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개박하 [582808] · MS 2015 · 쪽지

2016-12-07 14: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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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예정수필 : 두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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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

아침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기상해서 즐거운 백수라이프를 즐기던 나는 오늘 이렇게 일찍 일어날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바로 어제 한양대 논술의 뜨거운 합격을 맛보고는 외대논술은 정말 잘봤으니까 괜찮을꺼야 최저도 맞췄겠다 정신승리를 시전하며 새벽 2시까지 부어라 마셔라 했었는데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필시 오늘은 뭔가 일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좋은 형태로든 나쁜 형태로든 어떻게든, 하지만 이렇게기분좋게 일어나니 나쁜 일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을 평소대로 라면으로 때우려고 했으나 평상시 진라면보다 &'오늘은 뭔가 되는날이다&' 싶어 하루의 시작을 아라비아따로 끊었다. 매콤하면서 달큰한것이, 건더기스프에 마카로니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1700원하는 값이 아깝지가 않은 맛이었다. 하나 더 사놔야겠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집 멍뭉이와 티비보면서 시간을 때우던 도중. 같이 재수했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성적표 봤냐고. 시계를 보니 9시 10분이었다. 음... 받으러 가기는 귀찮고, 그냥 이메일 신청 해놨으니 그거로 봐야지. 어차피 최저는 맞췄을 텐데 뭐... 


설거지도 기분좋게 끝내놨고 이불도 말끔히 개놓았고 정갈하게 덮혀있던 노트북에는 먼지하나 없다. 핸드폰 배터리는 만땅에다가 옆에 티슈도 새롭게 차있는 것을 본 나는 갑자기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풀려도 너무 잘풀리는 날인거 같아.


머리를 긁적이며 나는 노트북 덮개를 열었다. 살랑이는 팬소리가 나를 반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나는 노트북 비밀번호를 푼다. 멍뭉이가 내방으로 들어와 침대에서 내 뒤통수를 보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나는 네이버의 내 아이디를 친다.


딸깍. 이메일이 와있다. XXX님.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 딸깍.


모듈을 수동으로 설치하고 첨부파일을 받는다. 딸깍. 입에는 어느 순간부터 수능 전에 받은 초콜릿이 들어가있다. 멍뭉이는 아직 내 뒤통수를 지긋이 바라본다. 비밀번호를 휘리릭 친뒤. 딸깍.




국어 2...수학3...영어3... 여기까진 가채점대로군....


한국지리...5? 세계지리...5?


딸깍.


딸깍.


왈!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왈!


한국외대 서양어대학 최저등급 : 2개합 4등급 (사탐평균)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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