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오빠 [43701] · MS 2004 · 쪽지

2011-05-18 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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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장차 당신이 수없이 듣게 될 특별한 이름, 포르투 감독 비야스 보아스의 이야기[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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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지레짐작은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이변이 없는 한 포르투가 챔피언 자리에 오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올 시즌 포르투는 그만큼 대단한 팀이었다. 지난 시즌 자국 리그 3위에 그쳤던 포르투는 2010/2011 시즌 포르투갈 정규리그 30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27승 3무 0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렇다, 바로 ‘무패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2위 벤피카와의 승점 차는 무려 21점이며 골득실은 +57(73득 16실)에 달한다. 게다가 홈에서는 14승 1무를 기록했고, 원정 15경기에서는 단 5실점만 내줬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공수의 핵’ 브루노 알베스와 라울 메이레예스를 각각 제니트(러시아)와 리버풀(영국)로 이적시킨 뒤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포르투갈 리그가 유럽 톱 클래스 무대는 아니라지만 27승 3무 0패의 전적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리그 우승 확정 유로파 리그 결승과 Taca de Portugal 결승 대기 중 모두 우승할 시 미키마우스 트레블 달성)


33세 감독의 놀라운 성공 신화

더 놀라운 사실은, 포르투의 이러한 위업을 진두지휘한 감독의 나이다. 1977년 10월에 태어나 이제 고작 만 33세에 불과한 포르투의 감독은 지난 1월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 선수와 동갑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보다는 두 살이나 어리다. (아..) 어쩌면 우리가 향후 수 십 년간 수없이 되뇌이게 될 이 인물의 이름은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지난 여름, 만 32세의 나이로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1년 만에 팀을 포르투갈 역대 최강팀 중 하나로 변모시켰다. ‘프로팀 감독’을 시작한 것이 2009년 10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정말 놀라운 지도력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그는 프로 축구 선수로는 아예 등록조차 되어 본 일이 없는 ‘완벽한’ 비 선수 출신이다. 어떤가. 이쯤되면 이 인물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게다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 글에서 소개할 그의 경력은 앞서 축약한 포르투에서의 놀라운 성과를 뛰어 넘는 풍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 그리고 그의 은사인 고 보비 롭슨 감독으로부터 시작된다.
 
비야스-보아스의 이력은 여러 면에서 같은 포르투갈 출신 명장인 주제 무리뉴와 닮았다. 첫째, 비야스-보아스는 프로 축구 선수로 뛴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째, 두 사람의 지도자 입문 과정에 잉글랜드 축구의 명장 보비 롭슨이 관여했다. 마지막으로, 비야스-보아스는 무리뉴를 따라 포르투-첼시-인터밀란의 코칭 스태프로 일했다. 그가 ‘리틀 무리뉴’ 내지는 ‘제2의 무리뉴’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비야스-보아스는 무리뉴와의 비교를 그리 달가워하진 않는다. 실제로 올 시즌 포르투의 축구는 무리뉴와는 색깔이 많이 다르다. 무리뉴가 대체로 안정감을 중시하며 수비에 중점을 두는 축구를 선호한다면, 비야스-보아스는 매우 공격적이며 과감하다. 오랫동안 협업했던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이채로운 구석이다. 게다가 두 사람의 경력은 앞서 언급했던 것과 달리 세부적인 대목에서는 차이점도 있다.

 

16세의 명문팀 코칭스탭, 21세의 국가대표팀 감독

먼저,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무리뉴는 프로 선수 경력이 있다. 프로팀 감독으로 재직하던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프로팀에 잠시나마 속해있기라도 했으니까. 반면, 비야스-보아스는 아예 프로 선수 경력이 없다. 우리네 조기 축구 수준의 팀에서 그저 그런 미드필더로 뛴 것이 선수 경력이라면 경력이다.
 
롭슨 감독이 두 사람을 발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연은 비야스-보아스 쪽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 롭슨은 자신의 통역으로 일하던 무리뉴의 능력을 높이 사 정식 코치로 일할 기회를 줬다. 사실, 이것도 꽤나 극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비야스-보아스의 발탁 과정은 거의 픽션 수준이다. 사연은 이렇다. 포르투 태생의 비야스-보아스는 영국계 이민 2세인 친할머니와, 영국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연스럽게 유창한 영어를 익혔다. 유난히 축구를 좋아하던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분석하고 열광하며 자랐다.

그러던 1994년, 포르투에 살던 ‘청소년’ 비야스-보아스는 롭슨 감독과 같은 아파트 같은 동 주민으로 만나게 된다.(!) 당시 비야스-보아스의 나이는 16세. 두 사람은 동네에서 우연히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롭슨 감독은 유창한 영어로 해박한 축구 지식을 자랑하는 비야스-보아스에게 홀딱 반했다. 비야스-보아스가 열 여섯 살 나이에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의 스카우트 팀에 채용된 계기다. 롭슨의 지도 하에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에 나선 비야스-보아스는 17세 때 스코틀랜드에서 UEFA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낸 뒤 돌아와 포르투 유스팀을 맡았고 이듬해 다시 B급 자격증을 따내며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백방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던 그는 만 21세이던 2000년 여름, 영국령 버진군도 대표팀의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해 사실상 감독 역할까지 겸임하며 2002년 월드컵 북중미 예선을 치른다. (비야스-보아스는 영국령 버진군도 대표팀의 초대 감독이기도 하다.) 비록 존재감도 실력도 없는 세계 최약체 대표팀이기는 했지만, 한 나라의 대표팀 감독을 맡아 월드컵 예선에 임한다는 것은 만 스물 한 살짜리 청년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었다.
 
무리뉴와 함께 유럽을 휩쓸다

여기까지 그를 이끌어준 사람이 보비 롭슨이었다면, 그 뒤로는 주제 무리뉴가 등장한다. 포르투 코치 시절, 비야스-보아스의 재능을 눈여겨 봤던 무리뉴는 포르투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비야스-보아스에게 특별한 제안을 건넨다. ‘상대 클럽 전력분석팀’을 만들테니 이 팀을 이끌어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비야스-보아스의 분석팀은 주로 음지에서 일했다. 무리뉴는 자신에게 비장의 무기가 될 이 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전력 분석팀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비야스-보아스는 다음 상대의 전력을 면밀히 분석해 리포트를 만들었고, 이 자료는 경기를 앞두고 출전 선수 전원과 감독에게 전달됐다. 포르투 시절, 무리뉴가 빠른 시일에 리그 우승과 UEFA컵,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모두 달성할 수 있던 데에는 비야스-보아스 분석팀의 역할이 매우 컸다. 무리뉴는 포르투를 떠나 첼시와 인터밀란으로 옮기면서 계속 비야스-보아스와 함께 했다. 무리뉴의 선수들은 비야스-보아스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경기 직전 상대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채 90분 경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 무리뉴 감독이 비야스-보아스를 전폭적으로 신뢰한 것은 당연했다. 첼시 감독 시절, 무리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야스-보아스는 나의 눈과 귀”라 불렀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이 비야스-보아스를 ‘리틀 무리뉴’라 부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독립 : 홀로서기, 직접 감독이 되다
 
그러나, 비야스-보아스는 무리뉴가 자신을 키웠다고 보는 시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탈리아 기자인 가브리엘 마르코티는 “비야스-보아스는 자신이 요다(무리뉴)의 가르침을 받은 루크 스카이워커로 인식되는걸 좋아하지 않더라”고 술회했다. 비야스-보아스의 불만에는 일리가 있다. 둘은 협업한 사이이지 사제관계가 아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했고 함께 성과를 냈다. 일례로, 실제 그는 상대 분석관 이상의 일을 해내며 팀 운영에 관여했다. 무리뉴가 첼시에 도입한 4-3-3 전술도 비야스-보아스가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4-3-3에 비해 훨씬 유동적이며 허리를 두텁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짜여진 첼시의 4-3-3은 첼시가 빠른 시간에 EPL을 정복하는 데에 키포인트 역할을 했고 이후 여러 팀들이 적극적으로 응용해 나갔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까. 지난 2009년, 마침내 비야스-보아스는 무리뉴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포르투 시절과 무리뉴를 따라 첼시-인터밀란을 거치며 얻은 명성과 뛰어난 성적으로 입증된 능력은 고작 서른 두 살에 불과한 그에게 클럽팀 감독 데뷔의 기회를 제공했다. 비야스-보아스에게 지휘봉을 넘긴 팀은 포르투갈 1부리그의 아카데미카 데 코임브라. 2009년 10월, 성적 부진에 빠진 아카데미카는 곤칼베스 감독을 경질하고 당시 인터밀란 코치로 재직중이던 비야스-보아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비야스-보아스는 마침내 무리뉴를 떠나 홀로 설 기회를 잡는다. 감독 데뷔 효과는 눈부셨다. 부임 당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하위에 처져 있던 아카데미카는 비야스-보아스가 팀에 부임한 뒤 완전히 새로운 전술로 거듭났고 성적도 안정권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아카데미카에서의 짧은 성공은 비야스-보아스에게 명문 클럽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명가’ 포르투와 스포르팅이 동시에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력이 시작된 고향팀 포르투를 택했고, 16세의 말단 스탭이던 비야스-보아스는 16년 이 지난 2010년 여름, 포르투 감독에 부임하게 된다.
 
무리뉴를 좇는, 또는 그 이상의 존재

비야스-보아스의 전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포르투 부임 이후 1년 동안 그는 이미 수 많은 성과를 기록했다. 올 시즌 벌써 130골이 넘는 득점을 기록했고, 무리뉴 감독 시절 수립된 33경기 연속 무패 기록도 얼마 전 3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경신했으며, 포르투갈 리그 역대 최다 승점 우승, 포르투갈 리그 역대 최다 연승(16연승) 등등 갖가지 신기록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리그 종료가 5경기 남은 시점에서 자신의 첫 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물론 여전히 그는 늘 무리뉴와 비교된다. 롭슨과의 인연으로 출발한 커리어, 중하위권 팀을 거쳐 포르투의 지휘봉을 잡은 이력, UEFA컵 우승(혹은 결승 진출), 단정한 외모에 레인코트 스타일, 그리고 거침없이 터프한 골세리머니 모습까지. 벌써부터 포르투갈을 너머 유럽 전역의 명문클럽들로부터 주목받는 남자가 된 것 또한 '리틀 무리뉴'로 불리는 그의 이미지를 강화시켜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서서히 무리뉴와 자신의 차이점을 부각시켜 나가는 중이다. 무리뉴 전술의 핵심이 된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데다, 무리뉴와 달리 (아직은) 인터뷰에 조심스러운 편이다. 때로는 과감한 전술 변화를 통해 지속적인 실험을 감행하는 것은 훨씬 젊은 감독으로서의 차별성을 함께 부각시켜주고 있다. 수 많은 명장들이 수없이 명멸하는 이 거친 정글의 축구판에 선수 경력 없이 발을 디딘 그가 기댈 곳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어린 나이에 비해 화려한 경험을 가진 비야스-보아스의 미래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비야스-보아스의 흥미진진한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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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충혈 · 345382 · 11/05/18 18:32 · MS 2010

    얼마후에 프리미어리그 입성할거같아요 ㅋㅋ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무리뉴,과르디올라,보야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낫으면 좋겟다는

  • 카르시안 · 291457 · 11/05/18 18:33

    무리뉴랑 한번 붙어봤으면좋겠음 ㅋㅋㅋ어떻게될지

  • 디버프 · 368209 · 11/05/18 19:04

    우리나라도 비 선수 출신 축덕후 감독을 좀더 많이 중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스타 출신 감독들보다 축덕 감독들이 더 창의적이고 리더쉽이 있어 보이는데

  • 고길동과마이콜 · 300287 · 11/05/18 21:04 · MS 2009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Zizou. · 347638 · 11/05/18 21:17

    리버풀은 이미 감독이 결정됬고, 첼시는 안첼로티가 물러날거같은데 비야스가 유로파우승하더라도 왠지 바로쓸거같지는 않고.. 궁금하네요 어디로갈지

    들은바로는 포르투랑 2년 재계약했다던데
    한가지 확신할수있는건 이태리로는 안갈듯 ㅋ

  • 수면과다 · 376614 · 11/05/19 00:15 · MS 2011

    왜요 이탈리아 갈수도 있죠?

    지금도 전술하면 이탈리아임
    (무링요가 인테르시절에 하위팀일때도 전술짜야한다고 투덜거림)
    물론 보아스감독이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을 가진감독이여서 모르겠음

    일단 젊다는게 장점임 많이 배울수도 있고
    좋은감독임에는 분명하나 아직 100&검증은 아니라고생각함
    아무튼 젊은 감독중에는 가장 핫한 인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