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7시간 거짓말..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오전부터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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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청와대-해경 본청 핫라인 음성파일 분석
청와대 “언론 오보 때문에
오전 상황 파악 못했다” 해명
실제론 오전 3차례 걸쳐
뒤집어진 세월호 안에
학생들 갇혔을 가능성 보고받아
대통령은 아무런 조처 안해
4시10분 수석비서관 첫 회의
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아
5시15분에야 중대본 방문
“구명조끼 입었다는데…”
최악 참사 상황조차 파악 못해
최근 청와대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집무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을 지난 20일 청와대 누리집 ‘오보 괴담 바로잡기’에 올렸다. 핵심 내용은 ①이날의 진짜 비극은 ‘전원 무사 구조’ ‘370명 구조’ 등 언론 오보에 따른 혼돈이며 ②대통령은 이날 관저집무실에서 정상 집무했지만 심각한 피해 상황을 오후 2시50분에야 최종 확인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해명은 과연 사실일까. 그동안 언론에 전모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사고 당일 청와대와 해경 본청 핫라인 통화기록(음성파일)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파헤친다.
1. ‘전원 구조’ 보도 4분 뒤 ‘오보’ 확인
“(단원고) 학생들은 전원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학생이 324명이고요. 선생님은 14명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사고 당일 11시3분 <와이티엔>(YTN)은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를 속보 자막으로 내보냈다. 최악의 오보였다. 언론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에서 학부모와 출입기자들에게 잘못 보낸 문자메시지가 발단이었다. 이 오보로 유가족은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아들딸한테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니었다. 배 안에 수백명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이미 해경에서 직접 보고받았기에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4분 뒤 통화기록을 보자.
11:07 청와대-해경 본청
청와대: 학생들이 다 구조됐다고 나오는데 인원은 아직 안 나왔죠?
해경: 학생들요? 그걸 어떻게….
청와대: 학교 측에서 누가 언론에….
해경: 저희는 파악이 안 되는데.
청와대: 알겠습니다.
청와대가 이날 세월호 사고를 처음 인지한 것은 9시19분 와이티엔 긴급속보를 통해서다. “500명 탄 여객선 조난 신고, 전남 진도 관매도 부근 해상, 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여객선.” 속보를 확인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핫라인으로 해경 본청에 전화했다. “아, 심각한 상황인가요?” “지금 현재 지금 심각한지 지금 배하고 통화 중인데요. 지금 일단 배가 지금 기울어서 침수 중이구요. 아직 침몰은 안 됐고요.”
9시24분 청와대는 세월호 사고 상황을 내부 문자로 전파했다. “474명 탑승 여객선 침수신고 접수, 확인 중.” 그러나 이 문자는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이 어떤 상황인지, 구조 인원은 얼마나 있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대통령 서면보고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해경 본청 핫라인을 통해 △배가 60도 정도 기울었고 △100t급 경비정(123정)과 항공기 1대, 헬기 4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으며 △경비정이 50명을 구조해 인근 섬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헬기 2대가 보이는 사고 현장 사진을 “브이아이피(VIP) 보고용”으로 받았다. 오전 10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 사고 발생 1시간 11분 만이었다. 당시 세월호는 좌현이 물에 잠겨 물이 5층까지 차고 있었다.
15분이 지난 10시15분 대통령의 첫 지시가 나왔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여객선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누락 인원이 없도록 할 것.” 10시22분에 대통령은 다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샅샅이 뒤져서 철저히 구조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거쳐 10시25분 해경 본청에 전달됐다. 대통령은 해양경찰청장 김석균에게 직접 전화해 “해경 특공대도 투입해서 여객선의 선실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서 단 한 사람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 시각 세월호는 뒤집어진 채 뱃머리만 남기고 침몰했다. 이 모습을 와이티엔이 보도했다. 현장에 출동한 어민으로부터 얻은 사진이었다. 청와대가 해경 본청에 곧바로 전화했다. “와이티엔에 나오는 거요. 배 밑바닥이 보이는 게 완전히 침수되어 침몰된 겁니까.” “예, 지금 나오는 거 맞습니다. 바닥이 보이는 게 맞습니다.” “바닥이 하늘로 가 있습니까, 지금.”(10:29 통화) 그리고 청와대는 탑승객이 뒤집혀 있는 배 안에 있다는 사실도 곧바로 확인했다. 청와대와 해경 본청이 나눈 통화기록을 보자.
10:52 청와대-해경 본청
청와대: 지금 거기 배는 뒤집어졌는데 지금 탑승객들은 어디 있습니까?
해경: 탑승객들요? 지금 대부분 선실 안에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청와대: 네? 언제 뒤집어졌던가?
해경: 선수만 보입니다. 선수만.
청와대: 아니, 그 지금 해경 헬기 떠 있잖아요?
해경: 떠가지고 구조하고 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지금 배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중략) 전부 학생들이다 보니까 선실에 있어서 못 나온 것 같아요.
10:58 청와대-해경 본청
청와대: 구조 인원 몇 명이나 됐습니까?
해경: 지금 120여명 되는 것 같아요.
청와대: 120여명 그러면 주변에 인원들 어딨나요? 구조 안 된 탑승객들이요.
해경: 저희도 모르죠. 지금 파악하고 있으니까요.
청와대: 파악하고 있다고요. 일단 배 주위에는 없다는 거죠.
해경: 네.
청와대는 해경 본청에서 상황을 파악해 10시36분(70명 구조), 10시40분(106명 구조), 10시57분(476명 탑승 133명 구조)에 대통령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청와대가 대통령 서면보고를 공개하지 않아 “뒤집어진 배 안에 탑승객 대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 사실을 오전 11시 이전에 파악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중요한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청와대 보좌진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이렇게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책임은 훨씬 무거워진다.
2. 오전 11시29분 “거의 300명 배 안에 있다” 거듭 확인
언론이 오전 11시께부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내놓고 있었으나, 청와대는 “구조 인원은 161명에 불과하고 거의 300명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해경에서 직접 보고받았기 때문이다. 또 특공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조류가 심해 선체를 수색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잇따라 확인했다.
11:29 청와대-해경 본청
청와대: (구조인원이) 161명이면 나머지 한 300명이 배에 있다는 건가요?
해경: 일부 배에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현장에서는.
청와대: 거의 300명이 배 안에 있는 거 아닙니까. 바깥으로 떠 있는 게 없으니까, 근데 161명이 구조된 거 전체 인원이 맞는 거 같아요, 아니면 오류 있는 거 같아요? 추가된 게 있을 것 같아요?
해경: 추가로 일부 있을 거는 같은데.
청와대: 많지 않을 거 같아요?
해경: 네, 선내에 일부 많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가지고. 해경에 구난요원들 전부 다 현장으로 이동조치 시켰거든요.
12:12 청와대-해경본청
청와대: 선박 수색작업이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해경: 지금 선체 수색작업은 하려고 준비했는데 진도 수도 속도가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가장 센 곳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들어가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청와대: 그럼 현재 준비중이란 말씀이죠.
해경: 배가 현재 현장에 도착해가지고 준비중에 있는데 들어가기가 현장에서는 아주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청와대의 대통령 보고는 이어졌다. 11시20분(161명 구조), 11시23분(유선보고), 11시43분(477명 탑승, 161명 구조), 12시5분(162명 구조, 1명 사망), 12시33분(179명 구조, 1명 사망).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청와대는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에서 언론 오보로 청와대가 오전 내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해명했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는 해경에서 실시간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기에 언론 오보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3. ‘370명 구조’ 잘못 알고도 80분간 뭉갰다
이날 오후 1시께 대통령이 잘못 보고받은 “370명 구조, 2명 사망” 보고 역시 언론 오보 탓은 아니었다. 경위는 이렇다. 진도 팽목항에선 “190명 목포 이송 중 회항해 팽목항으로 이송 중, 팽목항 13:40분 도착 예정”이라는 풍문이 오전 내내 돌았다. 이를 해남소방서에서 확인 없이 팽목항 상황판에 적었다. 이를 본 서해해경청은 그 내용이 맞는지 검증하지 않고 해경 본청에 “구조자 190명이 탑승한 (진도) 행정선이 팽목항에 도착한다”고 보고했다. 진도 행정선은 정원이 고작 15명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오후 1시4분 해경 본청은 청와대에 보고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 370명이랍니다. 진도 행정선에서 약 190명 승선하고 있다고 하네요.” 청와대는 “너무 좋아서”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했다. “370명 구조, 2명 사망”(1시7분 서면보고) “190명 추가구조하여 현재까지 총 370명 구조했다”(1시13분 국가안보실장 유선보고).
그러나 1시19분 해경은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현장에 확인해보니까 인원수가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정정했다. “일부 중복이 있어 370명이 정확한 게 아니”며(1시30분) “370명은 잘못된 보고”(2시6분)이고 “구조인원은 166명”(2시24분)이라고 다시 확인했다. 중대본이 오후 2시 언론 브리핑에서 “오후 1시 기준 368명 구조됐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청와대는 이 발표가 거짓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14:24 청와대-해경 본청
청와대: 지금 육지에 들어온 사람은 166명이 확실합니까?
해경: 네 저희가 확인한 겁니다. 우리가 정확하게 파악한 것은 164명(사망 2명)입니다.
청와대: 그럼 지금 바다에 있을 가능성도 없고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니에요?
해경: 많은 인원이 있을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청와대는 해경의 “370명 구조” 보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15분 만에 알고도 대통령에게 이를 바로 수정하지 않았다. 해경 본청이 “구조인원이 166명이며 나머지는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다시 확인한 2시24분에도 대통령 보고를 머뭇거렸다. 결국 2시50분에야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정정 보고했다. 그때서야 대통령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이 결정됐다. 경호팀이 사전 답사와 비상시 동선 확보 등 대통령의 외부 방문을 점검했다. 비서실장 김기춘은 이 소식을 3시30분에 듣고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했다. 4시10분 청와대의 첫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5시15분 중대본 방문 때였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사고가 발생한 지 8시간, 첫 보고를 받은 지 7시간 만에 나온 대통령의 첫 공개 발언이자 질문이었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대로 대통령이 이날 짧게는 5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없이 상황을 점검한 게 사실이라면, 무능력한 탓에 대통령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날 대통령이 다른 일이 관심을 쏟지 않고 “정상 집무”를 수행한 것이 진실이라면 그래서 더 오싹하다. 그 무능력한 대통령이 오늘도 청와대에서 “정상 집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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