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치 [44392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01-31 23: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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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치] 추론을 방해하는 정신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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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수와 영희가 중국집에 갔다.(2) 철수는 자장면을 시키고 영희는 짬뽕을 주문했다.(3) 영희가 식당을 나오면서 계산을 하였다(4) 철수와 영희는 즐거운 표정으로 헤어졌다.보통 사람은 이 문장들을 읽고 철수와 영희는 밥을 먹었다.라는 명제를 쉽게 추론해 냅니다. 이 정도의 추론능력은 매우 쉽게 느껴지죠. 한국에서 15년 정도 살면서 물정을 익히면 어렵지 않습니다.반면에 초기 인공지능 개발자들에게는 이 문제가 상당히 골치 아픈 것이었어요. 위 네 문장 안에는 철수와 영희가 밥을 먹은 장면이 전혀 등장하지 않거든요. 당시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면서 ‘역시 사람이야’라는 생각에 뿌듯해 했지요.수능 국어에서 요하는 추론이라는 것도 별 거 없습니다. 정상적인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대부분 손쉽게 추론해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요상하게 시험시간만 되면 추론이 잘 안 되지요. 마치 초기 인공지능 깡통이 되는 느낌입니다.사실 맞습니다. 국어에서 추론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순간적으로 ‘기계적인 깡통’이 됩니다. 시험문제만 맞닥뜨리면 나는 기계야. 깡통이라구!라고 외쳐버립니다.나는 기계입니다. -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라는 방어기제의 발현국어시험만 보면 ‘주지화’라는 심리 메커니즘을 발동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습니다.‘주지화’라는 것은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지식적, 기계적인 요소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심리 방어 기제를 말합니다. 편집증 환자나 강박성 인격장애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심리 메커니즘입니다. 본인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정서적,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고 딱딱하고 기계적으로 사람을 대하려는 것이지요.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더라도 ‘주지화’라는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혹은 매우 유사한 어떤 심리 기제) 그 중 하나의 케이스가 국어시험에서의 학생이 되겠습니다.언어감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증거를 찾는 공부를 합니다.이런 유형의 문제는 지문에서 어떤 단어나 문구가 나왔을 때 반드시 정답이고, 일치문제는 똑같은 문장이나 구절이 있지 않으면 오답이다라는 식으로 공부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지요. 이런 식의 사고방식/공부법은 ‘주지화’와 거의 비슷한 상태를 유도하게 됩니다. 편집증이나 이상심리 상태에서나 나올법한 심리상태가 국어시험 국면에서 나타나는 것이지요.최소한의 인간성/이해도/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풀 수 있어야 할 추론문제가 이런 식의 공부법을 유지한 학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의 추론을 포기하고 깡통 기계로 돌아간 대가가 되겠습니다.‘증거를 찾는 공부’는 버려야 합니다. 학원가에서 말하는 ‘일대일 대응’이라고 하는 것도 유사할지 모르겠네요. 글을 ‘읽고 이해하고’ 앉아 있으면 추론은 그냥 따라옵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읽고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제 강의에서는 문장/구절 단위로 어떻게 이해할지, 어떤 심리적 문제가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지를 말하는 데에 중점을 둡니다.)결론 : 국어지문에서 명백한 증거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춘 공부는 위험하다. 특히 추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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