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6-08-10 03:51:12
조회수 11,471

[수학썰1] 시나브로 찾아온 수학 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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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작년 썰도 마저 써달라고 하시지만

어차피 삼반수 썰은 기만 썰 + 아픈 개인사(?) 썰이 될 듯 하고

사실 오늘 다른 일 때문에 기분이 그냥 좀 그래서...


여하튼

오늘이 D-100인가요? 이 글을 다 쓰면 D-99겠지만요.

오늘은 100일 부근인만큼

색다르게 단편 썰을 써보겠습니다.

(사실 이게 편함)


영어보다도 가장 극적으로 변화했었던

수학 B형(현 수학 가형, 구 수리 가형)

수학 B형을 위주로 다뤄보겠습니다. 
(편의를 위해 타 과목은 언급 안하겠습니다.)


... 아이고 이 것도 분량조절 실패 삘이다


(일부 내용은 예전에 썼던 수기와 겹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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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때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중3 겨울방학

다들 고등학교 때문에 시끌벅쩍하던 시절


당시 나는 

'지역형 자율형 사립고' 입학에 붕 떠 있었던 상태였다.

(사실 미달이어서 추첨까지 갈 필요도 없었음)


그 때 고등학교에서는 예비고1들을 상대로

선행학습 방과후 프로그램과

입학과제(말은 방학과제였지...)를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모르는 수학 문제가 있어서

당시 다니던 학원의 수학 선생님에게

문제 질문을 하러 갔을 때

질문을 받아주면서

교재를 천천히 훑어보던 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교육없는 자기주도학습이라고? 교재에 선행학습 내용은 드립따 박아 놓았으면서... 이거 학교가 약 팔아도 되는거냐..."


그러면서 당시 학원 수학 선생님은 학교의 방침이 허와 실만 담고있다고 비판하였다.

그 때는 "그냥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드신가보다..." 하며 허허하고 말았다.


아마 그 때 나는 몰랐을 것이다.

이 때의 풍경이 어쩌면

8개월 후에 찾아올 슬럼프의 복선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슬럼프. 컴플렉스.

그들은 시나브로 그렇게 찾아왔다.

그리고 그 불행은 장창 3년 가까이 나를 옥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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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이 몇 십년동안 베스트셀러였어. 아무래도 수학은 역시 정석이지."


2011년 1월. OO역 홈플러스 서점에서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실력편 정석은 풀긴 할 거냐?"

"뭐 사두면 언젠간 풀겠죠!"

"이거 맨투맨이 좋았던 기억이야"

"그럼 이거 I이랑 II로 사면 되는 거죠?"


"아 그러고보니 이번에 배치고사는 어떻게 봤니?"

"수학은 한 전교 70등 정도..."

"어휴... 잘 보지 그랬니"

"선행을 안 한 상태로 봤는데 어떻게 해요"

"하여튼 학교에서 이상한 범위를 내줘가지고..."



2011년 2월. 어느 교보문고 서점에서

학교에서 나눠준 목록표를 쥐고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교과서 목록들이 대충 이렇구나..."

"그 때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능률 VOCA랑 성문영어 사두는 게 권장하더라. 아 근데 수학 문제집은 뭐 더 살거야?"

"이거 수학은 음... 뭐 정석으로 하면 되겠죠"


2월 28일 마지막 날.

"학교 시간 때문에 학원 그만두는 거 정말 아쉬워요..."

"그래... 자사고 가서도 열심히 하고."

"학교에서 학원 다니는 걸 용납하지 않다보니 참... 뭐 독학으로도 잘 되겠죠"

학교의 스케쥴 때문에 

나는 학원을 그만두고 독학으로 전환했다.


"이게 정석이 수학 공부를 하기에는 정말 좋아요."

"정석 같은 거 풀 때는 옆에 연습노트 두고서 거기에 풀면 돼"

"우리 학교는 사교육없는 자기주도학습을 표방합니다. 흡연, 음주, 학원. 3무정책을 표방합니다."


고등학생으로서의 첫 수학수업이 시작되었다.

수학 진도 범위는 1학기안에 고1수학을 모두 나가는 것.

"후 빡세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앞반(1~4)과 뒷반(5~8)이 나눠진

수준별 수업 반배치에서

수학은 1반(최상)반이 되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는 의무자습을

10시까지 시키고는 했었다.

당시 교장 방침상 학원은 금지되었던 상황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자습시간에 정석과 연습노트를 펼치고서

매일매일 자습시간 때마다

정석을 들여다보고 수학 문제를 풀면서

수학공부에 정성을 다했다.


"OO아. 축하한다. 국영수 기준 전교 5등이다."


첫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영어를 죽 쒔는데 전교 5등이라... 국어랑 수학을 잘본 건가"

나름 기뻤다.


겨울방학동안 미리 선행해둔 범위를

기말고사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후 큰일인데..."

그 즉시 문제집 쎈을 구매해서 풀기 시작했다.


"이번에 6월 모의고사가 엄청 중요해요. 내신보다 더 중요한거야."


한편 학교에서는 모의고사를 잘 봐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거 모의고사를 보는 대학교도 있어요." 라는

지금 생각하면 거짓말인 것까지 보태서 말할 정도로 말이었다.


수학 수업시간에

학교에서 나눠주는 모의고사용 연습문제들을 받아 풀었다.

"중학교 때 추억들이 다 나네."

그렇게 생각했다.


"OO이 6월 모의고사 수학 1등급이구만."


첫 모의고사에서 수학 1등급을 받았다.

그래도 1등급을 받을 실력은 되는구나...하면서

환호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기말고사만 아니었어도 내신 수학 1등급인데..."


기말고사를 약간 죽쒔다(?).

씁쓸한 맛을 당기면서도

"2학기 때는 조금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여름방학이 되었다.

"아... 고1인데도 이렇게 공부하면... 나중엔 얼마나 공부해야 한다는 거냐..."

계속된 10시 11시 하교와 1시 2시 취침, 6시 기상, 7시 40분 등교에 지친 상황이었다.

"지쳐도 수학 공부는 해야지..."


독학으로는 약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학교 방과후 수업을 신청했었다.

지수로그 진도부터 시작했었다.

"중간고사 준비는 미리 한 셈이겠지"


2학기가 되었다.

"아 힘들어... 좀 쉬면서 살고 싶다."

계속된 지침으로 인해 공부 효율이 떨어진 상태였다.


"아 이거 제대로 설명 안하고 넘어가면 어쩌잔거야..."

학교에서는 한학기만에 끝낸다는 진도에 급급해서

수업할 내용들을 스피드하게 훑으면서 지나갔고


"방과후 수업을 믿었는데... 행렬 안했잖아!"

중간고사 범위에서 뒷통수를 맞았다.


복습을 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수학 진도는 빨랐고

그렇게 점점 모래로 지은 성처럼

수학의 기반이 약해져갔다.


여름방학부터 2학기까지

점점 공부 동기나 동력은 상실해갔고

효율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해가고 있었다.


"와나... 수학 40점대... 5등급... 이게 말이나 되는거냐"


2학기 중간고사를 처참하게 망했다.

이 때부터 멘붕이 들기 시작했다.

"이거 학교에서 독학하라는 말... 믿어도 되는거야?"


엄마 "야 애들 암암리에 다 과외나 학원 다니고 있다더라. 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 지껄이면서 그거 못 하게 막는다는 게 말이나 되냐"

불편한 진실을 알았을 때

나는 학교의 말만 믿고 비효율적인 공부를 하다가

망한 아이가 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남들은 진작에 믿지 않았던

허울뿐인 자기주도학습이었던 것이다.

믿는 사람이 바보인 세상인 거였다.


"선생님 수학 문제 모르는 게 있어서인데... 질문 좀 할게요."

"이따가 와" "오늘은 바뻐"

입학 전 학교에서

'질문을 하면 항상 답변해주는 선생님들'이란 문구 등과는 달리

선생님들이 질문을 피해서

문제 질문 하나 하기에도 버거웠었다.


결국

모르는 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한 채 쌓여만 갔고

성적에 악영향은 갈수록 더해져만 갔다.


"이럴거면 내가 왜 다니는 거야?"

엄마한테 이럴 거면 차라리 자사고 때려치고 일반고로 가는 게 낫지 않냐고 말했다.

이윽고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온 부모님은 이에 반대했고

장창 1년 가까이 이 문제를 두고 싸웠다. 매일.


"모의고사도 40점대라니... 나 참..."


11월 모의고사마저 망쳤다.

동그라미가 전멸해간 시험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지... 난 분명 열심히 했는데..."

억울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그게.


기말고사

역시나였다.

내신 수학 5등급 확정...


내신 5등급... 모의고사 3등급...


1년만에 바닥이 어떤 맛인지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아마 타 과목에서 어느 정도 버텨주지 않았다면

공부를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좌절감이었다.



"독학? 자기주도학습? 그거 개나 주라고 해. 이 세상에 믿을 것 하나도 없어."

학교에 엄청난 배신감이 들었다.


"선생님 저 조퇴하겠습니다."

"너는 매일 몸이 아프냐..."

"몸이 아픈 걸 어떻게 합니까"

이때쯤 학교 자습시간도 조퇴증을 남발해가면서

무력화시켜가면서

그 과정에서 담임선생님과 많은 갈등이 있었고


"아니 도대체 왜 전학을 못 가게 하는건데요?"

"전학가면 뭐 뾰족한 수라도 생길 것 같니?"

"지금 학교보다는 낫겠죠!"

매일 집에 가면 전학 논의로 싸워댔다.

(거의 악다구니에 받쳐 부모님과 선생님과 싸웠던 시절...)


그러다가 갈등들이 약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12월 쯔음

"여기 목동대학학원이라고 있는데, 여기서 수학 공부하면 성적 어느 정도 회복할 것 같은데"

엄마가 무언가를 가져오면서 말했다.

학원 전단지였다.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다.


"수학학원을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결국 수학학원을 등록하기로 결정하고

입회테스트(?)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찾아갔다.


-다음 편에 계속...-

(인트로 개념이다보니 좀 대충 쓴 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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