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 쪽지

2017-07-09 05: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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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우]찬우가 보내는 서른두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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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용기를 두려움과 태연함의 중용이라 칭함을 두고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마땅히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해야한다는 준엄한 말 앞에 나는 과연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인가를 되물으며 20대 초반을 보냈습니다.


젊음이라는 말이 그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모든게 용서가 되는 일종의 특권인 것처럼 생각해, 정작 두려워 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든 거침없이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지요.


허나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지 않았기에, 자신의 속사정을 내비치고 도움을 구하는 많은 이들의 손을 뿌리쳤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습니다.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살아감에 의지를 가지는 것.


이 모두는 큰 용기가 없다면 감히 해보지 못하는 것들임을.


죽음을 택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있어야만 가치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용기란 그만큼 쉽게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습니까.


수능 이후에 찾아올 사회적 시선들, 당장의 성적표가 보여주는 허상들, 주변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악의적 상황들...


나는 그대가 진정으로 두려워 해야 할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정직함과 정갈함에서 옵니다.


난 이를 '용기'라 굳게 믿습니다.


그대가 걷고 있는 지금의 시간들이 때에 따라 바람에 흔들리고 조금씩 마모되어간다 할지라도, 정직한 나의 모습으로 당당한 자존감을 지키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그대는 용기를 지닌 사람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조금씩 우리가 이별할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또 11월 너머의 세상으로 당당히 나아갈 만큼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대가 진정 두려워 해야할 것은, 성적표에 적힌 숫자들과  세간에서 말하는 대학의 이름 따위가 아니라


용기를 내지 못한 부끄러움에 있습니다.


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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