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ada [743047]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05-09 15:04:38
조회수 12,539

어느 평범한 학생의 수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1972941

 벌써 몇년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몇줄 적어봅니다.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고3때 수능전날 긴장을 많이해 밤을 꼬박 샜다. 피곤함에 긴장감까지 더해지니 시험 내내 흔들렸고 허겁지겁 풀었다.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미쳤고 서울대 수시에 떨어진날 수능성적표를 손에 들고 한참을 펑펑 울었다. 일찌감치 재수를 결정하고 1월부터 부모님몰래 도서관을 다녔다. 주변의 만류에도 가나군 모두를 질렀고 다군은 등록하지 않았다. 강대에 가고싶었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장학금을 준다는 학원에 등록하였다.


 처음 세달은 좌절감과 불안감에 너무 힘들었다.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고, 식은땀이 흐르기도 하며 조금만 앉아있어도 집중력이 곧 흩트러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으려 노력했다.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과 간절한 꿈이 떠올라 차마 멈출 수 없었다. 휴대폰도 정지했다. 그래도 항상 성적은 제자리였고 실력은 오를 기미를 안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6월 모의고사였던가. 채점을 하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원점수 390점을 넘었다. 5월 시험에 비해 15점넘게 점수가 올랐다. 실력이 수직상승한것이다. 6-7월 두달은 경찰대 준비에 열중했다. 국영수 10개년치 넘는 기출을 각 8회독 이상하였고 영단어와 문법조항을 닥치는대로 외웠다. 시험날 고사장에 들어가는데 그동안 고생한게 생각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난 할만큼 했다..'


 1차 시험합격으로 공부에 탄력을 받았다. 학원에서 준 부교재는 받자마자 진도를 나가기도 전에 다 풀었다. 수업때 보는 모의고사는 일부러 20분을 남기고 풀었다. 다 푼 책들이 무서운 속도로 쌓여갔다. 컴퓨터도 안하고 TV도 안보니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머리속에는 거의 대부분 공부내용밖에 없었다. 항상 비슷한 차림으로 일찍 등원해 밤 10시에 혼자 집에 오는 지루한 일상이 외로울때도 많았고 힘겹기도 했다. 그래도 버텼다. 평범한 내가 불가능한 결과을 이뤄내려면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또한 지나가리이다..'


 수능 한달전에는 두통이 찾아왔다. 두통은 멈추지 않았고 수능전날에는 유독 더 아팠다. 그날 밤 어머니와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내일 하루만 안아프게 해달라고, 평소실력대로만 보게 해달라고.. 이상하게 그날밤은 긴장없이 숙면을 취했다. 수능날이 돼도 두통은 여전했다. 1교시직전 두통약을 삼키고 심호흡을 한뒤에 차분히 문제를 풀었다. 작년과 너무 느낌이 달랐다. 문제가 술술 풀렸고 글이 머리에서 잘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두통도 잊고 문제를 다 푸니 아직 25분이 남아있었다... 다른과목들도 수월했고 시험장을 나오며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자리에서 국영수 채점을 하고 엄마와 부둥켜 안았다. 자식이 재수를 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집에 와 사탐과 제2외국어 채점을 마치니 수능을 잘본게 (프리패스 점수를 받은게) 실감이 났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너무나 맑은 상태로 오랜만에 긴 잠을 잘 수 있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