, 경춘선에 몸을 싣는다.
춘천에 도착해서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부 많이 했냐고 선생님들이 묻자, 실제로 공부량은 예전보다 훨씬 줄었으면서,
\'그럼요. 자신있어요. 이제 예전 그 곳만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제가 연고대에 감으로써, 학교에 저희 학년은 마무리됩니다\'
약간의 두려움을 건방질정도로 보이는 자신감으로 극복해야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후배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을 찾아가서 방마다 돌며, 소리 높였다.
\'떨리지? 당연하지. 나도 떨린걸. 자, 명심해. 과식은 절대 금물이야. 그리고 내일 아침을 못 먹거나 잠을 얼마 못 잤다던지. 시험장 스피커가 안 좋다던지. 그래서 수능을 못 봤다고? 다 핑계야. 분명히 내일 또 스피커 안 좋아서 영어듣기 망했다는 애들 있을꺼야. 왜 그런 줄 알어? 자기 영어 듣기 못 봤는데 주변에 스피커 안 좋았다는 애가 있거든. 그러니까 자기도 핑계거리 찾다가 그게 가장 문안하니까 그걸로 대는 거지.
선배나 선생님들이 말하지. 시험 전날에는 밤 12시전에는 자라고? 괜히 오버하지 말란 말이야. 더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그냥 자면 돼. 모의고사 치듯이 봐야돼. 내일 언어영역의 경우 사설 모의과는 다르게 굉장히 난해할꺼야. 배배꼬아놓고 지문도 길고. 그거 신경 쓰지 말고 빠르게 풀고 넘어가야 돼. 괜히 분석한답시고 계속 같은 문제 잡고 있지 말고.
오늘 긴장 되서 잠 못 자는 사람, 분명히 있어. 하지만 막상 내일 시험장 가 봐. 절대로 잠 안 와! 인생이 걸렸는데, 잠이 올 거 같아? 혹시 밤새더라도 겁먹지마.
문제는 많이 남았는데 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어. 이땐 사람이 두 가지로 갈려. 첫째, 당황해서 쩔쩔매다가 시간 다 까먹는 사람, 둘째, 극한 상황이기에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
그리고 시험지 걷을 때 되면 괜히 긴장 되서, 마킹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감독관 눈치보고 그러는데, 절대로 그러지마. 그런거 신경쓰게 생겼어? 무시하고 그냥 마킹해.
누가 건방지고, 자신있게 푸느냐의 싸움이야.
당당하고 자신있게!\'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3수한 친구보고 문자를 보냈다. \'핸드폰 끈다. 내일 오후 5시에 연락하자\'
3번째 수능이다.. 나는 이번 시험에서 여태까지 살아온 과정의 종지부를 찍는다....
떨린다..잠이 오지 않는다...
주침야활의 습성은 여기서도 예외가 없다. 그나마 이번에 모의고사를 친 날에도 3시간 자고 간 적이 있어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후배들한테 말한 내용을 떠올렸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숙소에서 불을 켜놓고, 형식상 가져왔던 수학ㆍ사회ㆍ과학탐구 오답노트를 놀라운 집중력으로 모두 끝내버렸다. 그리고 오르비 운영자 이광복씨의 당부글을 반복해서 읽었다.
\'대박 같은 부끄러운 단어로 지금까지 네가 쏟아 부은 노력을 기만하지 마라. 지금까지 네가 들인 만큼의 노력만을 정정당당히 수치화 할 수 있게 되기를 너의 신에게 요구해라.\'
노력을 의심하지 말자. 능력을 의심하지 말자. 실력을 의심하지 말자. 기필고 증명해 보이지자!
옆에서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머릿속은 혼란스러운 채.. 새벽 4시 반...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6시 반... 벌떡 일어난다. 근처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는다. 몇 명에게서 건투를 빈다는 문자를 받는다. 강원도 춘천고등학교의 교문에 들어선다. 그 학교 후배들이 선배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교문에 들어선다. 몇몇의 취재진도 보인다. 나를 위한 것인가?
작년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작년의 나를 그대로 재현하면 되는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5월 교육청 국어 0 0
화작러이고 3월 교육청은 72였는데 이번 5월은 100이네요.. 현타와서 4월달부터...
-
22번 근데 어렵지 않았냐 3 0
작수 22랑 비슷한 느낌...
-
학교 끗 10 1
-
6모는 진짜 2 0
국수 만점 드간다 ㅋㅋ
-
안녕하세요들 10 2
맛저하세요
-
영어 난이도 1 0
어땠음?
-
아 씹 6 2
점수 안 깐다고 질러버려서 자랑을 못하네아아악 그래나는사나이니까한입으로두말하진않을테야
-
뭐 리젠이 제로냐 14 1
리제로도 아니고 ㅋㅋ
-
미적 88 백분위 99 ㄱㄴ? 1 0
한 문제만 더 맞았어도..... 진짜 3덮도 88 작수도 88.... 88의 저주에 걸려버렷
-
5모 현역 성적 ㅇㅈ 5 2
대성 ㅅ발련들이 수학 2라고해서 메가로함
-
피부과 왓슴 4 1
거지라서 시술받을 돈은 없고 약만 처방받아쏘ㅜㅜ
-
세계사가 너무 무섭다 0 0
3모, 5모 둘 다 쉬웠으니까 6월부턴 얼마나 어렵게 내려고 준비중인건지 감도 안옴 ㄹㅇ
-
q g y 2 1
님들 q g y 어떻게 씀?
-
수학 대체 어떻게 해야 되나요 0 0
3모 때 확통 진도 다 안 나간 상태로 딱 2컷 떴었음 공통 2틀 확통 3점 하나랑...
-
카페에서 원두가는 소리 시끄러워 컴플레인 걸었는데 0 1
무휴학반수하면 수능 끝나고 무조건 후회남겠죠?
-
남자는 못깨는 게임 해봤는데 1 1
걍 여자랑 20초 이상 눈 마주치니까 숨막히는데 ㅋㅋㅋ
-
애엄마 팬티 아이스께끼~ 신속항원검사로 콧속에 집어넣고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흥분~...
-
08현역 5모 후기 0 0
5모기준 언매미적영어생1지1 순서대로 메가기준 백분위 99,99,1,97,86 1....
-
여초에서 난리난 의사 ㄷㄷㄷㄷ 12 1
이게 아닌가?
-
전공을 바꾸고 싶군아 0 0
내가 알던 수학이 아니란 말이지내년엔 문과 갈 테야
-
미적 29번 질문 4 0
삼각형 AOP가 이등변 이니까 그러면 각 AMO는 직각이고(m이 중점이라고...
-
하쿠슈 증류소 추첨 붙어라 4 0
제발
-
진지하게 공부자극이 안됨 1 1
나도 그냥 반분위기에 휩쓸려서 처망할까?본인이 살고 있는 그 지역 지방국립대만 가도...
-
킬러 잡으려면 3 0
매일 수학 킬러 하나씩 풀면 승산있음?
-
윤리논리학? 0 0
윤리가 왜필요한지를 차가운 논리로 방어한다..
-
카이스트 인턴 지원하기 8 0
제발저요 저아니면 안됩니다❗️❗️❗️ 자소서벅벅적기 on
-
국잘수망 하아 7 0
수능이 이따위로 나오면 대학을 못가는거죠~
-
5모 임시성적표 인증 14 3
탐구 만점인데 표점 땜에 국수보다 등수 낮음…
-
4의규칙 기하 풀어보신분 0 0
이거 진짜 퀄이 좋은 문제들인건가요? 어떤 면에서 좋은건가요?
-
혹시 여기 지구과학 쪽으로 진로 잡은 사람잇음? 5 3
아님 이미 관련 학과 갓다든가지질학, 해양학, 대기과학 (+ 천문학)
-
파스칼의 삼각형 까먹어서 다시보는데 뭔가 의문이 생김 2 1
대체 이런 삼각형을 왜 발견한거임. 이 삼각형으로 대체 뭘 할 수 있지? 라고...
-
언매는 원래 문법이 ㅈㄴ 약해서 딱히 화가 안 나는데 수학은 계산을 2개나 틀려서...
-
3모 5모 둘다 2~30분 남기고 실수땜에 96 97인데 6평때 92이상 ㄱㄴ?
-
국수 전교평균 미쳐써 3 0
화2 하나틀렸는데 5등급도 미쳤어미쳤어
-
문과는 철학+윤리+논리학으로 드림팀을 짜야한다고 본다 13 1
이과의 패악이 극에달했음
-
5모 15번 간단 풀이(스킬은 쓸 거면 제대로) 3 1
넓이 공식을 바탕으로 최고차항 계수의 절댓값이 같다면 p-1부터 p와 p부터...
-
https://bumbao.netlify.app/어떠신가염..
-
이히리베디히 3 1
-
짬날 때마다 살짝 만들어봄 문제+해설 모두 첨부되어 있습니다
-
일단 쎈 진학사 쓰고 있긴 함
-
왜 밤새면 피곤한거지 6 2
이상하네
-
작년처럼 다 풀기는 귀찮아서 3 0
주요 문항 두개만.. 15번은 ㄱ을 먼저 구하면 뚝딱이고(침착하게 조건을 읽어라)...
-
수학 9번 왜 바로풀리죠 6 0
이러면 어제의 내가 뭐가 됨
-
강X 해설 차영진T네요 1 1
https://www.youtube.com/watch?v=0QxrBpL0R6E원래...
-
회전초밥집 혼밥 해보신분? 6 0
고깃집 혼밥급으로 빡세보이는데
-
와 5모국어 0 0
비문학 3문제찍어서 2개찍맞했는데문학 메가기준 정답률 85프로 이상인거 틀려가지고...
-
늙으니 체력이 후달린다 에구구 0 0
에구구 할애비죽네
-
고3 담배 어케 생각함 5 0
고3부터 담배 허용해야된다 이런 농담도 있잖음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들 난 비염이라...
흠...담편이 기대 됩니다만 어쨋든 1등~
\'핸드폰 끈다. 내일 오후 5시에 연락 하자\'......
오늘 수능전까지 풀 모든 마지막문제집을 다 사오고, 좋은 친구녀석과 영화를 보고, clanorbi분들과 재밌게 게임도 하고^^:;
수능전까지 마지막으로 기분전환하고 머리삭발한 지금 저에게 강하게 느껴지는 말이네요^^ 감사합니다
전율이......찌릿찌릿..!!
결과는 언제 오려나~~~ 두둥~
전율이 느껴지네요. 수능 전날 후배분들께 하신 말씀 어딘가에 적어놓고 싶네요..^^
멋있습니다. 점점 끝으로 치달아가는..
지금 3수생인저에게 뭔가를 느끼게 해주네요.
ㅇㅏ아...... 비장한.;
와..; 2시간 자고 수능 보러 가는
거의 초인적 플레이.. - - ㅋ
나의 소심한 마음으로는 감히 도전조차 불가능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