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7-16 15: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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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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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상처받은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더욱 괴롭습니다. 상처를 이미 치유한 사람들은 서로서로 상처를 드러내고 누구 흉터가 더 크고 끔찍한지 대결만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요. 상처받은 자들을 사랑해주긴 커녕 자신의 힘듦을 자랑만 하고 있다니.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몇몇은 상처받은 자들에게 이렇게 말해버립니다.
 '넌 좀 더 아파봐야 한다.'
 '그건 별것도 아니지.'
 상처받은 사람들은 큰 소외로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나 '너가 편하니까 그러는 거야.' 같은 말입니다. 자신의 상처로 타인의 상처까지도 재단해버린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신의 성공담만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네, 물론 배울 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언제까지나 타인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에겐 통하지 않아요.
 타인을 자신처럼 만드려는, 강하게 말하자면 파쇼적인 사고괸입니다. 혹은 자신의 방법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유아론적 사고관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타인을 자신처럼 만듭니까. 살아온 길과 방식이 아예 다를텐데.
 이건 자기자신에 대한 과신에서 나오는 오류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자신이 정복했단 오만함에사 나오는 것이란 겁니다. 허나, 아시겠지만 자신이 자신을 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늙어 죽을 때까지도 모르는 것이 자신의 마음입니다. 영화 '퍼펙트 블루' 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그렇습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불안정하며, 꿈이라는 것도 계속 바뀌잖습니까. 어릴 땐 소방관이 되고 싶다가, 어쩔 땐 의사가, 어쩔 때는 작가가, 더 자라서는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기도 하고, 그걸 이루고 나서도 음악가를 꿈꾸기도 합니다. 꿈에 배신당한 사람들은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인간은 이러한데 어찌 '자신을 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앎은 무지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안다며 난리치면 영원히 무지의 착각 속에서 살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니, 상처받은 분들. 고통을 느끼는 분들.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상과 비교하며 살지 마세요. 그들은 대부분 자신도 잘 모를 뿐더러 당신을 온전히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 비친 당신은 왜곡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말들을 곧이 곧대로 듣지 말아주세요.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의 상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니 힘이 들 수밖에 없죠. 무엇을 가지려고 살지만 말고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부터 시작하세요. 무언가를 좇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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