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기의 추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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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통을 알지 못했다면,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면 모른채로 넘어갈 수도 있을 거다. 사실 존재의 괴로움을 겪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삶의 부조리를 직접 느끼지 않아도, 그걸 알기 위해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그 많던 우리의 조상들은 그러했다.
하지만 "왜?" 라는 내적 질문을 던져버린 이후의 인간은 다르다. 그 때부터 우리는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을 강제로 지게 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어째서 부조리를 느끼고, 아름다움과 추악함 그 사이의 큰 벽을 마주해야 하는가.
그리하여 사고는 모를 권리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무지가 가져오는 미덕이다. 무지의 유일한 장점인 것이다. 고통을 모르게 해준다는 것. 고통을 겪어도 아프지 않게 해준다는 것. 예상치 못한 무지의 미덕인 셈이다. 아마 무지의 부류가 가장 축복받은 부류가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지는 매우 얇은 종잇장과도 같아서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수 있다.
인간의 호기심은 그 장막을 들춘다. 아름다움 이라는 종이 뒤에 숨겨진 추악함을 본다. 그리고 그 가려진 벽을 보게 된다. 무지의 부류는 그렇게 지의 영역을 마주하고 고통받고 좌절한다. 왜 앎이 좌절을 가져오는가.
사실 지식은, 우리가 가진 진리가 아닌 지식들은 전부 불완전하다. 그 어떤 지식도 완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완전함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우리의 감각도 불완전하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인간이 기억을 자의적으로 왜곡할 수 있음을 증명한 이후부터는 인간의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지식을 쌓은 이성도 히틀러가 가져온 대량학살로 인해 그 지위를 잃게 되었다. 과연 남은 게 무엇인가. 불완전함 뿐이다.
뿌리가 불완전함이기 때문에, 그 열매인 지식들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진리와도 같이 여겨지던 지식들이 무너져내리는 역사가 그를 방증한다.
인간은 이토록이나 불완전하고 지식에도 기댈 수 없다. 이성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종교는 배척과 대량학살을 가져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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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타인에 의지하기 시작한다. 다른 불완전한 존재. 그러나 그 길은 외줄타기와도 같다. 서로 닿으려 손을 뻗지만 절대 닿을 수 없다. 스쳤다고 생각할 때쯤엔 다시 수백미터 떨어져 있다. 우리는 이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한다.
타인을 나의 위로 옮길 수 없다. 각자 태어날 때마다 하나의 외줄을 갖는다. 멀리서 볼 때는 이 줄들이 엉키고 만나고 스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막상 줄 위에 홀로 서서 보면 모든 줄들이 수천미터씩 서로 떨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외로움 이라는 감정을 알게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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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시네요. 다만 저는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외줄타기는 하지 않아요. 의지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순간순간 의존한다는 느낌이랄까요 ㅎ.
그렇기 때문에 수백미터 떨어진 외줄타기에서 곡예를 한다고 표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