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의 추론2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965354
우리가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면 모른채로 넘어갈 수도 있을 거다. 사실 존재의 괴로움을 겪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삶의 부조리를 직접 느끼지 않아도, 그걸 알기 위해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그 많던 우리의 조상들은 그러했다.
하지만 "왜?" 라는 내적 질문을 던져버린 이후의 인간은 다르다. 그 때부터 우리는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을 강제로 지게 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어째서 부조리를 느끼고, 아름다움과 추악함 그 사이의 큰 벽을 마주해야 하는가.
그리하여 사고는 모를 권리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무지가 가져오는 미덕이다. 무지의 유일한 장점인 것이다. 고통을 모르게 해준다는 것. 고통을 겪어도 아프지 않게 해준다는 것. 예상치 못한 무지의 미덕인 셈이다. 아마 무지의 부류가 가장 축복받은 부류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지는 매우 얇은 종잇장과도 같아서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수 있다.
인간의 호기심은 그 장막을 들춘다. 아름다움 이라는 종이 뒤에 숨겨진 추악함을 본다. 그리고 그 가려진 벽을 보게 된다. 무지의 부류는 그렇게 지의 영역을 마주하고 고통받고 좌절한다. 왜 앎이 좌절을 가져오는가.
사실 지식은, 우리가 가진 진리가 아닌 지식들은 전부 불완전하다. 그 어떤 지식도 완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완전함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우리의 감각도 불완전하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인간이 기억을 자의적으로 왜곡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이후부터는 인간의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지식을 쌓은 이성도 히틀러가 가져온 대량학살로 인해 그 지위를 잃게 되었다. 과연 남은 게 무엇인가. 불완전함 뿐이다.
뿌리가 불완전함이기 때문에, 그 열매인 지식들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진리와도 같이 여겨지던 지식들이 무너져내리는 역사가 그를 방증한다.
인간은 이토록이나 불완전하고 지식에도 기댈 수 없다. 이성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종교는 배척과 대량학살을 가져오기도 했다.
--------
결국 타인에 의지하기 시작한다. 다른 불완전한 존재. 그러나 그 길은 외줄타기와도 같다. 서로 닿으려 손을 뻗지만 절대 닿을 수 없다. 스쳤다고 생각할 때쯤엔 다시 수백미터 떨어져 있다. 우리는 이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한다.
타인을 나의 위로 옮길 수 없다. 각자 태어날 때마다 하나의 외줄을 갖는다. 멀리서 볼 때는 이 줄들이 엉키고 만나고 스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막상 줄 위에 홀로 서서 보면 모든 줄들이 수천미터씩 서로 떨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외로움 이라는 감정을 알게된 순간이다.
추론 1 : http://orbi.kr/0008935420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라떼는 말이야 2
가나형으로 싸우고 그랬어!
-
갑자기 180도 바뀐것 같냐
-
더 열고싶으면 오늘 저녁에 하세요
-
그러니까 너도 기하해라
-
본인 과목 사랑하면 된거임 참고로저는윤리를더사랑하는데물1을하고있음
-
수능 수학 이거 1
너무 어렵다
-
3년 후면 이것도 틀딱들 싸움이다 이말이야
-
어후 1
오르비 왜이렇게 시끌시끌하노
-
모두가 기하를 하면 해결됨
-
3~4일동안 시간 신경 안 쓰고 폰도 안 보고 그냥 인생 되돌아보면서 누워있었는데...
-
이게 개웃기네 ㅋㅋㅋㅋ 21
아니 그럼 기 안센거냐고 ㅋㅋㅋ
-
고려대 반도체,한의대 목표일때 미적과탐vs미적사탐 뭐가쉬움? 10
둘 중 뭐가 쉽나요? 제가 1학기 다녀야해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현 성적은...
-
그 어느쪽의 도발에도 긁히지 않는 몸이 되어버림
-
그래도 화해했으니까 잘된거겠죠
-
도형 나올거니까 지금이라도 기하 선택해라
-
어쨋거나 언젠가 터지긴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곤 생각합니다 5
넹 너무 심각해보임 이만 주무시고 내일 오시던가 하시죠 맹점은 경제도 경제지만 그...
-
문과와서 입시 빨리 끝내고 대학생활 즐기셨으면 되자늠
-
수잘싶 1
ㄹㅇ
-
홍뱃프사보면 7
ㅎㅌㅁ생각남 ㅎㅎㅎㅎㅎㅎ
-
죄송합니다 21
죄송합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흥분했던것 같아요 제대로 생각도 해보지...
-
제 태블릿이 오래돼서 가끔 저렇게 이미지 클릭 잘못하면 화면에 계속 남고...
-
23수능 미적생지 42323 백분위 76 92 영어3 88 81 24수능 미응시이후...
-
일단 나는 아님 ㅋ
-
뭐야 끝났냐 1
태블릿 버그걸려서 강종하고오니까 끝나있네 다행이다 서로 더 감정상하면 안되는거임
-
헤헤
-
이 시벌럼들 생윤 사문은 개같이 무시하면서 경제 무시하니깐 개같이 팝콘각 나오는거...
-
탈르비하셨던데 그래도 같은 T1팬인데 서로 상처만 남는 키배를한듯
-
허 참 글의 재미를 모르시는 분들일세
-
펑! 3
(유포르비아 오베사 열매 터지는 소리)
-
개인적으로 쪽지 주고받으면서 사과받을 부분과 해명받은 부분은 해명받았고, 저도 말을...
-
반전 2
Inversion 진짜 개꿀잼 1등 츄라이 츄라이
-
제가 그러다가 정신병걸림
-
같은 사진 연속으로 돌렸는데 백분위가 30씩 바뀜
-
이게 나한텐 현실인데 니들이 아는 커뮤니티가 아니라고 이게 나한텐 세상이에요...
-
청해 유무땜에 사바사려나
-
일단 긴글 ㅈㅅ 21~22년도에 활동하던 틀딱이고 요즘 간간히 보기만 하는데 솔직히...
-
무한원점 1
말그대로 무한한 저 곳에 잇습니다. 이 집합이 직선인 이유는, 뭐더라 사실 아는데...
-
둘다 이상함 2
저능부엉이님은 예전부터 보기 꺼려지는 글 자주 썼고 난빌님은 명백하게 시비조로 시비...
-
오늘 새르비는 분위기가 너무 심각함
-
이 메타를... 1
끝내러 왔다!
-
사영기하임미다 참고로 무한원점들을 모두 이으면 직선, 무한원직선입니다 근데 이건 직선인데 원이에요
-
평소에는 연애메타 우울메타 였는데
-
누군지는 말안함
-
설대식 428.7점의 남자.. 사탐 과탐 모두 goat;;
-
두 평행선도 서로 만난다고 보는 관점이 잇습니다 특정 상황들에서 케이스를 분류할...
-
에라 모르겠다 0
나 인스타하면서 알게된 ㅏㅅ람있는데 메디컬 갔으면서 스토리로 허구한날 난 너무...
-
혼틈 물화 ㅇㅈ 10
절망편입니다 위로나 해주고 가세요
-
씁슬하구만 2
ufc라는게
-
Q1.이 문제는 사설일까요 기출일까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네요. 다만 저는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외줄타기는 하지 않아요. 의지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순간순간 의존한다는 느낌이랄까요 ㅎ.
그렇기 때문에 수백미터 떨어진 외줄타기에서 곡예를 한다고 표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