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4. 고3에 들어서며 : 신은 축복을 내릴 사람에게 고통을 예비한다 (2001.11~2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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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 생활을 갈무리하며]
1. 들어가는 말 :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2. 고1 : 바보같았던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생활 (2000.2~2000.11)
3. 고2 :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다 (2000.12~2001.10)
4. 고3에 들어서며 : 신은 축복을 내릴 사람에게 고통을 예비한다 (2001.11~2002.2)
5. 고3 초기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2002.3~2002.6)
6. 고3 중기 : 실패는 결코 한번만 찾아오지 않는다 (2002.7~2002.9.3)
7. 고3 후기 : 네 앞에 놓인 시험을 두려워하지 마라 (2002.9.3~2002.11.5)
8. 수능시험장에서 :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장 제16지구 1시험장, 10시간의 전투 (2002.11.6)
9. 수능 후 : 너는 천재가 아니라 바보다 (2002.11.7~2002.12.26)
10. 새출발 : 가지 않은 길 (2002.12.27~ )
[2. 나의 수능 공부법]
1. 개관 : 무계획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2. 언어영역 : 지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3. 수리영역 : 실수도 시간도 여백도 남김없이 불태워라
4. 사회탐구영역 : 50% & 50%
5. 과학탐구영역 : 완전문돌이의 좌충우돌 과탐공부
6. 외국어영역 : 결코 쉽지 않은 외국어
[3. 남김말]
1. 공부의 가치관 : 수능공부를 왜 하는가?
2. 진로의 가치관 :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어퍽섭섭하오
3. 여러 가지 이야기 : 추억이라는 상자의 작은 열쇠꾸러미를 풀며
내 1년 앞선 선배들이 수능을 치루던 날, 나는 선배들 응원을 했었다. 아침해가 밝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교문을 향해 우루루루 들어오는 선배들을 보며 약간 긴장 같은 것도 했었다. 응원이 끝나고 임원들과 함께 갈비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아는 형이 보낸 문자라고 했다. 1교시를 보고 교문을 뛰쳐나와 버렸다는 그 문자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었다. "이제남은건정말 절망뿐인거같아" 그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됐다. (사실 지금도 중도 포기한 사람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언어영역이 그렇게 어려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유없이 걱정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늘어지게 한잠 자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런데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미 다음에는 카페가 형성되어 거기서 수험생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었고, 그 눈물이 묻어나는 듯한 글들을 지켜보고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모를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다.
겨울방학이 되었다. 예비고3이라는 거창한 칭호가 내 앞에 주어졌지만 정작 내가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학원에서는 다른 방학 때와 마찬가지로 거창한 커리큘럼들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때는 아침 8시반에 집을 나서면 저녁 11시 반에 집에 들어올 정도로 수업을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사실 "수업만 열심히 했을" 따름이었다. 예습 복습을 제대로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종합학원 선생님들의 어설픈 단과 수업은 지루했다. 사탐과 과탐 수업은 유난히 지겨웠다. 유명 사탐 과탐 강사들은 보통 자신만의 체계를 잡고 수능이란 것을 분석해 주는데, 이 사탐 과탐 강사들은 마치 내신 직전 요약 정리를 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20년을 살아 오면서 이 시기에, 정말 중요중요 또 중요하다고 하는 이 시기에 나는 일생일대 가장 많은 땡땡이를 쳤다. 과탐의 경우 중간에 빠져나가기가 일쑤였다. 주중에는 수업을 빼먹은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주말에 흥미없는 과탐을 하는 건 정말 고문이었다. 수업을 빼먹고 아는 누나 형님, 친구들과 함께 (물론 인터넷에서 만난 폐인분들이다-_-) 신촌이나 대학로, 홍대 앞 카페나 영화관, 식당에서 지냈다. 대학의 압박이란 것이 너무 싫었다. 아마도 대학 가기 전에 대학식의 생활방식을 깨우친 데에 대한 압박이었을 것이다. 계약데이트 (영화 마들렌을 보았는가? 한 달이 지나면 멋지게 헤어지기) 도 시도했었다. 부산에 살고 있던 여자아이였다. (지금도 연락이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밤을 새워 파티를 하면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모임에서 주최하는 정모에도 여러 번 나갔다. 외박도 두번인가 했었다. 이러니 공부가 제대로 됐겠는가? 수업이야 따라가지만, 그 수업을 곱씹지 않는 이상 결과는 완벽히 망가지기 마련이다. 목표를 대강이나마 이룬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지만, 내 수험생활에서 가장 아쉬운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 시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다양한 생활을 체험하고, 예비 대학생이 된 것처럼 건방의 극치를 달렸기에 나중에 실패하고 헤맬 때 대학을 가야 할 당위성 중에 하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월 모의고사를 봤다. 자격지심이라고 시험 보기 얼마 전에 부모님께 "이번 점수는 별로 기대하지 마세요. 공부를 너무 안했으니까." 라고 말씀드렸는데 결과는 너무 처참했다.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성적표. 언어 99.8, 수학 64, 사탐 62.5, 과탐 43.5, 외국어 75.5 합계 345.3... 예상석차 전국 5937등.
절망했다. 언어를 매겨보고 정말 쇼킹했다. 그래도 자신있는 과목이었는데... 100점도 나오지 않다니... 다른 과목은 매기지도 않았다. 모의가 끝난 후 시험지를 움켜쥐고 집으로 가면서 눈물이 났다. 공부때문에 눈물이 난 적은 없었는데. 언어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다른 과목을 잘 본 것도 아니고. 나는 도대체 지금까지 뭘 했던 걸까. 하는 온갖 비관적인 생각들이 머리를 휘젓고 다녔다. 당시 중앙 2월 모의 급간은 서울 농경제 / 생활과학 인문계 였다. 목표하는 곳에 가기에는 정말 낮은 성적이었다. 집에 와서는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했다. 어머니를 붙잡고 죽일 놈이 왔으니 죽여 달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도 마음이 아프셨는지 별 말씀이 없으셨다. 그저 속을 달래시며 앞으로는 열심히 하라는 말씀만 되풀이하셨다.
(사족을 달자면 그 당시 모의고사는 난감한 문제에다가 어설픈 신유형까지 겹쳐서 정말 어려웠다. 수능을 잘 봤던 사람들도 그 당시 언어 100점을 간신히 넘겼다고 하니 분명 비정상적인 모의임에는 확실했다. 그렇지만 내가 얼마나 공부를 안 했었는가를 반증하기에는 충분한 시험이었다. 중앙교육 고마우이)
그리고 옵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1년동안 열심히 공부하기로 다짐했다. 활동하던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소리없이 사라지고, 대신 인터넷을 공부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Orbis Optimus였고, ver 5의 오렌지색 배경이었다. 당시에 막막함을 호소한 글을 적었고, 그 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부운영자인 호랑이군, 울의 02이신 행동과학 님, 그리고 이름모를 사회대 선배 등등이었다.
문제집도 샀다. 내가 사상 최초로 샀던 수능 문제집은 옆으로 넘기는 디딤돌 수리영역 공통수학이었다.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 나갔다. 기초부터 다시 하리라고 굳게 마음먹었다. 언어도 다다 시리즈를 샀다. 비문학에서 워낙 당했던 터라 독해편부터 사서 하루에 8시간씩 공부했다. 처음에는 한 지문에서 한두개를 틀릴 정도로 어이없이 당하곤 했다. 수학도 많이 틀렸다. 영어는 단어를 죽어라고 외우면서 과제로 나오는 모의고사를 풀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교과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때 1년 전체의 뼈대를 잡았는데, 대충 전과목의 순서는 이러했다.
옆으로 넘기는 문제집 (혹은 기본서) ---> 8절 문제지 ---> 모의고사 ---> 8절 문제지
그때는 정말 열심히 했다. 다다 2권을 하루하고도 반나절 만에 풀었다. 절박함의 고삐는 항상 나를 놓지 않고 있었다. 밥먹을때도 책을, 잠자기 전에도 책을 붙잡고 있었다. 문학은 글동산을 미친듯이 보고 시를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시의 화자, 태도, 어조, 지은이, 구조 등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애썼다. (70편 정도를 이렇게 한 걸로 기억한다) 언어에서 틀린 문제는 물론 맞은 문제까지도 해설을 낱낱이 읽어나갔다. 1분1초가 아까웠던 시절이었다. 12월부터 시작했던 남들에 비해 출발도 훨씬 늦었던 만큼 남들보다 50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주일만에 다다 시리즈 5권을 풀었다. 언어가 특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언어를 신들린 듯이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다다 시문학이나 소설문학의 경우 문제가 매우 주관적인 면이 있어서 '비추' 품목에 들어가는 책인데, 그래도 "내가 아직 모자란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과 공부에 파묻혀... 이렇게 2월을 보내고 진짜 3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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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모 형태로 칠수있는게 총 4세트 있는데 더프까지 사서 풀까요 아님 걍 있는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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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존나밀다가 t에 대한 6차방정식 나와서 감각적직관으로 부호 뭉개고 답냈음 ㅅㅂ 이게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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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생각도안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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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60, 5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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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헷갈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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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덮 수학 9번 1
-1 중복인데 두번더해서 3번나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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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 처음봐서 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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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4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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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고정1이었단 말이야ㅠ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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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1 22 셋다 확신 가지고 썼는데 주르르 틀렸네 선택은 1틀인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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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모때 2는 뜰수잇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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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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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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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수능A 신채호 아와 비아 지문 수업함? 수업했다면 그 지문도 트리구조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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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덮 국어는 13
가나지문 먼저푼사람은 ㅈㄴ어렵고 나머지 두개 먼저 푼 사람은 ㄱㅊ았을듯 본인 전잔데...
나는...그때 뭐했나...'-');;;;
나는 지금 머하나 ㅡ_ㅡ;ㅣ
나도 지금 뭐하나 ;; -_-;
역시 성공엔 반드시 큰 변혁이 수반되는 법이군요..^^;
2월달을 잘 보내야 할텐데...ㅡ.ㅡ'
나두 지금 모하나-_-;
나는 70일 전에야 정신차렸는데 -ㅅ-
헛..2월이 다가고 있는데 ㅜㅜ
70일 전? 난 아직도 못 차렸다...-_-;;;
이야;;대단하시네요;;;;
70일전에 정신차린놈이 수능 한달전부터 올비질 했냐?-_-
나는 뭐했나-_-;
난 내일부터 정신 차린다...-_-;;
나도
ㅎㅎㅎ 그렇지 영지언니 수능한달전부터 올비질 했지 쿨럭;
난..;; 뭐하는 거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게..^^;
난 뭐지?-_-;;
재수를 하면서도 정신을 못차리는...;; 이런..-ㅅ-;
나머지 수기는 어디있죠?
저도 정신 차려야겠네요...
제가 태어난 해에 계셨던 분들 ㄷㄷ 다들 40대를 바라보시겠구나
와...이게..우와..
와......
ㅘ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