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문학- 수험생 구보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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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학원을
찾는 사람들은, 어인 까닭인지 모두들 구석진 좌석을 좋아하였다. 구보는 하나 남아 있는 가운데 탁자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그곳에서 작년 수시 합격생의 「자기소개서」를 가장 마음 고요히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소설 읽기가 채 끝나기 전에,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소리가, 구포 씨 아니오―― 구보는 독재학원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에 느끼며,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고등학교를 조기졸업으로 이삼 년 일찍 마친 사내, 어느 인서울 대학교의 의머생이라는 말을 들었다. 평소에 결코 왕래가 없으면서도 이제 이렇게 알은체를 하려는 것은 이제 수시 원서를 접수하는 시즌인 탓인지도 몰랐다. 구보는 무표정한 얼굴로 약간 끄떡하여 보이고 즉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사내가 또 한 번, 역시 큰 소리로, 이리 좀 안 오시료, 하고 말하였을 때 구보는 게으르게나마 자리에서 일어나, 밖의 휴게실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 좀 앉으시오. 참, 최 군, 인사하지. 수험생, 구포 씨.
이 사내는, 어인 까닭인지 구보를 반드시 ‘구포’라고 발음하였다. 그는 수능특강을 들어 보고, 아이 쪽을 향하여 수능완성을 사오라고 소리치고, 다시 구보를 보고, 그래 요새두 공부 하시우. ‘무어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 구보는 자기가 이러한 사내와 접촉을 가지게 된 것에 지극한 불쾌를 느끼며, 경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그와 사이에 간격을 두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딱한 사내는 도리어 그것에서 일종 득의감을 맛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그는 실모들을 가지고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그렇게 의대생 과잠을 입을 수 있는 것에 우월감을 갖고, 그리고 지금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구보에게 핫식스를 따라 권하고, 내 참 구포 씨 자소설을 첨삭해 주지. 그리고 그러한 말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보가 아무런 감동도 갖지 않는 듯 싶은 것을 눈치 채자, 사실, 내 또 만나는 사람마다 보고,
“구포 씨가 올해 성공한다고 말하고 다니지요.”
그러한 말을 하고는 혼자 허허 웃었다. 구보는 의미몽롱한 웃음을 웃으며, 문득, 이 용감하고 또 무지한 사내를 이 학원에 채용하여 수험생 상담을 시키면, 여기도 응당 몇 십 명의, 또는 몇 백 명의 원생를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런 난데없는 생각을 하여 보고, 그리고 혼자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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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존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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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검 네임드가 써야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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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팔로우도 빵빵한 네임드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