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3)- 외국어가 끝났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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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외국어 종료.
아 슈발 내 5년동안 빈칸문제를 처음으로 막혀보네.
그리고 그 처음 막힌 시험이 하필이면 내 인생 마지막 수능일 줄이야.
흐름과 관계없는 문장. 난 그 문제를 틀렸을 것이라 직감했다.
분명히 내가 실수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9번, 처음 접했을 때 읽고도 무슨 말인지 종잡기가 힘들었다.
일단 다른 지문들을 먼저 읽어내고나서 돌아와서 다시 풀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거의 지켜지지 못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미뤄 두었던 지문이 총 6개. 긴가민가한 것 3개, 왠지 내가 풀수 잇을 듯한 것 3개.
내게 남은 최후의 시간은 9분.
전자는 하나에 3분씩 잡아도 풀어내기가 번거로운 문제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29번 문제는 맨 마지막에 풀었는데 도저히 모르겠었다.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 10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택지로 대충 떄려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지 5번을 보니 분모가 0으로, 분자가 무한대로 가고 있었다.
어랏?! 이거 9평의 Success divided by pretension equals self-esteem이랑 똑같은 논리구조네?
혹시, 학생들이 어려워할까봐 의도적으로 9평에서 낸 논리를 그대로 재탕한 건가?
아 모르겠다. 이제 곧 펜을 놓으라 하겠지. 모르겠는데 있어보이니 그냥 5번 찍자.
그렇게 마킹을 하고 나니 사이렌이 울렸다.
수능 시험볼 때에는 평가원 모의고사를 볼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선생님들은 더 이상 내게 시간도 주지 않으셨고, 눈 감을 것을 요구하셨고, 머리 위에 손을 올릴 것을 요구하셨다.
답안지를 그냥 걷어채가는 것을 군대 끌려가는 아들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으로,
애타지만 어쩔 수 없이 바라볼수만 있을 뿐이었다.
쉬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가채점지를 슬쩍 봤지만 29번 문제의 답은 각양각색.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국사+제2외국어 선택자들 반이라 나 말고도 서울대 지망생들이 껴있을텐데,
그런 학생들조차도 정답이 제각기 갈려있었다.
허탈했다. 이로써 나는 언 수 외 병sin 3관왕이 됬구나
하하하하하 병sin아 니가 무슨 박태환이냐
삼수까지 하고도 수능을 이따위로 망쳐놓고,
아주 그냥 병림픽으로는 금메달을 따는구나
그러게 누가 반수하래? 그러게 누가 재수하래? 그러게 누가 삼수하래?
엄마아빠 말 잘듣는 착한 아들로 그냥 살았으면 이런 뻘짓을 했을까?
자괴감이 들었다. 가슴속이 뭉치는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에 이어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참으려 애쓰려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눈물은 그저 나도 모르게 저절로 흘렀을 뿐이니까.
또다시 똥칸에서 처울다가 이대로는 또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사탐이라도 건지자는 마지막 심정으로, 국사 교과서에다 헷갈리는 부분, 지엽적인 부분들을 표시해 둔 것을 다시 팠다.
10페이지를 1분만에 다 보고, 세계사 현대사 부분을 다시 보고, 법사 OX 퀴즈를 복습하고 나니 어느새 감독관이 갈색 봉투를 들고 내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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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느낌이 좋았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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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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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망친 거 같으니 과탐에서 깡패를 만들어야 서울대를 제대로 노릴텐데
수리는 85는 찍겠지. 설마 어디서 삑살이 났을라고 아... 도대체 수리 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