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치] 인류는 문장을 술술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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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치의 답변 : NO에 가깝습니다.
학기 초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이런 목표를 세워요.
“모의를 풀어 보니 독해가 영 막히고, 시간도 부족하네, 그래 올해 상반기에는 독해 능력을 무지막지하게 높여서 문장을 술술 읽어야겠어!”
이 목표는 달성이 어렵습니다.(그리고 치명적으로 위험합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를 들자면,
문장(글)은 구어(말)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문자가 전혀 없는 ‘구술 문화’와 문자를 갖는 ‘문자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월터 제이 옹(Walter J Ong - 신학자, 언어학자)의 분석을 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우리의 구어 생활은 문자 문화에 터잡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구술 문화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지요. 구어에 익숙한 일반 학생들이 국어 지문을 대할 때, ‘구술 문화’의 원시인이 ‘문자 문화’에서 겪는 문제점을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구술 문화는 반드시 ‘형용구’로 얘기한다.
구술 문화에서는 ‘군인’을 ‘용감한 전사’로, ‘공주’를 ‘아리따운 공주님’으로 부릅니다. 한 단어로 말하지 않고 관용적으로 쓰이는 ‘구절’로 반드시 얘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암기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문자가 없기 때문에 말해지면 그만이지요. 그래서 반드시 외우기 쉬운 ‘형용구’, ‘구절’로 말합니다. 이는 듣는 사람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습니다. 반면 문자 문화에서는 듣는 사람의 배려 따위는 안중에 없이 전혀 직관적이지 않고 담백한 단어로 말해버립니다. 그래서 구어체로는 술술 이해가 되지만, 문어체로 읽을 때는 다시 직관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구술 문화는 훨씬 장황하게 얘기한다.
구술 문화에서는 참조할 문헌이 없습니다. 어떤 얘기를 하려면 그에 관한 설명을 구구절절이 이야기하고 시작합니다. 아주 직관적이고 이해가 쉽습니다. 반면 문자 문화에서는 읽는 사람이 알아서 찾아보면 됩니다. 친절하지 않고 느닷없이 새로운 개념과 논리가 튀어나옵니다. 따라서 읽는 사람은 어떤 새로운 개념이 나왔을 때 필자의 의도를 짐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구술 문화는 훨씬 논쟁적으로 얘기한다.
언어란 것은 근본적으로 논쟁적입니다. 논리라는 것은 논쟁에서 발달하였고, 그 논쟁은 이해관계의 상충에서 나왔습니다. 아주 격렬하고 감정적입니다. 반면 문장들은 침착한 편입니다. 어마어마하게 논쟁적인 글이더라도 그 감정이 쉽사리 드러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대단한 논란거리를 담고 있는 글을 아무런 감정도 읽지 못하고 독해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논쟁적인 분위기를 독자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문장의 이해는 훨씬 복잡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구어(말)은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하지만, 문장(글)은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또 다른 절차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술술 읽히기 어렵습니다.
1등급을 맞기 위해서는 술술 읽어야 한다는 사고방식 -> 글을 대충 읽게 됨 -> 선택지를 읽다 말고 다시 지문을 읽게 됨 ->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오답률도 매우 높음.
결론 : 글 읽기는 원래 어려우니, 좀 천천히 읽자. 미친듯이 빨리 읽으려는 노력은 거의 실패한다.
독해심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http://class.orbi.kr/class/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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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칼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 많이 받고있어요!
산화님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웃자굿님 칭찬 감사드려요~
와..
이거 제가 지향 해야할 부분인듯..
감사 합니다.
찬찬히 읽어 보겠다는 마음가짐만 먹어도 심리적으로 아주 좋아지더라구요^^
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네요. 방향 제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급해지는 건 수험생들이 항상 조심해야할 함정이죠. 저도 예전에 그랬어요.^^
박종규 님의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 성적표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관심 감사드려요~
그럼 어떻해야 시간을 줄일 수 있나요...?
제가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요. 보통 시간을 선택지 망설이고 다시 지문 돌아가는 데에 써요. 그걸 없애기만 해도 시간이 의외로 널널해집니다. 선택지에서 망설이거나 지문을 두 번 읽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는 방향으로 연습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어느날 지문을 읽는데 단어는아는데 생각은 안되고 눈으로만읽고있는거같은 느낌이드는것도 이런이유때문인가요? ㅠㅠ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단어들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눈으로 인식되거나 발음만 확인되면 그냥 지나가게 되는거죠. 그것을 조합한 문장이나 글 전체의 취지는 상당히 시간을 들여서 이해해야할 정도로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차분한 마음으로 멈춰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어에 제일 많은 비중을 두고 공부하는데 성적이 빨리 안오르고 글도 생각만큼 술술 안 읽히는 것 같아서 조금 의기소침해져있었는데.. 어려운 글을 쉽게 읽겠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군요. 오늘 이코치님이 쓰신 칼럼들 많이 읽어보았는데 제가 인식하지 못했던, 인식하고도 고치는 방법를 정확히 몰랐던 문제점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ㅠㅠ 이 정도로 국어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의 생각에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은 처음봐요 멋있습니다bb 제 공부에 대해 혼자 더 생각해본 후에, 상담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상담은 언제든 환영이고 문자나 카톡주시면 더 빠를수있어요^^
010 4206 5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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