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지만 의사가 될 뻔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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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몸속 침, 무허가 시술자 소행 파문 확산
측근 “시술자 한의사들 아니다”밝혀…대한한의사협회 수사촉구 성명서 발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에서 침이 발견된 후 최근 한의계를 불신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술자가 한의사들이 아닌 정향이 속속 밝혀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가 지난 6일 재차 성명서를 내고 수사를 촉구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의협 측은 이 성명서에서 “세간의 의혹을 풀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 측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 시술자와 시술 일자, 시술 경위 등 이번 ‘노태우 전 대통령 의료용 침 미스테리’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나, 아직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시술자나 시술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일부에서 이번에 발견된 침에 대해서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침’, 혹은 ‘한방침’이라고 표현하고, 심지어는 한의원에서 침 시술을 받았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어 한방의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에 따르면, 한의과대학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한의사의 정상적인 침 시술로는 침이 기관지까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한의사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침은 누구나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즐겨쓰는 침인 것으로 볼 때 무면허 침술자에 의한 피해일 가능성이 높다 ”고 설명했다.
◇ 노 전 대통령측도 무면허 가능성 시사 =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시술한 사람이 그동안 한의사 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태가 확신되면서 알아본 결과에 의하면 침을 놓은 두 사람 다 한의사가 아니고 침을 전문적으로 놓는 침술사였다”고 밝혀 이사건과 한의사들과는 관련이 없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 측근은 또 “노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돼 혼자서는 거의 꼼짝을 못하고 주변 사람 도움으로 휠체어와 침대를 오간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우연히 침대에 떨어져 있던 침이 피부를 뚫고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은 “노 전 대통령께서 침술에 능한 유명한 두 사람의 의료진에게 침 시술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어떻게 해서 침이 기관지에 들어갔는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저명한 두 사람 다 한의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고 침을 전문적으로 놓는 침술계의 유명한 인사이며 이 두 의료진이 사과를 했고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더 이상 (이 문제를)언급하지 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오자 이걸 치료하기 위해서 부인 김옥순 여사가 저명하다는 침을 전문으로 놓는 의료진을 소개 받아 지난 4월 초부터 집중적인 침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한의사로 불똥이 튀어 =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기관지에서 침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져지면서 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의사들에게 불똥이 튀어 시술을 한 한의사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일반인들은 한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대한한의사협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을 시술한 한의사를 찾는 한편 다각적인 경로를 통해 사태파악에 나서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정부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의계의 한 의료진은 “최근 침과 뜸에 대해 불법으로 시술하는 사람들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강력 대응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근절이 안되고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도 불법 시술을 방조하는 뜻한 인상을 줘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면서 “이번 사태의 발단을 일으킨 주체는 한의사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한의사는 “노 전 대통령의 몸에서 나온 침의 길이가 7㎝이고 이 침은 예전에 사용한 침으로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시술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침 기구이며 한의사들은 대부분 5㎝ 정도 침을 사용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의사들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시술한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들은 침을 놓다가 침이 기도를 뚫고 들어갔을 가능성과 관련, “노 전 대통령에게서 발견된 침은 스프링 모양의 손잡이(침병)를 포함하고 있어 이 부분까지 피부를 뚫고 들어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선하 강서한의원장은 “만약 한의사가 아니고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침 시술자에 의해서 문제가 발생된 것으로 확인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한다”고 말했다.
◇ 철저한 수사가 사태해결 도움 =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 이후, 일부 국민들은 한의원에서 침 시술을 꺼려하는 등 한방의료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어, 무고한 한의사와 한의계가 자칫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의계는 “한방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사건이 한의사에 의한 의료사고라면 ‘의료상 과실’에 해당함으로, 사법처리를 포함하여 윤리위원회 회부 등 각종 징계 조치를 통해, 강력하게 일벌백계해야하며, 협회 차원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면서 “그러나 만약 이번 사건이 불법무면허의료행위자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으로, 우리사회에 불법무면허의료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불법무면허의료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심각성을 표현 했다.
상업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나라를 대표했던 국가 원수도 불법무면허의료의 폐해를 벗어날 수 없다면, 국민들 역시 언제 어떻게 불법무면허의료로 인한 피해를 입을지 모를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면서 “미스테리는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침 제거 수술 당시 관찰된 상황과 흉부 CT·엑스레이 등 의료영상을 종합 분석한 결과, 침은 오른쪽 옆구리 아래쪽 부위에서 폐로 들어가 가슴 중앙 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해 기관지 상단에 박혀 있었으며 “침 끝이 더 나아가 심장 건드렸다면 생명 위태로울 뻔했다”는 게 당시 수술을 한 의료진들의 지적이다.
이상규기자 lsk@seoulilbo.net
사진/침제거 수술을 받기위해 병실로 들어가는 노태우 전 대통령(좌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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