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지탕 [396384] · MS 2011 · 쪽지

2016-07-28 22:44:18
조회수 3,416

한의과대학 저학년학생 혹은 지망생 여러분을 위한 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8843185

간만에 또 들러봤네요. 잘들 계셨죠?ㅎㅎ

전에도 몇번 말씀 드렸지만, 게시판을 다니면서 제가 가장 관심있는 것은
"새로 자라나는 어린 친구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의학/한의학 관련 커뮤니티를 눈팅하면 재미있는 토론거리들이나, 직접 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점이 많지요.

특히나 토론이 깊어지고 날카로운 양질의 자료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시점에는 얻어갈 것도 많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리저리 울고 웃고 하다보면 슬그머니 배어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도 많은데요,

오늘도 눈에 뜨이는 글이 있어서 퍼 와 봤어요.
한 한의사 분이 보름간격을 두고 쓴 두개의 글인데요, 여러분들중 일부 혹은 상당수가 한의과대학 입학 후
한의예과-본과-졸업-생업활동 주기에 걸쳐 어떤 감정들 속에서 살아가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탐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직군 전부에게 공통된것은 아니래도,
한의사로 살아감에 있어서 내에 아래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꽤나 많을 것 같다고 봅니다.
자기자신의 의식적인 억압, 주변의 시선, 현실적인 다른 문제들로 인한 마스킹 때문에
일상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많이 깔려있을 거라고 봐요.
한의대생이나 한의사 분들의 기저 심리엔.

아무튼 이하 본문입니다. 첫글 쓰시고 2주정도 이후에 두번째 글을 쓰셨더군요.
참고로 의학관련 게시판으로 주로 의사나 의과대학생들 용으로 있는 게시판에서
한의사와 관련된 테마로 떠들썩해지자 한의사이신 글쓴이님이 직접 나서셔서
"한의사가 너희 양방의사들 편견과달리 얼마나 괜찮은 직업인지 내가 직접 설명해주지"
하면서 직접 오셔서 쓰신겁니다.

아래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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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살면서 느낀 점.
맨도슨

나 개인적으로는 이직업 되게 만족한다고 여러번 말했지
사실 그래. 한의계 어려운거 사실이고 가난한 한의사들 속출하고있는것도 맞아.
근데 다른 직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좀 심하게 말하자면 
가난한 한의사는 본인이 주체성없이 끌려가는대로 살다보니 가난해진거야. 아니면 개원을 몇번 망하거나.


내 이야기를 해볼게. 나는 공보의를 마친 후 잠깐 페닥뛰다가 시장바닥 근처에서 아는 선배랑 같이 개원을 했어. 
그때가 내인생 최고로 재복이 붙은 때였지, 돈을 아주 긁어모았어. 물론 그때도 침환이 대부분이긴했지만 약환이 쏠쏠하니 꽤 있었거든.
그때 벌이가 어느정도였냐고? 개원 1년이 좀 넘어서 외제차뽑고 전셋집 구했다면 믿을래?
각설하고. 거기서 몇년 그렇게 돈을 쓸어담다가 문득 좀더 전문적으로 약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학부때부터 공보의때까지 침보다는 약에 관심을두고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 그것들이 아쉽기도 하고. 아무래도 시장바닥에 오는사람들이 찾는 약은 한계가 있으니 말야.
지금보면 어린놈이 있는거에 감사할줄모르고 마냥 철없이 배짱부린거였지

그렇게 난 선배와 고별하고, 잠깐 머리도 식힐겸 편한자리에서 적은페이받고 페닥하면서 개원준비에 힘썼고
결국 번화가 빌딩에 개원을 했어. 결과는....폭삭 망했지 흨
뭐 그 이후로는 몇년 그냥저냥 페닥하다가 다시 개원해서 예전만큼은 못한 벌이로 기냥저냥 살고 있다.
시장의 그 선배 원장님은 지금 아주 노났고 말이지. 40초반에 벌써 부동산이랑 주식이 어마어마해.

그리고 내 졸업동기 얘기. 
학부때 저공비행하던 놈이었는데. 선배 라인을 잘타서 미용, 피부쪽 열심히 알아보면서 스터디 다니고 여기저기 내시처럼붙어다니며 간쓸개 다빼주고 배우더니
모 지방 대도시 빌딩에 개원한 이후로 제대로 신분이 승천했어 아주.
4년 전인가, 서울에서 얘랑 같이 놀았는데 하룻밤에 천만원 넘는 돈을 아무렇지않게 긁어버리더라고. 완전 제대로 노났지.
만나는 사람들의 급부터가 수준이 달라. 보면 부럽고 또 부럽지. 
근데 이런 사람은 드물고 말야.


보통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사는 나같은 평범한 한의사들 얘기를 해줄게.
이말만 할게.
양의사들 수련받고있을 나이의 우린 삶의 질이 다르다고 말이야.
우린 한창 재력 갖추고 직업적 이점을 무기로 여자들 사냥하고 다닐때야. 아 물론 미혼일 경우에 말이지.
이쯤 되는 나이에 계집질하는 맛도 참 쏠쏠하걸랑. 학생때 여자손한번 못잡아본놈들도 이때 되면 잘만 만나고 다닌다.
그때 양의사들은 병원에서 쪼인트나 까이고 있겠지 안그래?ㅇㅇ
각설하고, 니들이 그렇게 누릴거 누리면서 몇년동안 테크만 잘타서 일찍 개원성공해서 중박이상만 치면
레지마치고 페닥질하는 양의사들이 니들이랑 어깨도 함부로 못견줄정도가 된다.
만나는 사람의 질과 생활 수준부터가 달라지는거지.

아무튼 그래. 워크 라이프 밸런스 이정도 되면서 이정도 지위를 누릴수 있는 직업? 글쎄 한의사 말고 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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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께서 2주뒤 새글을 하나 쓰십니다.
이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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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놓고 삼십대 후반 내 나이에 의전이라도 가고싶은 심정이다
맨도슨

환자들이 의사취급 안하고 침쟁이취급 할때마다 너무 슬프다
젊을때는 그럴때마다 화장실가서 혼자 울곤 했는데
이젠 그러진 않지만 여전히 적응안되고 불쾌한건 사실이야
나한테 와서 어디어디내과 선생님이 그랬는데....'자네'는 왜 그렇게 말하나 이런식의 무례한놈들은 부지기수고
침좀 놓을라치면 정형외과에서 침은 맞지 말랬는디.... 그럼 시불 도대체 한의원은 왜온거야

오늘 아침부터 화재조심하라더니 화재보다 더 화나는일이 생겼네
약 2개월치사간 환자 아들한테 멱살잡이 당하고 이새끼 저새끼 소리 '약팔아쳐먹는 사기꾼새끼'소리까지 들었다
씨씨티비 다 있고 중간에 따로 녹음해놔서 고소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런일이 어디 한두번일까.....

난 고등학생때 의사가 꿈이었는데 그당시 한의대 입결도 높고 한의사도 당연히 의사라는 인식이 있어서 별생각 없이 한의대 선택했는데
진작 알았어야 됐는데 본1때만해도 안늦었었는데 그때 갈팡질팡할때 그냥 계속 나가지 말고 의대준비나 할걸그랬어
돌아와서는 학점3이상 항상 챙기면서 스터디도하고 열심히살아온세월 다부질없다~ 
졸업하고 있으니 의전이 생기대? 그때 잠깐 흔들렸지만 돈버는맛에 또 못가버리고...서른 후반까지 허송세월 보낸거같네

돈은 많아 그럼뭐해 그거뿐인데 환자들한텐 사기꾼새끼 소리나 듣고 요즘 어디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고 오는지 내가 무슨 처방만 하면 무슨 말만하면 자기들 알량한 수준에서 반박하려 하질않나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더러워서 못해먹겠어
솔직히 말해서 스터디 다니면서 공부하면 할때마다 이게 다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그동안 꾹 억누르고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왔는데 오늘따라 너무 힘들게 무너진다
가끔 그래 스터디 마치고 가는길이면 내가 근 40년을 헛것만 들이파며 살아온건가 하는 생각도 사실 안든건 아니지만
그냥 아직 배움이 적어서 그렇다고 합리화하며 그때그때 넘겼지

근데 이젠, 오늘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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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죠?

"한의사 진짜 좋아~양방의사 그딴거 왜해? 난 줘도 안해~!한의사가 얼마나 좋은데~" 
라는 의식과 "아.....진짜 이길은 아닌건가? 내가 왜 그때 그런 선택을...." 이라는 기저심리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태지요.
보통은 사람 심리란게 이런 경우, 전자가 후자를 두들겨패서 무의식의 영역 속으로 밀어넣고
꽁꽁 잠가버리지요. 그리고 의식의 영역에서는 전자의 명제를 반복적으로 재무장....

이런 경우 그 겨우겨우 구겨넣어 잠가둔 무의식의 영역을 외부에서 툭툭 건드리면,
매우 예민하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사실 이 게시판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반응도 상당부분 이런 점에서 연유한다고 봐요 전.

아무튼 얘기가 샜는데,
위의 이야기가 남얘기가 아닐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순간의 선택이.....멀쩡하던 사람 하나를 이렇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한의과대학 지망생/한의대생저학년재학생 여러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부디 잘 선택하시길 바래요.
인생 한번 사는건데 어떻게 살아갈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아무튼 다들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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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맨 · 678473 · 16/07/28 22:46 · MS 2016

    오!! 마지막문구 와 닿네요^^ 추천누르고 갑니다!!! BY.DEADPOOL

  • 홀로싸우는자 · 296292 · 16/07/28 22:46 · MS 2009

    에휴 쯧쯧

  • 설대카이스트생 · 524237 · 16/07/28 22:50 · MS 2014

    근데 모든쪽이 위와 같이 두가지 방향 아닌가? ㅋㅋ 그렇게 치면 공대로 가서 사업 아이디어 잘 써서 굴리면 돈은 훨씬 많이 벌텐데...

  • 메딕 · 629420 · 16/07/28 22:51 · MS 2015

    첫번째 글 마지막줄 
    두번째 글 첫줄
    넘나대조되는겈ㅋㅋㅋㅋ 당황했네..

  • 설대카이스트생 · 524237 · 16/07/28 22:52 · MS 2014

    ㅇㅈ ㅋㅋㅋㅋ

  • 계지탕 · 396384 · 16/07/28 22:54 · MS 2011

    날카로우십니다.....보름 간격을 두고 봐선 잡아낼 수 없는 Dramatic contrast 군요.
    굳이 의도한건 아니었어요ㅎㅎㅎ

  • 계지탕 · 396384 · 16/07/28 23:02 · MS 2011

    두번째 고백글에 단 댓글도 볼만합니다. 원글 글쓴이 본인이 쓴것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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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도슨
    근데 한의계에 발들이고부터 근 20년을 억뉼러온 생각과 감정이 터져서 그렇다. 돈을 떠나서 이렇게살면 뭔가 채워지지 않을거같다. 이나이에 의전가서 소아과나 내과 전문의 따고싶은거 너무 욕심인가 모르겠다

    맨도슨
    그동안 나 스스로한테도 안드러냈지만은 솔직히 확신을 가지고 치료한적은 간단한 감기환자 관절삔환자 볼때정도고 나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치병한적이 거의 없어. 물론 경험적으로 이러이러한 증상에 이런약을 쓰면 호전된다 정도는 파악하지만은. 이론적 확신으로 치료한적은 사실 없어. 그렇게 쌓아온 것들이 지금와서 터지는거야. 내가 양방을 내리깐만큼 마음속으로

  • 언니네이발관 · 597640 · 16/07/28 23:25 · MS 2015

    생각이 굳어버린자의 오만함

  • · 560202 · 16/07/28 23:54 · MS 2015

    1. 의대생/ 의사 관련 게시판에서 한의사가 직접 썼다는 증거가 없음

    2.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인증없이 의대생, 의대 자퇴생, 대학병원 과장 사칭을 하며 글을 쓸 수 있음

    3. 10분만 주어지면 지금 당장이라도 카더라를 통해 무슨 글이든 쓸 수 있음

    4. 설령 저 글이 한의사가 쓴 진실이라도 2만 한의사 중 일개 한의사의 경우임

    5. 반대로 10만 의사 중에도 열등감, 패배의식, 자격지심을 가신 사람도 있을 수 있음

    5.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글을 "계지탕"이 퍼왔다는 것임

    6. "계지탕"은 악질적인 한까글을 몇년간 지속적으로 게시한 전력이 있음

    이상

  • Seychelles · 573941 · 16/07/28 23:59 · MS 2015

    이런 경우 그 겨우겨우 구겨넣어 잠가둔 무의식의 영역을 외부에서 툭툭 건드리면,
    매우 예민하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사실 이 게시판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반응도 상당부분 이런 점에서 연유한다고 봐요 전.
    순간의 선택이.....멀쩡하던 사람 하나를 이렇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이거 그대로 되돌려드리면서 턴 마칩니다. 그리고 디씨글은 인증 없으면 뭐다?

  • kirkland · 325108 · 16/07/29 00:27 · MS 2010

    ㅎㅎㅎㅎㅎㅎ 얼마나 눈엣가시 같겠습니까

  • 감귤미나 · 564618 · 16/07/29 02:34 · MS 2015

    한의대 폐지되는날만 손꼽아 기다리실듯

    힘내세요

  • 노게이트더블넥서스 · 647362 · 16/07/29 09:37 · MS 2016

    상식적으로, 진짜 자기 의견에 자신있었다면 몇년째 오르비에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사회운동을 펼치든 헌재소송을 걸든 했겠죠. 몇년이면 헌재판결도 두번은 받아낼 시간인데.

  • 12314ddq · 423043 · 16/07/29 13:48 · MS 2012

    이런 글좀 자주 써주세요
    저 좀 가게

  • 순공10시간채우자 · 646410 · 16/07/31 19:52 · MS 2016

    저도 ㅠㅠ

  • 지코바코바 · 664196 · 16/07/29 23:36 · MS 2016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에는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 괴벨스

  • 역사덕후 · 567483 · 16/08/01 17:41 · MS 2015

    열심히 치료하면서 시장에서 대박친 선배처럼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