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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5467] · MS 2003 · 쪽지

2008-12-16 21:26:46
조회수 11,329

공대생의 취업에 대한 이야기 - 불황(내용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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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전세계적 불경기와 취업난은 소위 말하는 상위권 대학까지 북상했습니다. 예전 글에서 제가, '상위권 공대생 학점 3.0에 면접 평균 이상이면 웬만한 대기업 취직 문제없다'고 했었죠? 올해 상반기까지 그랬습니다.그런데 하반기(2학기)들어서 급반전됐습니다. 상당한 학점에 영어실력을 갖추고도 취업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생겼습니다. 기업들이 현상유지도 힘들어서 신규채용을 확 줄여버리겠다는데 어쩔 수 있나요.

지금 사정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면, IMF이전에 SKY 대학/취업인기학과(상경계열, 공학계열)/평균 수준의 학점/평균 수준의 토익점수/인 학생이 10군데 지원하면 10군데 다 서류통과가 되었답니다. IMF가 터지고서는 평균 5~6군데만 통과가 되니까, 진짜 위기다, 최악의 취업난이다, 서울대생도 취업못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은, 4~5군데 합격이면 선방한 수준이고, 아예 한군데도 합격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뭐 어떻게든 어느 회사든 결국엔 들어가긴 합니다만, 작년에 비해 비슷한 스펙으로 훨씬 낮은 레벨의 회사 입사를 감수해야 합니다. 만만하게 여겼던 기업으로부터 거부를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는거죠.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취업재수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요. 벌써 제 교내의 지인들 중에서만 대략 대여섯명이 취업이 안되서 졸업연기 또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 한 것 같습니다. 내년은 취업난이 더 심해질 거라고들 하더군요. 한국은행에서 예측하기를 내년에 대졸 신규채용이 7만명 규모일거라고 하죠? 대졸 예상인원은 55만에 달하는데 말이죠...그중에 고시며 대학원 진학이며 가업승계 개인사업 등등 취업하지 않는 인원을 빼도 취업재수하는 기졸업자들 더하고 하면 후덜덜한 경쟁률이 나올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입시 사이트니까 입시에 비유를 하자면, 갑자기 전국 모든 대학들이 정원을 반의 반 정도로 줄여버린 상황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웬만큼 수능을 잘봐도 마음놓기 힘들고, 작년이라면 목표대학에 너끈히 합격할 성적이었는데 올해는 턱도 없다는 거죠.

그나마 아직 인력수요가 많은 공대 상대가 이정도면 다른 전공은 이미 고사직전이란 이야깁니다. 최근에 서울대 인문대에 다니던 지인이 그닥 어렵지 않게 여기던 삼성전자에 떨어졌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연세대 사회대에 재학중이던 지인도 고시공부 시작했습니다. 이공계는 아직 조금 덜한데, 문과쪽 친구들의 스펙쌓기 경쟁은 진짜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턴, 공모전, 자격증, 동아리, 봉사활동 등을 '취업 5종세트'라고 부르는데, 그냥 목적도 없이 이력서 칸채우기용으로 마구잡이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저도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편은 못되지만, 가끔 봉사활동하러 가는데 좀 어색한 분위기 풀리고 이야기하다가 대놓고 경력 운운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휴... 수강신청할때도 취업에 조금이라도 유리할까봐 상경대(특히 경영)쪽으로 복수전공, 부전공을 하려는 학생들이 마구 몰리다 보니 정작 주전공자가 전공과목을 듣지 못하는 웃지못할 사례도 흔한 일이 됐습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겠지요.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젊은이들의 설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인거 같긴 한데, 최근 들어 그 속도가 엄청 빨라졌습니다.

내리막길에서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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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부터 자꾸 상위권대학 운운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구시대적인 학벌타령이냐고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줄로 압니다. 저도 물론 실력보다 학벌이 앞서는 사회를 혐오하고,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실력이 가장 중요합니다만, 그 사회로 나가기 위한 기회는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이 머리 굵으면서부터 제가 받은 느낌입니다. 한때 논란이 되었던 스터디코드의 조남호 사장의 동영상 본 적 있으시죠? 그 내용, 상당부분 사실입니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에서만 대규모의 입사설명회 등을 열어서, 참석자들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고유 ID를 발급해 주거나 하는 식으로 프리미엄을 줍니다. 가산점 따위가 없다 하더라도 설명회에 참석한 임원진 또는 선배들과의 면담을 통한 얼굴도장찍기&정보 수집 등이 취업전선에서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하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는 인기가 높고 희소한 회사일수록 점점 심해지는데요, 외국계 기업, 컨설팅 회사 중에는 서연고포카 에서만 설명회를 하는 곳도 수두룩하고, 심지어 투자은행의 탑클래스인 골드만 삭스는 작년까지 서울대에서만 설명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는데 선수마다 다른 출발점에 세워놓고 시작하는 꼴이죠.

저는 이미 경쟁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고 겉으론 웃으며 속으론 어떻게 하면 상대방 위에 오를 수 있을까 고민하는 현대사회의 속물이 되어 버렸고, 학벌중심사회의 폐단 속에서 어쨋거나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는 입장이라 함부로 말을 꺼내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나중에 제 자식은 꼭 동남아나 뉴질랜드 한구석 같은 오지나, 안되면 국내라도 시골로 데려가서 가능하면 경쟁을 피하며 키우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여러분들도 성공에 대한 욕구가 조금이라도 있고 남보다 좀더 낫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마디만 당부합니다. 남다른 소신이나 특별한 관심 및 재능이 없다면 열심히 학교 공부해서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학교, 좋은 학과를 가십시오. 거기서도 끝은 멀었지만, 이 미칠듯한 경쟁에서 조금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내용추가)======================================================================
제가 괜히 학벌 이야기를 꺼내서 입시가 한창인 수험생들을 심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간만에 로그인 해보니 '재수를 해야 될까요?' 하는 쪽지가 몇 통 와 있네요.
학벌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마시고 내공을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세요. 어떤 여건에서든 될 사람은 됩니다.

고민하는 분들에게, '항상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사람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는 정말 모르고, 높은 학벌이 반드시 좋은 직업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비슷한 노력을 투입했을 때 얻는 보상의 기대치가 대개는 좀 더 크다는 말입니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는 말이 있듯이, 조금 낮은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오히려 스카이보다 더 잘 풀리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제 주변사람들을 직접 목격한 것과 들은 이야기들 중에서 예를 들어드리면요, 외국 유명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현지교수님 눈에 들어서 그 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한 경우,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고 비슷한 연배의 대기업 사원의 2~3배 연봉을 받는 트레이더가 된 경우, 적극적으로 지도교수님과 컨택해서 2학년 때부터 연구에 참여하면서 학부생인데도 각종 연구실적과 수상실적을 쌓는 경우 등등이 있었어요.

한편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길을 걷는 경우도 있는데요,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연극에 푹 빠져서 진짜 연극판에 뛰어드는 경우, 원래는 사시패스해서 법관이 되는게 오랜 꿈이었지만 과외해서 번돈으로 조금씩 시작했다가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아서 지금은 수천만원을 굴리며 펀드매니저의 꿈을 꾸는 친구도 봤어요. 모두다 기대보다 수능점수가 잘 안나와 입학할땐 한숨쉬며 들어갔던 사람들입니다. 들어간뒤에 계속 한숨쉬고 하늘만 보고 있느냐, 다시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느냐의 차이겠지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좀 해드릴께요. 저는 연대를 다니고 있지만 평소보다 수능점수가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왔기 때문에, 만족을 못했습니다. 학교 들어와보니 저같은 친구들 많더군요. 저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수를 했지만 실패했고, 다시 복학해서 학교를 다녔지만 내내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지난 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어요. 학점도 보잘것없습니다. 취직이나 제대로 할랑가 모르겠어요. 반면에 저와 같은 케이스였던 동기 하나는 '고등학교때 목표했던 설포카보단 못하지만 여기서도 해볼 만하다'면서 학교생활에 임한 결과, 동아리활동을 무려 3군데나 해가면서도(가입만하고 모임때 얼굴만 비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열심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앞두고 유학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나 제 친구가 특출난 사례가 아닙니다.(친구의 경우는 좀 잘된 경우이긴 합니다) 저같은 케이스, 친구같은 케이스 양쪽 다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이 더 보람 있는 대학 생활을 했고, 앞으로 더 밝은 진로의 가능성이 높은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판단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반수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일단 했으면 어떻게든 성공하도록 하고, 실패했다면 깨끗이 털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 미련이 남는다면 재수, 삼수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년의 기회비용을 잘 생각하셔서 결정하세요. 너무 뻔한 말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하지만, 누구도 명쾌한 답은 해 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만족하든 후회하든, 여러분 인생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지레 겁먹지 말고, 꿈을 높게 잡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뭐든지 해보세요.

저는 취업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다른 쪽으로 흘러갔네요. 다음에는 다른 주제는 최대한 배제하고 또 취업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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